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은 프랑스마을’ 서울의 몽마르뜨 ‘서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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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작은 프랑스마을’ 서울의 몽마르뜨 ‘서래마을’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1.06.1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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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혁신도시, 테마·스토리 입혀야 사람이 몰린다 〈2〉

새로운 브랜드 도시를 창조하기 위해서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제안하고 혁신적인 도시를 디자인해야 하는 일은 이제 기업만의 일은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도시는 그 존재 가치가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충남도청소재지인 홍성과 예산의 내포신도시에 ‘충남내포혁신도시’ 조성을 계기로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도록 테마와 스토리가 담긴 공동체마을을 조성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를 통해 관광객들과 사람들이 몰리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남도에서는 내포신도시 초입인 용봉산 자연휴양림 진입로 주변에 전통 한옥마을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등 도시조성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도시에 테마와 스토리 등을 입혀 관광객들이 몰리고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매력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충남내포혁신도시와 홍성·예산의 원도심에 대한 도시개발 방안과 발전전략 등을 선진사례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서울 반포의 서래마을에 있는 서울 프랑스 학교.

‘몽마르뜨 공원’ 안내 표지판이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적혀 있는 마을
 프랑스 국기 휘날리고 프랑스 출신 시인의 낯선 이름의 명패가 걸려 
 서울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멋스러운 이국적인 장소로 인기가 있는 곳
 골목 곳곳엔 빵집, 술집, 국숫집이 있어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는 마을

 

서울 서초구 반포 4동과 방배본동의 긴 언덕을 끼고 서래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서래마을은 마을 앞의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 흐른다고 해서 ‘서래마을’로, 서쪽의 물가에 있는 동네로 뒤에는 깎아지른 듯한 청룡산이 있어 ‘서애(西涯)마을’로 불렀다고 전한다. 굽이진 모습이 서리서리 흘러내려 붙은 이름이다. 본래는 음운변화로 ‘서래’로 부르게 됐다지만 서양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으니 차라리 ‘서래(西來)마을’이라고 붙여진 이름일까. 

서울 반포의 서래마을은 고속터미널, 신세계백화점, 강남 성모병원, 최고급 아파트 단지인 ‘래미안 퍼스티지’와 국립중앙도서관 등 이름만 대도 알만한 곳과 인근해 있지만 초행길에는 찾기가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법원 쪽으로 나 있는 일명 정보사길이라고 불리는 길로 접어들면 가로수가 양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곳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몽마르뜨 공원’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한국어와 프랑스어 두 가지로 적혀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표지판을 따라 약간 경사진 언덕을 걸어 들어가면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탁 트인 공원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서울 반포의 서래마을에 있는 서울 프랑스 학교.

■ 마을의 정체성과 주한 프랑스학교
서래마을을 관통하는 도로 이름은 몽마르뜨길, 언덕 위에는 몽마르뜨공원이 있다. 서울에 낯선 이름의 길과 공원이 있는 까닭은 이곳에 프랑스 사람들의 거주지와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기가 휘날리고 담벼락엔 프랑스 출신 시인의 낯선 이름의 명패가 걸려 있기도 하다. 
서래마을에 프랑스인 거주지가 들어선 것은 지난 1985년 주한 프랑스학교(L’ École Française de Seoul)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곳의 몽마르뜨 길을 한참 올라가다 보면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한다는 파랑·하양·빨강의 프랑스 국기가 우리의 태극기와 함께 걸려 있는데, 이곳이 서울 프랑스학교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프랑스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공부한다고 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다가 지난 1981년 서래마을로 이사를 온 이후 이 동네 정체성의 중심엔 프랑스학교가 있다고 전한다. 불어로 ‘Attention ecole(학교 앞 주의)’이라고 쓰인 도로 표지판이 눈길을 잡아끈다.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중에서 절반 정도가 살고 있다는 서래마을은 프랑스인들의 거주지역으로 자리 잡게 되고 자연스럽게 글로벌 빌리지가 세워짐에 따라 다른 여러 나라 외국인들도 서래마을을 거주지로 선택하고 있다고 전한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내려오면 방배중학교를 만날 수 있는데, 이 학교 앞으로 길게 뻗어 있는 길이 바로 서래마을의 중심 거리라고 한다. 이 길 양쪽으로는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 등이 늘어서 있는데 전체적으로 멋을 내지 않아도 멋이 나는 프랑스 신사처럼 유명한 거리임에도 조용하고 색다른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서래마을에는 우리 땅에 사는 프랑스인들이 500여 명은 족히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프랑스인과 외국인의 한국 적응을 위해 ‘서래 글로벌빌리지센터’도 있다. 우리말도 가르치고 프랑스어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센터장은 당연히 프랑스 사람이고, 직원도 프랑스 출신이 여럿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인 중심인 ‘한불친선연합회’도 있고, ‘한불부인회’ 등의 모임도 있다고 한다. ‘한국의 작은 프랑스마을’이다. 
서래마을은 프랑스마을이라는 별명과 함께 프랑스풍의 카페와 와인바 등이 즐비한 덕에 이곳은 유람객들의 명소가 됐다고 전한다. 주택가의 적막과는 달리 프랑스학교 아래 골목은 젊은이뿐 아니라 중년의 유람객들도 자주 볼 수 있는 골목이라고 한다.
 

