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소서 기사 (20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그런 시절이 다 넘어가네 그려…”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1> “그런 시절이 다 넘어가네 그려…” 어려운데 시집와 도드락도드락 일해놔 이제껏 살어황해도서 피난민들이 많이 와서 사람 겁나 많았어 우리 둘째 아들 넘 살린다고 하다 부명의로 죽었어 중신도 않구 고모가 여기 데리고 왔어. 우리 어매가 나 10살에 죽고 고모네서 컸어. 시어머니 자리도 고모네 오고 가고 했구. 옛날에 시어머니 어려서 시동상 하난데 시동상 죽고 나서 동서를 얻어 들이면 한 달 두 달 있다 나가고, 그러면 민며느리 얻어다 키워가지고 다 갖춰서 성인 시켜놨는디 다른 동네서 꾀어갔구 딴데로 시집 갈뿌구. 우리 시어머니가 자기 옷 입혀가며 사람하나 보구서 의지한다고 오고가고 그걸 고모가 보고서 그래 시집왔어. 중신애비도 여기는 별루 읎어. 시작은아버지가 고모네 다녀서 조카며느리 삼으면 괜찮다고 해서 나도 어려운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2018-04-07 09:42 가슴 아픈 말을 내가 누구한테 하나?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2> 가슴 아픈 말을 내가 누구한테 하나? 참외 장사, 엿 장사, 못 헌 장사가 없어큰 딸 핵교도 못 보냈어 그것이 원이여자리나 잘 잡아놓구 나 좀 데려가라구 수룡고지서 시집왔지. 18살 먹어서. 우리 할아배와 내가 갑자생, 쥐띠여. 우리 어매가 사위 선을 보러 여기루 왔어. 아버지가 “어떻댜?” 그러니 어매가 “아이는 별스럽지 않드만서두 시어매가 하구 사는 게 깔끔해서 그냥 하기루 했다구.” 그런다네. 그러니 아버지가 “시어매가 데리고 사남?” 그러는겨. 나는 철 모르는 마음에 그런데로 시집 보낸다고 그랬어. 동짓달 시집 왔지. 눈이 얼매나 왔다구. 저녁에 드러눠서 잠도 안 잤어. 할아배가 나를 만지면 톡 쏘고 톡 쏘고 그랬어. 난중에 할배가 가끔 그 소리를 하대.내 동기간이 여동상 하나, 남동상 두울, 오빠는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2018-04-21 09:02 “조서방네 사각모자가 부러우냐, 전서방네 돈이 부러우냐?”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3> “조서방네 사각모자가 부러우냐, 전서방네 돈이 부러우냐?” 이 집이 흙집이라 여름에는 시원해. 150년 됐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여. 다 부수고 남아 있어도 이 기둥이 통나무로 사각네모지게 깍아서 했는디 우리집만 옛날거 그대로여. 이 밑에는 다 썪었어. 요기꺼정 방이여. 옛날에 여그가 주방이여. 조그가 아래 윗방이구. 요기서부터 조기까지 큰 마루였어. 내가 시집 와서 얼마 안 돼 가지구 단을 냈어. 옛날엔 암것두 아니었어. 저것두 시방 한 50년 넘게 됐네. 사람 안 살믄 금방 무너져. 여기서 아들들이라도 와서 살거믄 집 짓는데 그때는 7,8천만 원이면 졌지. 한 30평. 그런데 그렇게 지으면 여기 누가 와서 살어. 다 홍성서 기반 잡아갔구서 사는디. 안 와 살어. 우리 두 늙은이 살다가 가는 거지. 우리 할아버지 내 생일 때는 우리 집에 다 못 와.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05-06 09:03 “조은 선생이었다 그것만 기억하지, 뭐 가르쳤나 기억 못 해”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4> “조은 선생이었다 그것만 기억하지, 뭐 가르쳤나 기억 못 해” 여기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에 학교를 들어갔어. 