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과 공존 명맥 잇는 ‘안성전통시장’ 추억·정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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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과 공존 명맥 잇는 ‘안성전통시장’ 추억·정 넘쳐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1.09.0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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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활성화, 그곳엔 삶과 문화가 흐른다 〈7〉
안성맞춤오일장은 2, 7일에 열린다.

‘안성맞춤’ 안성에 유기를 주문해 만든 것처럼 정확하게 맞는 일 통칭 
 조선시대의 안성은 전주, 대구 등과 함께 규모가 큰 안성장이 섰던 곳
 안성중앙시장, 상설시장과 5일장 난전, 안성맞춤시장 ‘청년생생몰’운영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전통시장 활성화 위해 대규모 점포 등록 제한

 

우리가 흔히 ‘안성’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은 바로 ‘안성맞춤’이다. 안성에 유기를 주문해 만든 것처럼 잘 들어맞는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자로 잰 듯 꼭 맞는 물건이나 정확하게 들어맞는 일 등을 통칭해 사용한다. 

청년상인 창업거리가 있는 안성중앙시장.

안성은 고을 이름부터 푸근하고 넉넉하다. 예로부터 산수가 온화해 자연 재해가 없고 각종 물산이 풍부해 살기 불편함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 이름에도 편안할 ‘안(安)’자가 들어갔다.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에도 “안성은 경기와 호남바닷가 사이에 있어 화물이 모여 쌓이고 공장과 장사꾼이 모여들어 한양 남쪽의 한 도회로 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렇듯 살기 좋은 안성은 안성장에 가면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안성장은 끝자리가 2와 7로 끝나는 날 안성중앙시장 주변 200여m구간에 T자 형태로 늘어선다. 지금은 옛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현대화된 시장분위기를 풍기지만 구수한 인심이 넘치는 옛 장터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곳이다. 

안성맞춤시장과 안성중앙시장의 입구는 사진의 거리를 기점으로 나뉜다.

조선시대의 안성은 전주, 대구 등과 함께 규모가 큰 장(안성장)이 섰던 곳이다. 그래서 안성장은 대구장, 전주장과 함께 ‘조선 3대장’으로 불렸다.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 등 삼남지방에서 출발해 한양을 가는 지방의 상품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안성이 동래~대구~충주~용인~한양으로 이어지는 영남로와 영암~나주~정읍~공주~수원~한양으로 이어지는 호남로가 만나던 지점이었던 까닭이다. 안성이 곧 동서와 남북의 물산들이 모이던 물산집하장으로의 역할을 한 것인데, ‘이틀이레 안성장에 팔도화물 벌일 렬(列)’이란 천자문 풀이도 있었으며, ‘안성장은 서울의 장보다 두세 가지가 더 난다’는 속담이 생길 정도였다고 한다. 그만큼 상품의 종류가 많고 값도 쌌다는 뜻이다. 

‘영조실록’에는 ‘안성장의 규모가 서울의 이현시장이나 칠패시장보다 커서 물화가 모이고 도적떼들도 모여든다’는 기록이 있고,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서 허생이 서울로 모이는 물산을 매점매석하기 선택한 곳이 바로 안성장이다.
 

■ 안성장, 조선 3대장으로 불릴 만큼 컸다
안성맞춤의 원조인 ‘안성장’은 안성중앙시장 인근인 서인동 한강약국 사이의 도로변에서 매달 2·7·12·17·22·27일 열린다. 장날마다 안성중앙시장 일대에 100여 개의 노점이 열리는 것이다. 장거리는 오전 10시쯤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수도권에서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기도 안성의 오일장이다. 

끝자리가 2와 7로 끝나는 날, 안성중앙시장 주변에 T자 형태로 들어서는 안성장은 조선시대 대구장, 전주장과 함께 조선 3대장으로 불릴 만큼 컸다. 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10시가 넘어서면서 부터인데, 예로부터 안성장은 소를 사고파는 우시장으로도 유명하다. 시장 한 켠에 있는 식당에서 매콤하고 얼큰한 국밥 한 그릇을 먹고 나면 나른한 몸이 보약 한 첩을 먹은 것처럼 몸에 힘이 솟는다는 말도 전해진다. 