서울 반포의 서래마을에 있는 서울 프랑스 학교.

■ 400년 은행나무와 ‘파리15구 공원’
이곳 서래마을의 파리크라상 서래점에는 아침이면 갓 구운 바게트를 사기 위해 자전거 탄 사람들이 빵집 앞에 긴 줄을 서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은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재료로 정통 프랑스식 바게트 맛을 재현, 프랑스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라고 전한다. 이곳에 있는 서래마을의 상점들은 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모습들인데, 유럽의 작은 식당을 옮겨 놓은 듯한 상점과 식당들이 많은 거리다. 골목마다 프랑스풍의 와인바와 고급 커피숍, 햇볕을 즐기며 식사나 차를 즐길 수 있게 발코니를 튼 카페나 레스토랑이 많아지면서 서울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멋스러운 이국적인 장소로 인기가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서래마을 어귀에는 400여 년은 족히 돼 보이는 은행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과거엔 마을 당제가 열리던 신성한 목신으로 추앙받았다는데, 지금 이곳엔 ‘파리15구 공원’이라는 낯선 이름이 붙었다. 나무 한 그루에 얽힌 사연도 복잡했다. 큰길가에 넓은 터를 깔고 앉은 터라 나무를 베어내고 상업지구로 개발하려 했는데, 주민들이 땅을 사들여 헌납했다고 한다. 무려 120억 원을 모았다니 부촌 주민들의 힘과 단합의 모습을 과시한 셈이다. 은행나무공원이 됐다가 다시 한국 프랑스 수교 기념으로 파리15구와 서초구가 결연을 한 덕에 이곳은 ‘파리15구 공원’이 됐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주춤하지만 평소 같으면 가끔 프랑스 바자회도 열리고, 음악회도 열리며 프랑스 미술가의 벽화도 그려지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파리의 15구에서는 한국의 축제도 열린다고 하니 은행나무 한 그루가 나라와 나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실마리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밖에도 서래마을을 대표하는 것으로는 해마다 6월 21일에 몽마르뜨 공원에서 열리는 ‘반포서래 한·불 음악축제’가 있다고 한다. 프랑스학교와 반포4동 주민들이 함께하는 행사로 프랑스에서 1982년부터 6월 21일에 전 국민이 장르의 구분 없이 어디서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듣는 ‘음악축제(fete de la musique)’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행사 당일에는 서래마을의 중심인 메인거리에서는 국내 대학의 불문과 음악동아리가 길거리 공연을 벌이고, 프랑스학교에서 몽마르뜨 공원까지 퍼레이드가 열리는 행사라고 한다.

서래마을의 분위기는 언덕 위아래가 확연히 다르다. 몽마르뜨길 위편은 대부분 고급 빌라들이 진을 치고 있고, 아래쪽엔 식당과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아랫마을엔 오래된 집들도 몇 채 보이지만, 위쪽에는 근래 새로 지은 건물 일색이다. 골목은 직각과 직각이 만나 곧은 직선으로 이뤄져 길 어귀에서 길 끝이 막힘없이 확 트인다. 골목의 적막을 벗어나고 싶으면 언덕 아래로 내려오면 된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을 중심으로 아랫마을 골목 곳곳엔 빵집도 있고 술집도 있고 국숫집이며 초밥집까지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는 곳의 판이 깔려 있다. 이제 ‘충남내포혁신도시’의 도시 모습도 사람들이 찾고 몰려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특별하고 독특한 강점을 가진 융합도시로의 건설을 위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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