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 전국 최대 규모 전통오일장 “없는 물건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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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시장’ 전국 최대 규모 전통오일장 “없는 물건이 없네”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1.07.1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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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활성화, 그곳엔 삶과 문화가 흐른다 〈3〉
모란시장. 날짜에 4와 9가 들어간 날에 열리는 전국 3대오일시장이다.

성남의 역사에 ‘모란’이라는 지명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60년
모란개척단, 하천부지와 황무지 등을 개간해 협동농장을 만들어
김창숙, 고향인 평양과 모란봉을 연상해서 ‘모란’이라고 명명해
모란민속5일장, 4·9일장으로 522개 점포·품목별로 고객을 맞아

 

전국 최대 규모의 전통재래시장인 경기 성남의 ‘모란시장’은 4일과 9일, 즉 5일에 한 번씩 도심한복판의 300m에 달하는 거리에 형형색색의 파라솔이 펼쳐지며 장이 선다. 

성남에는 예로부터 부르거나 행정적으로 정하지 않았는데도 지명으로 자리 잡은 곳이 있다. 그 대표적인 지명이 ‘모란시장’과 ‘모란역’이 있는 ‘모란’지역이 그렇다. 정식으로 행정동(洞)의  이름도 아닌 ‘모란’으로 불리는 지명의 유래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성남 역사에 ‘모란’이라는 지명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60년이라고 한다. 당시 수십 명의 제대군인이 지금의 모란역 네거리 인근에서 ‘모란개척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모란역 네거리와 남한산성을 연결하는 ‘산성대로’는 원래 남한산성 남문 아래 계곡에서 발원한 ‘단대천’이 흐르던 곳이었다고 한다. 인근 ‘둔천대로’에는 ‘대원천’이 흘렀는데, 이 두 하천은 ‘탄천’까지 흘러들어간다. 현재는 모두 하천 위를 시멘트로 덮어 도로가 됐다고 한다. 모란개척단은 1960년대 ‘단대천’과 ‘대원천’ 인근의 하천부지와 황무지를 개간해 협동농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을 이끈 사람은 예비역 대령출신인 김창숙(金昌淑, 1926~1991)이었는데, 독립운동가 김창숙(金昌淑, 1879~1962)과는 동명이인이었다. 이렇듯 ‘모란’이라는 이름은 김창숙의 고향인 평양 ‘모란봉’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김창숙은 5·16 군사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선 1961년에 경기도 광주군수가 되지만 구호양곡 횡령 사건으로 3개월 만에 퇴임한다. 

제대군인들이 황무지를 개간해 농지를 만드는 것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많이 볼 수 있었던 광경이었다. 당시 제대군인과 상이군경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으로 장려했기 때문이다. 자료에 의하면 1950년대 말 제대군인 숫자는 100만 명에 육박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사회 정착은 국가적 관심 사안이었기 때문에 이때 제대군인을 활용한 귀농 정책이 나온 배경이라고 한다. 정부는 전국의 황무지와 하천부지를 개간하는 농경지 확대 정책을 펼쳤고, 여기에 제대군인을 투입하는 ‘협동농장 설립’을 장려했다. 1962년에는 ‘군사원호대상자 정착대부법’을 제정했는데, 제대군인의 농장 개간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였다. 

그 결과, 전국에 많은 ‘화랑농장’이 들어섰다. 지금도 그 흔적이 지명으로 남아 있는 곳이 많은데, 모란개척단의 ‘모란농장’이나 ‘모란마을’도 그 사업의 연장선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모란개척단에는 제대군인과 실향민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1965년에는 100여 가구 500여 명에 육박했는데, 인구가 늘자 자녀 교육을 위해 ‘풍생중학교’의 모태가 된 ‘모란학원’을 세웠고, 통신 수요가 늘어 별정우체국인 ‘모란우체국’도 세웠으며, 이 시기에 ‘모란시장’도 열렸다고 전한다.
 

모란장.

■ 모란시장, 모란역, ‘모란’이 고유명사 되다
1970년대 초반에 벌어진 ‘모란단지 개발계획’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부동산 사기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럼에도 ‘모란’은 이 지역의 지명으로 살아남았고, 오늘날 성남에서 가장 활기를 띠는 지역이 됐다. 모란개척단 초기에 자그맣게 들어선 ‘모란시장’은 수도권의 대표적 5일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상설시장도 있는데, 한동안 참기름과 들기름 등을 짜는 방앗간과 가게가 몰려 있는 골목과 각종 가축고기를 파는 거리가 전국에서 유명하기도 했다.

모란지역은 성남과 인근 도시들을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을 맡기도 한다. 버스터미널이 야탑동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모란에 터미널이 있었다. 모란시장 앞 성남대로에는 서울은 물론 광주시와 하남시, 용인시를 잇는 버스 노선들이 지난다. 모란역에는 ‘수인분당선’과 ‘서울지하철 8호선’도 지나가고 있다. 

