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농가, 수확 앞두고 바닥에 '우수수'…농산물 피해액 31억2900여만원

위력적인 강풍을 동반한 제7호 태풍 곤파스가 2일 새벽부터 아침까지 훑고 지나간 홍성군 전역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태풍이 물러가고 마치 아무 일 없듯이 맑게 갠 2일 오후 홍성군 일대를 돌아본 기자들의 시선에 끌리는 현장은 폐허 그 자체였다.

도로변의 산에는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가 너무 많아 평소 녹음이 우거지며 푸른 빛을 띠었던 산의 모습이 아예 달라져 보였고, 조립식 공장 건물 등은 상당수가 지붕이 날아가거나 간판이 떨어지고 벽면이 무너져 내려 있었다. 도로에는 쓰러진 전신주와 가로수, 가로등이 널브러져 차량 통행에 어려움을 줬다.

홍남 초등학교 교내의 오래된 고목이 강한 바람에 못 이겨 뿌리 채 뽑혀 교문을 가로막았으며 상가 점포의 간판들이 강풍에 떨어져 나갔는가 하면 지붕이 날아가고 우주은하아파트 22세대의 유리창이 파손됐으며 홍동면 신기리에서는 쓰러진 나무가 지붕을 덮치는 등 폐허를 연상케 하는 주택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또한 현수막 게시대가 태풍에 엿가락처럼 구겨졌고, 홍성내포축제를 알리는 입간판은 폭삭 주저앉았고, 행사알림 깃발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태풍이 몰고 온 강풍에 곳곳에서 간판과 가로수가 쓰러지고 창문이 파손되면서 부상을 입은 환자들이 속출했다. 또한 정전사고도 잇따라 홍성읍 50%, 10개 읍면 1만8000여 가구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수확을 앞둔 농작물 피해 속출…남당리 파라솔촌 54동 파손
추석을 맞아 한창 수확을 앞둔 농작물 피해로 농민들의 가슴은 피멍이 들었다.
은하면 거산마을의 배나무 과수원에는 배가 떨어져 과수원의 땅 바닥이 노랗게 변해버렸다. 나무에 달려있는 성한 배는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 밖에 남지 않아 피해가 심각해 수확을 앞둔 과수농가의 피해는 예상을 뛰어 넘어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홍성군 전역의 비닐하우스는 온전한 데가 없을 정도로 비닐이 날아가고 찢기고, 주저앉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
서부면의 수천평에 수박을 재배하는 한만선 씨는 '농작물만이 문제가 아니다. 하우스 철제가 휘면 고칠 수 있는 걸 제외하고 전부 교체해야 된다'며 한숨 짓는다.

은하면 3000평 농장에서 한창 배 수확을 앞둔 김선예 씨는 '수확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피해를 당해 막막하기만 해 선별도 못하고 있다'며 '지난 사하라 태풍 때도 그랬지만 배 농가는 다른 농가에 비해 보상이 쉽지 않다'고 막막함을 토로했다.
대하축제를 앞둔 남당리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파라솔 54동 모두가 지붕이 날아가고 조립식 건물이 파손되는 등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폐허가 되버렸다. 또한 예상치 못한 정전으로 수족관의 수산물이 산소공급을 받지 못해 모두 폐사한 것을 보고 상인들은 허탈한 표정만 지을 뿐이다.
파라솔 측 한 상인은 "파라솔 한 동을 짓는데 500~600만원이 든다. 없는 사람들 빚내서 지어야 하는데 군과 계약한 기간이 끝나 대하축제를 위해 복구를 해야 될지 걱정이다. 만약 복구해놓고 대하축제 끝나고 철거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며 황당해 했다.

태풍 7호 곤파스가 지나간 홍성지역은 2일 오후 8시 현재 피해는 조사결과 사유시설 19개 시설 185개소가 파손 등의 피해가 발생했고 농작물 피해액은 농산물 31억2900만원이고 어선피해액 3억5097만원으로 파악됐다. 향후 조사결과 피해가 증가 할 것으로 보이며 정확한 피해현황 파악 및 시설복구 등은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태풍피해와 관련해 주민들은 이웃한 예산군과 청양군, 서산시 등은 2일 오전 6시부터 전 직원을 비상소집해 복구현장에 투입하고 각 읍ㆍ면 직원들도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 피해상황 파악과 복구지원 활동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홍성군은 늦장대응을 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군청과 홍성읍에서는 각 실과별로 홍성읍을 중심으로 피해현장 파악 및 응급복구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각 읍면지역은 별도로 읍면에서 실태파악 및 시설복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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