그 때는 교육환경이 열악해 가마때기에 엎드려서 그 땐 책도 없었지. 책 한 권 나오면 그거 베껴서 그런 교육과정을 거치다가 6·25 사변을 만났지. 내 5학년 때. 맨날 북한 노래, 반공호 파는 게 일이었어. 6학년 때는 전쟁통에 선생님들도 어수선하고 거기서 6학년 졸업하고 갈산중학교 내가 2회로 들어갔지. 공부 해보니까 내가 공부 머리가 모잘라. 못 따라가. 부모님들은 기대 수준이 높거든. 그러니 난 갈등이 생기는 거야.갈산중학교에서 서라벌예대를 졸업하고 갈산으로 피신 온 미술 선생을 만났어. 그 때 6·25 사변 끝나고 인재만 있으면 선생으로 썼지. 발령이 없었어. 그 선생님한테 그림을 배우는데 내가 다른 선생님한테는 다 못한다는 소리만 들었거든? 영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05-19 09:01 “바느질해서 남은 건 등 굽은 거 밖에 없네요”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5> “바느질해서 남은 건 등 굽은 거 밖에 없네요” 우리 집 양반이 66살에 돌아가셨어요. 돈 한 푼 벌어주는 거 한 번 못 보고 호미 들고 일하는 거 한 번 못 보고, 그저 논다네. 친구들하고 고스톱 치고 맛있는 거 먹으러나 다니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서 항상 원망했어요. 세상 왜 그렇게 사나. 그러커구 애들 가르킬러니께 가난했거든, 돈이 있어야지. 내가 시집 오니께 시할아버지, 시할머니,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동상 나 그렇게 17식구가 한 집에서 살았어. 저기서. 그래두 방이 4개니까 좁을 줄 모르고 고생한 줄 모르고 그게 사는 건줄 알고 살았지.어른들 귀염 받는 재미로 어려운 거 모르고 살았어요. 그리고 우리 시누들이 지금도 동네서도 다 일러. 저 집 시누 같은 사람 없다고. 다섯 시누들 농이니 이불이니 다 내가 벌어서 시집 보냈어요. 시누들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06-02 09:06 “이 동네서 다 탄광으로 다녔슈”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6> “이 동네서 다 탄광으로 다녔슈” 스물두 살에 왔응께 60년 살았쥬. 그 때는 집이 이렇게 좋지 않구 초가집 흙안케 동안케 하구 살았쥬. 여기 탄광이 크게 있어서 한참 때는 살기 좋았었슈. 먹고 살 사람들이 탄광에만 다녔응께. 석탄 많이 나왔쥬. 우리 집 양반 쉰다섯 살 그때쯤 그만 뒀슈. 이 동네서 다 탄광으로 다녔응께 큰 트럭에 탄 실고 길도 크고 좋았었슈. 인저 자꾸 무너지고 그러니께 그렇게 되더라구.여기서 밥 장사 했슈. 열다섯, 열일곱 명까지 했쥬. 조 방이 하꼬방 마냥 지었던 방이유. 지방 사람들하구 딴데서 온 사람들하구 저 방에서 잤다닝께. 그 때는 방값은 안 받구 밥값만 받았지. 우리 집 양반이 자기도 다니닝께 힘들게 일하는데 뭐하러 방값까지 받느냐구.여기가 가까우니께 딱 한 시간 점심시간 주거든유. 도시락 갖고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06-19 09:17 “우리 도산1구 안팎으로 참 존경허구, 미운 사람 하나 없어”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7> “우리 도산1구 안팎으로 참 존경허구, 미운 사람 하나 없어” 더 이상은 못 고칩니다. 몸땡이를 왜 이렇게 망가뜨려놨느냐구 그러대. 내가 이 발을 걸을라구 별 운동을 다 했슈. 안 돼. 겨다니지 않으면 붙잡고 거의 일어나구 그래. 내가 여기 스물한 살에 시집와서 지금 여든 다섯인디 형님 아우들이 참 잘혀. 내 병원 다닐 때두 거기까정 다 오고 동네 와서두 꼼짝않구 앉았으믄 그냥 박카스니 뭐든 죄 들어와. 