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성지 매력,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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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성지 매력, ‘패러독스’
  • 최교성 세례자 요한 <홍주성지 전담 신부>
  • 승인 2022.01.0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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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수도 파리(Paris)가 유명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패러독스(paradox)라고 일컫는다. 터키는 동·서가 함께 공존하는 신비감을 준다. 모순, 비틀어짐, 신비감, 서로 다름이 함께할 때 이상한 매력이 있다.

홍주성지가 그렇다. 조용한 산속도 아니고, 외딴 공원도 하나 없다. 근처엔 군청부터 각종 관공서에 시장, 식당들이 밀집돼 있고, 교차로에서 서로 빵빵대는 차량까지 다소 번잡한 이 곳에 성지가 자리잡고 있다. 대체 성지인지, 관광지인지, 유적지인지, 쉼터인지 모를 이곳에는 사실 그 모두를 아우르는 아우라가 있다. 모두를 품고 있는 부처님의 품과 비슷하다. 우리 민족은 부처님 품이 더 단박에 잘 다가올 것이다. 

나는 홍주성지가 그 어느 성지보다 가장 크게 느껴진다. 주민들도 그렇다. 버스 50대가 오거나 기차 10량에 사람들을 가득 태워 오면 홍성읍내 전체가 교통마비를 겪게 된다. 갑작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풍경에 주민들은 그 상황을 환영이라도 하듯, 단 한 번도 거리를 채운 사람들에게 빵빵대는 일이 없었다. 성지 책임자로서 그런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이제는 지나간 일이니 밝히지만, 지난해 성탄절에 불우이웃 돕기 일환으로 온 국민이 가장 힘겨울 때 조금이라도 홍성주민에게 힘을 용기를 보태고 싶었다. 그래서 홍주성지에서 홍성군청에 5000만 원, 충청도를 아우르는 대전교구청에 5000만 원을 기증했다. 이 모든 기금은 내 개인 돈이 아니고 성지 후원회원님들의 기금이었다. 유적지 문화재 개발에 있어서도 그 모두를 청소하듯이 정리만 하는 것보다는 과거와 현재가 함께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로마를 가도, 파리를 가도 문화재 근처에 레스토랑, 커피숍, 모텔, 편의점이 함께한다. 다 털어 버리면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의 접근성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홍주성지는 패러독스를 느끼는 최고의 장점이 있다. 교회에서는 야외행사를 크게 2가지 교육프로그램으로 나눠 진행한다. 조용한 산속 수도원의 피정과 성지순례로 나누는데, 특히 레지오 단원은 무조건 1년에 한 번 이상 야외행사나 성지순례를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

버스 10대에서 50대만큼의 사람들이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금은 모든 성지는 다 가봤으니 홍주성지를 가보자는 것이 점점 대세가 되고 있다. 필자는 주구장창 3년 정도를 가톨릭 평화방송에 계속 광고를 했었다. 서서히 알려지고 있다. 입소문이 많이 나고 있다. 코로나사태 이전에 무려 버스 50대가 찾아왔을 정도였다. 기차도 15량가량 사람들을 가득 채워 이곳을 찾아왔었다. 기차역에서 도보로 30분이면 동헌에 도착한다. 

거룩함과 시장바닥이 만나는 곳, 삶의 자리 그 한가운데에 우리 모두가 가야 할 삶의 질곡과 함께, 죽음과 영원한 생명이 함께 엉켜 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신비한 관계다.

성지순례를 하고 일상으로 가도 갭이 없이 자연스럽게 일상생활 속의 신앙생활 중에서 순교자를 떠오르게 한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도, 일상에서도 여기 홍주성지를 떠오르게 한다. 여기 홍주의 알상 속 성지순례의 여운이 집에 가서도 남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재방문이 다른 어떤 성지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여기에 왔던 신자들이 다른 신자들을 또 물고 온다.

순교자는 우리와 다른 아주 멀리 떨어진 분들이 아니라 우리네들이 함께하는 일상 안에서 사시던 분들이라는 사실을 시끌벅적한 시장과 관공서에서도 함께 느끼게 된다. 우리들 일상 안에서 순교자들을 느끼는 성지인 것이다. 

사람들은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원한다. 홍주성지의 자연스럽고 성스럽고 품위가 있는 올레길과 순례길이 겹쳐지는 이곳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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