모란지역은 행정적으로 ‘성남동’이다. 성남에서 가장 먼저 개척된 상징적인 곳이라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성남동’보다 ‘모란’이라는 지명이 더욱 유명한 ‘고유명사’가 되면서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신개척지에 동네가 형성되자 지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김창숙은 마땅한 지명을 결정하고자 재향군인 개척대원을 모아놓고 숙의를 했으나 알맞은 명칭이 떠오르지 않자, 그의 고향인 이북의 평양에 두고 온 어머님을 그리는 마음과 모란봉을 연상해 ‘모란’이라고 명명했다고 전해지는 곳이 바로 현재의 ‘모란시장’이 있는 ‘모란’이다. 이렇게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삶의 터전에 대한 갈망으로 일궈낸 모란시장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도심 속 오일장이라는 특수성이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모란의 중심역할을 하면서 인근 지역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모란시장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됐고, 버스 터미널과 환승역이 생기면서 교통의 요새가 됐던 것이다. 
 

모란장.

■ 전국 최대 전통5일장, 품목별로 522개 점포
전국 최대 규모의 전통오일시장인 성남시 모란민속5일장이 올해 7월 4일장부터 522개 점포의 자리를 품목별로 새로 단장을 해 고객을 맞고 있다. 
기자가 찾은 지난 4일의 모란장은 장마철과 겹쳐 비가 내리면서 시장은 어수선한 모습이었지만 사람들이 몰려든 모습은 다른 전통재래시장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몇 백 개의 파라솔이 형형색색 펼쳐진 모습은 모란민속5일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광경으로 다가왔다. 또 모란시장에서도 다른 전통재래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징적인 것은 시장의 구성이 부서별·종목별로 잘 나누어져 있어 장보기가 편리하다는 점이다.

장터 입구에 화려한 색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화훼부를 시작으로 잡곡, 약초, 의류, 신발, 잡화, 생선, 야채, 음식, 고추, 애견, 가금 등의 순으로 시장이 바둑판처럼 잘 구성돼 있다. 상인과 손님들의 설명에 따르면 모란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고추부’라고 전한다. 도시의 5일장인 모란장에서는 서울과 인천, 경기도 남부지역의 고추방앗간을 상대로 고추도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란다. 일부 고추도매상들은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고추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수도권의 고추시세가 모란장의 시세에 따라 결정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모란장 주변 기존의 장터에는 고춧가루와 기름을 짜는 방앗간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 고추부와 함께 모란장의 대표적 부서라고 할 수 있는 애견부에서는 애완견과 특수견, 잡견이 주로 거래되고 있다. 그 옆에는 모란오일장의 또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시장에 온 사람들이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먹거리시장(음식부)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모란민속5일장은 지난 2018년 2월 성남동 4870번지에서 현재의 성남동 4931번지 부지로 옮겨와 3년간 운영해 본 결과와 고객들의 요청, 시장상인회와 협의 내용을 토대로 장터 환경을 새롭게 바꾸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기존에 농수산·공산·음식·진입·고추도매 등 5개부로 나누던 품목을 야채·과일, 수산, 애견, 가금, 민물, 뻥튀기, 화훼, 약초·잡곡, 고추(소매), 공산·잡화, 스낵, 의류·행거, 음식, 품바, 고추(도매), 할머니 매대 등 16개부로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품목을 쉽게 찾아 구매할 수 있는 장터 환경을 만들려는 취지로 보인다. 세분화한 품목 중 할머니 매대는 기존에 진입부로 분류하던 75세 이상 어르신들의 입점 매대다. 성남대로 장터 입구 방향에 25개 매대를 전면 배치해 어르신들이 커피, 마늘, 약초, 상추 등을 판매하는 매대다. 

오는 8월 4일부터는 장터 음식부 쪽에 윷놀이, 투호 등 민속 전통놀이 체험장과 고객 쉼터를 마련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끝자리 4일과 9일에 열리는 모란민속5일장은 중원구 성남동 4931 일원 여수공공주택지구에 1만 7000㎡ 규모의 주차장에 점포가 차려져 장이 선다. 휴게 공간, 지하 1층~지상 2층의 지원센터, 화장실 등의 부대시설(5575㎡)도 갖춰져 있다. 모란민속5일장은 평일 최대 6만여 명, 휴일엔 10만여 명이 찾는다고 전한다. 

모란시장상인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모란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이긴 하나 점포가 아니라는 이유로 인증을 받지 못해 국가차원의 지원은 받지 못하고 오로지 상인들이 꾸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2월 24일부터 지난 1월 24일까지 25차례 휴장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모란우체국. 모란 지역에 통신 수요가 많아지자 생긴 별정우체국. 나중에 성남우체국과 합쳐진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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