내가 인저 서울 돌아다니면서 고생하믄서두 나두 그맨치 했지. 그랬더니 아주 하나 빠짐없이 다 해유.시집을 온께 구항면 온유서 살다왔는디 세상에, 갠신히 요 목구멍만 살어. 바작바작 갠신히. 우리는 괜찮게 살았거든? 어머니가 억척스러워서 남당리서 생선 떼다가 팔아가지구서 배 골치는 않구 살았어. 시집 온께 우리집 양반이랑 시아즈버니랑 군인 간 겨. 우리 시어머니가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06-26 09:21 “죽으면 잊어버리지 안 잊어버려유”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8> “죽으면 잊어버리지 안 잊어버려유” 장곡 신동리서 태어나 예산군 대흥으로 갔다가 수리갑되아서 땅이 다 들어갔응께 이발소 하나 사갔구 청양으로 갔다가 우리 집 양반이 타관 타니까 안 되더라구유. 그런께 거기서 또 여기로 왔쥬. 17살 먹어 글루 시집갔응께. 여자들 붙잡으러 대녀서. 위안부. 밤으로 밤으로 광천으로 피해다니느라구 우리 아버지가 혼나셨어. 안 보낼라구. 하두 귀찮아서 굴뚝에 감춰놨는디 거기까지 왔슈. 일본놈이. 우리 친정할아버지가 안 된다구 나 하나니께 우리 오빠하구 딱 남매여. 그래서 도망다니다 귀찮아서 시집 왔단께.친정은 잘 살았는데 시집 가니께 식구는 많고 어렵고 10식구. 어린 맘에 가서 방아 쪄서 그 식구 다 맥여 살렸어. 그 때는 열일곱이면 다 했슈. 국민핵교 졸업하구 내내 피해 다니다가 장곡초등핵교 졸업했지. 보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07-08 09:09 “군인이 아니라 상거지였어”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9> “군인이 아니라 상거지였어”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쭉 살았지. 낳기는 산고락에서 낳지. 인공 때 여기루 피난 내려왔지. 산고랑이어서 무서워서. 막 빨치산 찔러 죽인다고 해서 일루 내려왔지. 그 때가 열다섯 살이었지. 아버지는 네 살 먹어서 돌아가셔서 조실부모했어. 욱 남매딘 아래위로 다 죽고 나 혼자 남았어. 다 지 명이지.우리 형님 장가 든 것도 못 봤어. 어렸응께. 기억도 안 나고. 우리 누나들은 자고 나면 읎어지구 읎어지구 그려. 내 말 좀 들어 봐. 지금 같으면 결혼한다구 할텐디 원채 읎이 사니까 알기 쉽게 민며느리로 데려간거지 뭐. “엄마, 누나 어디 갔어?” 그러믄 “어, 저기 마실 갔어.” 그러케만 알았지. 그 뒤로 언제 온지 몰르지. 잘 사는 사람은 근친도 가고 했지만 우린 원체 못 사니 자식 낳고 살다가 한참 뒤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07-21 09:12 “딸이랑 같이 사니까 좋더라구요”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10> “딸이랑 같이 사니까 좋더라구요” 따로 살았었는데 여기 명절 쇠러 왔었어요. 내가 갑자기 쓰러져서 혼수상태가 됐어요. 명절 하루 전날. 홍성의료원 갔더니 급성신부전증이라고 천안 단대 가서 중환자실에 구일 있다가 일반 병실 이틀 있다가 의료원으로 간다 해서 그 때 이쪽으로 옮겼어요. 그런 바람에 우리 딸이 엄마 혼자 놔둘 수가 없다고, 엄마 혼자 있었으면 죽었을 거라고, 그 때 이쪽으로 옮겼어요. 딸이랑 같이 있으니 음식 조절하고 병원 델고 가니 덜 해요.광천서 태어나 서울로 이사했어요. 어떡허다 보니 다시 광천으로 시집 왔어요. 우리 친정 오빠가 광천서 사는데 동창인 사람하고 중매를 섰어요. 스물두 살 땐가, 서울 간 게. 스물일곱 살에 시집갔죠. 인물은 잘 생겼어도 술 먹는다고 해서 좀 꺼려했어요. 