코로나19시대, 마스크를 쓴 행인들이 노점을 둘러보고 중앙시장 아케이드 안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아케이드 안은 추억이 깃든 골목처럼 보인다. 빛바랜 회색건물, 옹기종기 붙은 간판들, 그 위로 거리등과 함께 걸린 원형의 안성시 마스코트 ‘바우덕이’ 캐릭터가 눈에 들어온다. 상점과 상점 사이에 놓인 길 한가운데에는 농산물을 파는 노점들도 있다. 아케이드 안의 저잣거리에는 장을 보기 위해 나온 행인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안성중앙시장은 지난 2007년 인정시장으로 지정된 상설시장으로, 오일장이 있는 곳이다. 시장이 형성된 지 50년 정도 됐다고 전해진다. 채소·청과류·수산물·건어물·기타 잡화류 등 60여 개의 점포로 구성돼 있으며, 시장 규모는 대지면적 4959㎡에 점포 면적은 3306㎡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이곳은 옛 버스터미널을 사이에 두고 T자 형태로 200m 정도의 거리에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인근의 안성맞춤시장보다는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라고 한다. 

현재 안성지역의 시장들은 2000년대 인구가 증가하면서 함께 들어선 대형유통과 젊은 층의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상권이 약화됐다고 전한다. 또 지난 2008년 서인동에 있던 버스터미널이 가사동으로 이전된 일도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선 오일장인 ‘안성장’이 꾸준하게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안성시와 중앙시장상인회에 따르면, 장날이면 중앙시장으로의 유동인구가 제법 된다고 한다. 맞은편의 안성맞춤시장은 수선집과 옷가게 등이 많은 반면 안성중앙시장은 먹거리 관련 가게들이 집중해 있으며, 오일장이 인근에서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안성중앙시장은 식품 관련 상점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시장 인근이나 안성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성맞춤시장.

■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전통시장 활성화 
안성맞춤시장은 옛 정취만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현재 안성시는 ‘청년생생몰’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생생몰이란 안성시가 청년상인 창업지원 희망자를 모집해 임차료, 인프라 구축, 홍보·마케팅 비용, 컨설팅 비용 등을 지원한 가게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청년생생몰은 ‘청년상인 창업거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거리에는 청년들의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과 맛집 등이 공존해 있다. 청년생생몰은 전통시장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깔끔한 간판과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수제버거집과 스테이크, 은반지 공예, 뷰티샵 등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이마트가 안성맞춤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오픈해 동네마트인 화인마트와 함께 공간을 나누어 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청년상생카페, 어린이희망놀이터 등을 함께 운영하는데, 전통시장의 주력 상품인 신선 식품과 주류, 담배 등은 판매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대립하고 있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성전통시장은 크게 안성맞춤시장과 안성중앙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입구에 보이는 갓 모양의 큰 도로를 중심으로 두 시장이 나뉘는데, 안성중앙시장은 상설시장과 5일장의 난전이 서는 곳으로 주로 먹거리가 많고 안성맞춤시장은 청년몰을 포함해 옷, 포목, 그릇 등의 물건이 많은 편이다. 뭐니 뭐니 해도 전통시장분위기는 안성맞춤오일장에서 제멋을 느낄 수 있단다.

안성은 교통의 요지로 접근성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아 조선의 3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유명했다. 특히 박지원이 쓴 허생전에서 허생이 과일을 매점매석해 큰돈을 벌었던 지역이 바로 안성장이라고 전해질 정도다. 가장 오래된 안성장은 정기시장이 열리지 않으며, 특히 장날에는 안성지역의 특산물을 만날 수 있고, 전국의 장날만 찾아다니는 장꾼들이 모여 평소에 없던 새로운 물건을 가져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정찰제가 없는, 인심에 따라 흥정이 오가는 장날의 풍경이 아직도 살아 숨 쉬는 곳이 바로 안성장이다. 안성시에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해 이 지역에서는 대규모 점포의 등록이 제한됐다는 설명이다. 

세련과는 거리가 먼 곳, 거칠지만 훈훈한 정이 있으며 흥겨운 흥정이 있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약간은 조잡하고 투박하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민낯을 만날 수 있는 곳, 서민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 바로 장터다. 휴일이 따로 없었던 시대, 장날은 최고의 휴일이었다. 장날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씨름판이나 놀이꾼들이 모여들어 재주를 부렸기에 축제의 날이기도 했다. 
전통시장은 예로부터 아랫마을과 윗마을의 소식이 전해지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만남과 교류의 장이었다. 시장은 또 아이들에게는 ‘장’이라는 곳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메마른 세상에 정이 오간다는 현실을 알려줄 수 있는 산교육의 장이 되기도 하며, 어른들에게는 지친 사회생활에서 옛 어릴 적의 향수를 느끼며 세상은 아직 따듯하다는 걸 잠시나마 느끼게 해주는 친근한 공간이 아닐까. 

안성시 5일장 풍경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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