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왕포천 ‘악취하천’ 오명 벗고 생태하천으로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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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왕포천 ‘악취하천’ 오명 벗고 생태하천으로 ‘환생’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1.07.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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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생태하천 복원, 주민들의 행복공간 복원이다 〈3〉
부여 왕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조감도(금강유역환경청)

하천의 치수, 삶의 질 향상 위해 자연공생과 친수기능 확보 증대
도심하천 중심 지방하천, 새로운 문화예술·여가공간 탄생을 꿈꿔 
하천습지서 얼록동사리·수달·원앙 등의 천연기념물 서식도 확인돼
왕포천, 환경부 2020년 생태하천 복원사업 우수사례 최우수 하천

 

우리의 하천은 맑고 투명한 모습 그대로 수천 년을 유유히 흘러온 삶의 근원이자, 온갖 종류의 물고기와 곤충 등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공간’이었다. 여름철에는 멱을 감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아늑한 ‘휴식의 공간’이기도 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우리의 하천은 안정적이고 풍부한 수자원을 공급해주는 ‘문명의 도구’로써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반면, 홍수가 발생해 인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재앙의 원인’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의 하천은 홍수조절과 용수 확보를 위한 댐 건설, 치수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하천 개수와 관개사업 등과 같은 치수(治水)와 이수(利水)의 관점에서 관리돼 왔다. 그 결과 홍수와 물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반대급부로 ‘생명의 공간’이라든가, ‘휴식의 공간’으로서의 하천을 잃어버리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던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하천의 치수 안전도 향상과 아울러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자연공생과 친수기능을 확보하려는 사회적 요구가 다각도로 증대되고 있는 현실적 측면이 있다. 기존의 성장과 개발 위주의 사고는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삶의 질과 환경을 중시하는 지속가능성에 입각한 하천관리의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천복원의 개념이 잘못 인식되면서 돌이나 나무, 거석 등 과다한 재료를 이용해 하천을 조성함으로써 또 다른 인공하천을 만들거나 검증되지 않은 공법이나 재료를 사용, 하천재해의 새로운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주목할 일이다. 아직도 문화예술, 여가공간으로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방의 소규모 도심하천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렇듯 도심하천을 중심으로 지방하천도 새로운 문화예술, 여가공간으로의 탄생을 꿈꾸고 있는 것이 현실적 추세다. 지역주민과 지자체, 시민단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도심하천을 문화예술 공간, 여가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이렇게 도심의 자연하천이 또 다른 모습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하천으로 충남 부여의 왕포천도 꼽히고 있다.
 

왕포천.

■ 왕포천, 자연생태하천 복원사업 추진 성과
우리나라 하천은 91%가 지방하천이며 나머지 9%정도가 국가하천으로 분류된다. 하천의 물줄기는 지방 2급 하천에서 시작된다. 지방 2급 하천은 부여 왕포천과 같은 하천 3773개(연장 2만 5651㎞) 지류다. 이들은 지방 1급 하천(총 52개, 연장 1151㎞)으로 흘러들어 작은 강을 이루고, 다시 강과 같은 국토의 줄기인 국가하천(총 61개, 연장 2981㎞)에서 만난다. 국가하천은 건설교통부, 지방하천은 각 지자체에서 관리한다. 

또 하천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폭 2m, 연장 500m 이상으로 2만 5073개의 총연장 3만 8862㎞에 달하는 소하천들은 행정자치부가 소관하고 있다.

특히 충남지역 하천에서 주목되는 생태하천 복원 사례로 자연형 하천인 부여의 왕포천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주관한 2020년도 생태하천 복원사업 우수사례 선정 평가에서 최우수 하천으로 선정되기도 한 부여 왕포천은 부여 오석산 자락에 있는 청마산성 아래 계곡에서부터 발원해 부여를 가로질러 금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왕포천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백제 역사와 생태환경이 만나는 생태하천’을 목표로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부여 동남리 일원에서 자연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추진됐다. 왕포천의 생태하천에 대한 환경복원사업은 생태적 수질정화 비오톱시스템을 도입해 하천 오염 전 비점오염원을 저감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인 사적 제135호 궁남지와 연계한 친환경 수변공간 조성으로 생태하천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여하수처리시설에서 발생되는 처리수를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지난 2016년 5월 준공 후, 사후관리 기간 동안 대상지에서의 처리효율은 BOD 59.2%, SS 83.7%, T-N 35.1%, T-P 39.0%의 높은 수질정화 개선 성과가 확인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2019년도까지 생물상 조사결과, 복원 전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하천습지에서 얼록동사리와 같은 한국 고유종과 수달(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 천연기념물 제 330호)과 삵 등의 서식처 복원이 확인됐으며, 2016~2019년도 조사에서는 원앙(천연기념물 제 327호)의 서식도 확인됐다.
 