술 먹는 사람한테 시집 안 간다고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08-06 09:21 “가만 생각허니 창살 없는 감옥이대”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11> “가만 생각허니 창살 없는 감옥이대” 내가 어떻게 하면 벌고 어떻게 사나 그런 것만 생각하는 사람이여. 장곡면 화계리에서 태어나 23살에 일루 왔지. 이 사람이 장곡초등학교 32회 동창이여. 난 몰렀지. 졸업은 했어도 동생들 봐주고 어머니 일 봐주느라 핵교는 운동회 때나 가. 운동회라고 가야 내가 뭐 운동 연습을 했나, 그렇게 빠졌다 가고 빠졌다 가고 해서 동창들 만나두 몰러. 난 알았는데 안 갈라 했어.(옆에서 남편 김동하 씨의 말) 그러니 밥순이로 확실히 알고 데려온 거여. 아주 모르는 사이가 아니니까. 우리 어머니가 장다리 크다고 사위 삼더니 장다리 적은 나만도 못 혀. 기거에 혹 했는디 장다리 큰 거 아무 소용읎어.이 집이 뜯어 고친 지 거의 60년 되았지. 그 때 한참 유행이었어. 살기 편하라구 이렇게 고치고 나서 좋다고 하다가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08-18 09:14 “내가 보고 느낀 걸 쓰는 거, 그게 시(詩)여”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12> “내가 보고 느낀 걸 쓰는 거, 그게 시(詩)여” 1931년 동갑이야. 중매지. 홍동핵교 다녔거든. 일본말로 가께꼬미, 다께라는 건 대나무고 하나는 마쓰구미, 솔나무를 상징한거야. 솔하고 대나무가 항상 푸르잖아. 그렇게 만들었어. 일본 사람들이. 나는 마쓰꼬미, 할아버지는 다께꼬미. 핵교에서 일본말만 배웠지. 한국어는 3학년 때까지 잘해야 일주일에 한 세 시간도 못 배더니 나중에는 1시간, 그것두 고만 두더라구. 그러니까 애들이 한국어는 하나도 못 배우고 일본어만 뵈는디 그것도 삼 학년까지만 했어. 그 뒤로는 완전히 일본말로만 살았어. 나는 우리 아버지가 독립운동하시고 활동을 하시니까 아버지한테 한국어를 배웠어. 이게 우리 아버지 필적이유. 마지막에 이 편지 받고 보름도 못 돼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 덕산에서 괴산 쪽으로 가는 버스한테. 논에 가시다가.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09-01 09:05 “기술자 될 때까지 고생 엄청나게 했지”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13> “기술자 될 때까지 고생 엄청나게 했지” 형님이 1985년에 돌아가시면서 어머님이 혼자 계시니 그래서 내려왔슈. 서울서 잘 살았으믄 솔직헌 얘기루 안 내려왔쥬. 우리 집 식구가 싫다고 허는데 애들 데리고 와서 그냥저냥 살유, 귀향이라고 해서 동네 사람들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살쥬. 객지생활 한 30년 했거든? 5·16 터지고 올라갔지. 혼저. 서울 처음 올라가서 고생 많이 했쥬. 말하면 뭣혀. 처음에 을지로 갔지. 별 거 다했쥬. 밥 한 그릇 10원씩 허대. 하루에 40원 주는데 일요일 한 달에 한 번 놀아. 노는 날은 안 따져 줘. 극장 구경 헐 것두 읎슈. 아침에 밥도 싼 데서 먹구, 목욕비, 극장비도 못해유. 밥이 싸서 그러나 배고프고 그래유. 그 때 짜장이 6, 7원 했을겨. 아침에 그걸 먹는거지. 섬유계통 쉐타 짜는 일 했슈. 일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09-18 09:03 욕심 부릴 걸 부려야지, 뭣허러 욕심을 부려?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14> 욕심 부릴 걸 부려야지, 뭣허러 욕심을 부려? 작년까지 일 다녔어. 근디 올해는 한 번도 못 가고 그냥 있어. 내년이면 팔십이여. 칠순 잔치는 했어. 아들이 해줬어. 