위탁가정 김태복(61)·이기준(59)씨 부부

자녀를 셋이나 둔 김태복(61)·이기준(59)씨 부부는 20년 째 늦둥이(?)를 키우며 생활하고 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입양이 되기 전까지 임시엄마 역할을 하는 위탁모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 가족은 현재 생후 한달 된 아기를 돌보며 이별이 전제된 시한부 사랑이지만 이 씨 가족의 품에 있을 동안이라도 한없는 사랑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이기준 씨가 위탁모 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 아는 지인으로부터 사회복지관 홍성아동상담소의 입양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을 돌봐주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해 지금까지 이 씨의 품을 거쳐 간 아이는 모두 100여명이 넘을 정도로 수많은 아이들의 엄마가 돼줬다.
"가족들 모두 아기를 좋아했다. 처음 아기를 데려 왔을때 낯설어 밤새도록 우는 아기를 보고 가족들은 불평하나 하지 않고 오히려 아기를 걱정하며 함께 밤을 새우기도 했다."
가족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시작한 이 씨의 위탁모 생활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그저 꼭 해야 될 소중한 일이라 생각하고 한 아이, 두 아이 돌보다 보니 세월이 이만큼 흘렀다는 것이다.
이젠 아기의 울음소리나 표정만으로도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젖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는 이 씨는 처음으로 돌봐줬던 자매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3살, 4살이었던 자매는 처음 이 씨 가족의 품에 안겨 낯설어 한동안 울기만 했다. 그런 아이들이 안쓰러웠던 이 씨 가족은 아이들을 데리고 바닷가로 나들이를 갔다.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애를 먹이던 아이들은 해맑은 웃음을 보이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즐겁게 놀아주던 남편이 아이들이 안쓰러워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고 이 씨는 평생 이 아이들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위탁모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묻자 이 씨는 "기르다 헤어지는 순간이 가장 힘들다. 처음에는 입양가정에 제 손으로 아이를 보내줄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도 했다"고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하지만 출생신고조차 돼있지 않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부모가 생겨 호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축복해줘야 될 일이라고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돌봐주던 아기를 떠나보내고 이별의 쓰라림을 잊기 위해 또 아기를 데려다 키우고 그로 인해 또 가슴 아파 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이제 아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게 됐다고 말하는 이 씨의 하루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개인시간이 거의 없다.
"늘 손길이 필요한 아기와 생활하다보면 하루가 짧게만 느껴진다. 어쩌다 외출을 하게 돼 남편에게 맡기면 흔쾌히 아기를 돌봐주곤 한다"며 남편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전 구항농협 지소장을 지낸 남편 김태복 씨는 간혹 직원들이 자녀들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하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부모가 있는 아이들은 누구든 돌봐줄 이가 있지만 이 아이들은 이 씨 가족이 아니면 돌봐줄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저희 집에 오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버려진 채 생명을 잃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며 "건강한 젊은 엄마들이 가정위탁에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 화목한 가정을 일구며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주부라면 뜻 깊은 일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또한,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아이들의 비극이 없어지길 기대한다는 이 씨는 "위탁모의 품에 안기는 아기들 대다수가 미혼모의 자녀다. 임신 기간 중 어느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한 탓인지 아기들은 불안해 한다. 이 아이들을 위해 입양가정에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으로 돌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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