왕포천습지.

■ 왕포천, 차별화된 목표 수생태계 기능 개선
자연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성공리에 마친 부여 왕포천은 복원사업 이전만 해도 금강으로 유입되는 지천으로 하수처리장의 방류수와 농경지 비점오염원이 뒤범벅돼 생태적 수질개선과 단절된 생태계 복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특히 생태적으로는 기존 콘크리트 보, 돌망태 호안 등에 의해 생태계가 단절됐고, 일년초 등 유입종이 제한돼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더불어 하천 주변이 저지대의 농경지로 이뤄져 강우 시에는 상습 침수지역이라는 오명과 함께 명소인 궁남지와 인접한 하천부지로 지역주민을 위한 생태여가활동 욕구로 민원이 빗발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왕포천이 수생태계가 숨을 쉬게 되자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원앙이 찾아왔으며, 또 원형에 가까운 자연습지가 조성되고 황토길이 만들어지면서 건강한 생태하천으로 다시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여군은 지난 2014년부터 총사업비 29억 원(국비 70%, 지방비 30%)을 투입해 생태하천 복원에 나섰다. 우선 금강 상류와 인근 농경지를 연계하는 생태적 핵심거점으로 다양한 생물상 복원과 얼록동사리 등 자생종, 수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의 서식지를 조성했고, 이어 저지대의 특성을 고려한 생태공학적 접근을 통해 홍수 때 안정성이 검증된 생태적수질정화비오톱을 통해 치수안정성을 확보했다. 또 맑은 물 확보와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위해 규칙적인 관찰과 관리를 통해 하천의 유량은 물론 하안의 상태가 최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수리적 안전성, 자연적인 경관성, 휴식공간으로의 쾌적성, 생태적 기능 등을 유지·보완되도록 적절한 방법을 적용했다. 특히 시설물 유지·관리를 위해 주 1회 이상 현장 점검 실시하고, 다른 하천의 단순 제초작업과 같은 사후관리가 아닌 왕포천만의 차별화된 목표를 실행하면서 사업전보다 전반적인 수생태계 기능이 개선됐다.

이러한 노력 끝에 생물상 조사결과 하천습지에는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찾아오고 한국 고유종인 얼록동사리를 비롯한 다양한 종의 담수어류와 수생태계가 서서히 살아났다. 특히 수달의 서식처 복원이 확인돼 건강한 먹이피라미드 기능이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큰 수확으로 평가된다. 또 준공 이후부터 수질정화 여부를 살펴보면 BOD 71.4%, SS 93.6%, T-N 50.2%, T-P 69.3%로 안정적인 처리효율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적인 하천 원형 경관으로 변신한 왕포천 친수공간은 궁남지 등 부여의 역사문화 관광지와 연계된 생태환경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2018년 ‘생태하천복원사업 수질개선 현황 및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주민 94%가 긍정평가를 내려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왕포천 복원의 성공 요인은 △실행 계획부터 유지관리까지 전 프로세스과정에 생태환경전문가에 의한 통합적 수행 △검증된 생태적 수질정화습지 도입 △생태·환경·경관적 특성에 맞는 환경시스템 적용과 복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생태하천복원사업 완료 후에도 수질개선과 수생태계복원효과를 지속하기 위해 하천과 유역 내 비점오염원의 예측 불가능한 변화과정의 생태·환경적 특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왕포천은 이제 주변에 위치한 궁남지 뿐 아니라 금강 유역의 생태계와 서식처가 연계되고, 하천을 따라 이동하는 종의 서식처로 역할을 하면서 지역 최고의 생태환경 명소인 궁남지를 중심으로 백제시대 부여의 역사와 생태환경이 만나는 역사·문화체험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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