우린 농사두 읎구, 먹을거만 해. 금마면이 고향이여. 대교 거기서 살다가 화양리로 이사 갔지. 우리가 6남매딘 우리 언니는 덕정리 살고 난 여기 살고 동생 둘은 서울서 살고 둘은 금마 지서 있는데 거기서 살고. 스물한 살에 왔어. 으떻긴 뭘 워뗘? 그 땐 다 어려웠지.옛날에 시집살이 많이 했지. 술 잡숫고 옛날 어른들 다 그렇지 뭐. 지금은 그래도 잘 먹구 그런 할머니들이 텔레비도 못 보구 돌아가셔서 불쌍허지. 우리는 먹구 텔레비도 보는디. 신랑허구 시어머니허구 나허구 세 식구였어. 신랑 얻었어도 자기 방 와서 자라고 하고 그랬어. 그런데 가서 자나? 안 자지. 내가 가라고 했지.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10-10 09:14 “신랑이 애기 같더라니까. 난 다 컸지,열아홉이니”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15> “신랑이 애기 같더라니까. 난 다 컸지,열아홉이니” 와리 목과동. 나 시집 올 때 여기는 모과가 얼매나 많아 목과동이라 그럴가 했는디 모과도 읎대? 열아홉 살에 가마 타고 시집 왔지. 우리 신랑은 열여덟 먹었어. 가마 타고 시집 오는데 신랑은 앞에 오잖어. 뒤에 오는 가마가 뭐라 하냐면 ‘방방이 돌뫼서 돌리면 방방이 돌려라 쉬이 신랑 젖 먹고 싶다 한다’ 그랬어. 어려서 장가 가니 신랑 젖 먹고 싶단 소리여. 가마 속에서 들었단께. 신랑도 못 보고 시집 왔어. 초례 치르느라고 저 짝에 있는 신랑 요리 봤지. 신랑 각시허구 만나보도 안 혀. 그냥 어른들이 초례 지낼때만 보지. 왔다갔다나 했깐. 말허면 그냥 와서 사는겨. 애기 같더라니께. 나는 그 때 다 컸지. 열아홉이니. 신랑은 어려빠져. 핵교도 안 다녔어. 그 때 핵교 다니면 춤 춘다고 안 보냈어. 한글은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10-16 09:14 “여보 사랑해 그 말 들으니 오늘 죽어도 내 원이 없어”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16> “여보 사랑해 그 말 들으니 오늘 죽어도 내 원이 없어” 스물세 살에 왔어. 여기가 고향이여. 여기서 금곡리로 갔다가 아배 직업 따라 도루 나왔지. 저 위 양조장 위에서 살다가 집 지어서 일루 온 지 2~3년밖에 안됐어. 나는 나이는 비록 먹었어두 사는 게 복잡혀. 나는 친정에서 9남매고 시집은 10남매여. 난 9남매서 둘째. 아배는 10남매서 둘째더라구. 고향은 은하 대천리여. 3살 먹어서 일루 이사 왔대. 우리 아버지가 육촌 형님이 방앗간 하는디 우리 아버지 열아홉 살 먹어서 데려왔어. 걸음 아장아장 걸을 때 와서 여기 와서 늙어서 지금까지 살어.동기간이 9남매 하나 안 죽고 사는디 작년에 일곱째가 뭐가 비관해서 목 매달아 죽고 우리 여덟이 고냥이야. 어머니 아버지만 돌아가시고. 제일식품 거기가 내 바로 밑이여. 저기가 셋째. 요 바로 밑이 큰 오빠,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10-23 09:16 셋방 하나 얻을 돈 없어 얼매나 서운헌지···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17> 셋방 하나 얻을 돈 없어 얼매나 서운헌지··· 홍동면 수란이 고향이여. 왕지가 한 부락이었는데 다른 부락이 됐지. 스물한 살에 일루 왔어. 아버지가 엄해서 연애를 할 수도 읎어 중매해서 왔지.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동생, 시누는 결혼했구. 우리 아버지가 식구들 간편하다구 가라고 해서 왔지. 오남매 뒀지. 넷이 아들, 막내가 딸. 내가 안 뵈아서 애들 가르치느라 너무 힘들었어. 땅도 팔구 일도 무쟈게 했어. 우리 집 양반도 배운 거 읎은께 서울 가서 노동 일 했지. 그 어려운 벽돌 같은 거 빼고 나두 거기 가서 더러 일하고. 