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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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딸
  • 전만성(화가, 홍성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10.09.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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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유화. 60cmX45cm. 전만성


'우아한 세계' 란 영화를 다시 보았다. 밥벌이의 수단으로 조직폭력배의 생활을 하는 한 가장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감명 깊은 부분이 있어서 다시 볼 생각을 했었다.

책 읽기가 그렇듯이 영화 또한 볼수록 내용이 풍부해지고 숨겨 논 의미가 살아나 보는 재미가 컸다.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연기자들이 마치 조직폭력배의 한 사람인 것처럼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장난을 쳤다. 대본을 쓴 사람이 조직폭력배였을까? 아니면 조직폭력배들 속에서 살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일까? 어쩌면 그렇게 소름 끼치도록 사실적인지 마치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처럼 온 몸에서 반응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폭력적으로 나올 때, 내가 폭력을 당했을 때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고 울화를 터트리곤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폭력'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들이 택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원초적 정서 '공포'를 이용해 밥을 먹고 산다는 것, 납득할 수 없는 부조리이지만 우리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속 가장은 나름대로 아내와 자녀를 사랑하며 가정을 위해 애를 쓴다. 집을 늘려 아내를 행복하게 해 주려 하고 자녀가 원하는 유학을 보내고 싶어 한다. 얼마나 어렵게 돈벌이를 하는지 딸이 알아주기를, 인정해주기를 바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마음일 뿐 그가 나서는 일마다 충돌을 일으킨다. 그가 쓰는 방법은 그의 가족과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늘 그의 가족을 어이없게 만들고 끝내는 딸로부터 '죽어 없어져 달라'는 소리를 듣는다. 가족을 위해 살지만 가족에게 버림을 받는 것이다. 거기에 폭력의 비극이 있다는 것을 영화는 말한다.

하루는 영화 속 가장이 딸아이가 좋아하는 고기만두를 사가지고 일찍 귀가를 한다. 그러나 딸아이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면서 아빠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어디 가니?"

 


"친구 만나러. 어딜 가든 무슨 상관이야!"

"네가 좋아하는 고기만두 사 왔는데? "

"안 먹어. 안 먹어. 질렸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투였다. 가만 생각하니 내 딸아이가 내게 하던 말투가 아닌가? 처음에는 십대의 말투가 왜 저렇게 다 똑 같냐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영화를 거듭 보다보니 딸아이의 그런 말투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걸 모르고 나는 딸아이가 버릇이 없느니, 아내가 아이들 역성만 들어서 그러느니 핑계를 댔다.

"아빠가 뭔데 엄마한테 그래?"

그 말도 딸아이가 나에게 하던 말과 똑같다. 나도 내 가정에서는 폭력적이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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