시골서 길쌈 삼베 700자까지 짰어. 1자가 1미터도 안 돼. 애들 등록금 허느라구 밤낮없이 삼은거여. 이빨로 삼아가지고 지금 이빨이 다 삭았잖아. 지금은 한 자에 만 원, 옛날에는 삼천 원했어. 700자 팔러 예산에 갔어. 엄청나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10-30 09:09 “다 얻어먹고 다니다시피 하고 살았지”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18> “다 얻어먹고 다니다시피 하고 살았지” 나 태어난디는 청양서 태어났지. 어머니 아버지가 나 열 살 먹어서 다 한꺼번에 돌아가셨어. 그래서 거기서두 넘의 불 때주고 밥 얻어먹고 그러구 컸어. 어머니는 음력 9월에 돌아가시구 아버지는 음력 10월에 돌아가셨지. 아버지가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이것들을 으떻게 델고 사느냐구 그렇게 우시더니만 담달에 돌아가시더라구. 큰 언니는 시집을 갔었고 오남매가 나무 해다 주고 그렇게 살았지. 여동생이 다섯 살이었는데 말도 못하게 고생했어. 부산인가 어디루 보냈는디 애들 봐 주고 밥 준다고 해서 그 때 일곱 살에 부산 갔어. 그랬는디 거기서 밥도 안 주고 때리고 그러드랴. 연탄 땔 때인데 냉방에서 담요 하나 주고 자라 하더래. 밤에 몰래 나와서 부뚜막에 엎드려 잤대. 그러다 그 집 세 사는 이가 너 차 태워주면 갈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11-06 09:15 아들 낳을라구 자꾸 낳아 줄줄이 사탕이여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19> 아들 낳을라구 자꾸 낳아 줄줄이 사탕이여 내 결혼해 애기를 낳는데 에구 넘 부끄러워 말 안 할래. 첫 애 딸을 낳는디 그 뒤로 쭉 딸을 일곱 개 쭉 낳어. 벌어먹고 살 길은 읎구 재산도 읎구. 시대를 잘못 타고났어. 어려운 건 괜찮은디 왜정에서 인공 때 피난 다니느라 공부를 못 한거여. 거기에 원이 돼서 딸 일곱 가르치며 먹고 살려니 좀 어려워? 논 한 되지기, 땅 한 되지기 읎구 두 몸땡이 뿐이여. 날르고 뛸려니 비오는 날도 벌러 나가야써. 하두 살기가 힘들고 고달프기 땜에 세상일을 뭐를 몰르고 살은거여. 열심히 벌어 그것들 가르키느라.그 때는 왜 그렇게 아들 아들 했나 몰라. 아들 낳을라구 자꾸 난겨. 줄줄이 사탕이여. 내가 말이고 얘기니까 이렇지 얼매나 무슨 고생 뭣헜겄어. 시어머니 시아버지는 너 딸 낳서 으떡헐래 한 마디 못 들어봤슈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11-12 09:12 누가 그러거나 말거나 악착같이 했슈 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20> 누가 그러거나 말거나 악착같이 했슈 예산군 대술 거께서 우리 언니가 사는디 언니가 중매해서 글루 스물다섯 살에 시집갔어. 우리 엄마가 미신을 많이 익혀 가지구 스물다섯 살 먹어 시집가야 고생 안한다고 해 보냈대유. 저 양반은 스물아홉이구. 저 양반은 읎은께 장가를 못 들구. 우리 오빠는 내가 농사를 처녀적 부터 졌슈. 군인가는 바람에 그 때만 해도 3년인가 4년 군인 생활 하잖어. 나하고 둘이 농사짓는데 오빠가 군대 간 사이 논을 서마지기 샀어. 그런데 우리 오빠가 고생했다구 시골로 안 보낸다구 예산서 가게 보는 둘째 아들인데 거기를 얘기했어. 나는 국민핵교도 안 나왔는디 가게 보면 이걸 다 해야잖어. 그래 거기루 안 간다고 했지. 돌아다니며 장사헌다구 나는 살림허믄 고생 덜할 것 같아 그렇게 했더니 우리 오빠가 반대를 하는 겨. 결국 내가 기획특집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2018-11-25 09:16 처음처음1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