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독일마을, 청년군수의 지방자치 대표적 성공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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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독일마을, 청년군수의 지방자치 대표적 성공사례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1.09.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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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혁신도시, 테마·스토리 입혀야 사람이 몰린다 〈4〉

 새로운 브랜드 도시를 창조하기 위해서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제안하고 혁신적인 도시를 디자인해야 하는 일은 이제 기업만의 일은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도시는 그 존재 가치가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충남도청소재지인 홍성과 예산의 내포신도시에 ‘충남내포혁신도시’ 조성을 계기로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도록 테마와 스토리가 담긴 공동체마을을 조성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를 통해 관광객들과 사람들이 몰리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남도에서는 내포신도시 초입인 용봉산 자연휴양림 진입로 주변에 전통 한옥마을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등 도시조성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도시에 테마와 스토리 등을 입혀 관광객들이 몰리고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매력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충남내포혁신도시와 홍성·예산의 원도심에 대한 도시개발 방안과 발전전략 등을 선진사례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남해 삼동면에 자리한 독일마을은 양쪽 팔을 펼쳐 남해를 가슴에 안고 있는 형국으로 독일 전통 양식의 주택이 어우러져 있다.

 1963~1977년까지 광부 7936명, 1976년까지 간호사 1만 1000명 서독행
경남 남해군, 1960년대 독일에 파견된 교포에 삶의 터전 제공 취지 조성
독일 파견 1세대 교포 40가구 45명이 입주해, 전통적 독일식 주택 세워
독일마을, 한국관광 100선 ‘관광 남해’견인, 맥주축제·체험프로그램 인기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마을 해안의 산기슭에는 여느 어촌마을과 사뭇 다른 이국적인 풍광이 펼쳐지는 마을이 있다. 남해 삼동면에 자리한 독일마을은 양쪽 팔을 펼쳐 푸르른 남해바다를 가슴에 안고 있는 형국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독일 전통 양식의 주택들이 어우러진 남해 독일마을의 풍경이다. 이곳 독일마을은 1960~1970년대 독일로 떠난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돌아와 정착한 마을이다. 우리나라가 빈곤하던 시절에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은 열심히 일해 월급을 대부분 국내로 송금했다.

남해파독전시관 전경.

이 돈은 형제자매와 부모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당시 외화가 부족하던 조국 대한민국에도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가 전후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되기도 했다. 1963년 12월 광부 247명이 서독행 비행기에 올랐고, 1966년에는 젊은 간호사들이 서독으로 떠났다. 이후 1977년까지 광부 7936명, 1976년까지 간호사 1만 1000여 명이 서독행 비행기를 탔다. 이 기간 독일에 간 광부와 간호사들이 우리나라로 송금한 금액은 1억 7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남해독일마을.

남해 독일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이국적인 분위기에 감탄하게 된다. 흰 벽과 주황색 기와지붕이 눈에 띄는 독일식 건물 40여 채가 모여 있는 풍경이 마치 그림과 같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곳 독일마을은 1960년대 산업일꾼으로 독일에 파견돼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독일 교포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제공해주자는 취지로 지난 2001년부터 남해군에서 조성한 곳이다. 초기에는 독일 파견 1세대 교포 40가구 45명이 입주해 살았고,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18가구 24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을 조성 당시 독일 교포들이 현지에서 가져온 건축자재를 이용해 전통적인 독일식 주택을 세웠다고 설명한다. 마을 너머로 푸른 남해바다가 넘실거리는 풍경이 그래서 더 이국적일까. 마을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정성스럽게 꾸민 정원이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는 이유다. 
 

남해독일마을.

■ 파독광부·간호사, 조국에 돌아와 마을조성
남해 독일마을에 대해 알아보자면 우선 김두관이라는 인물에 대해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김두관은 남해종합고등학교와 동아대학교를 졸업하고 20대 후반인 1987년에 남해군농민회 사무국장과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의 청년이장을 맡는다. 이어 1989년 지역신문인 남해신문을 창간, 1995년까지 대표이사와 발행·편집인을 맡아 지역언론의 텃밭을 일군다. 이후 1995년 지방자치체가 실시되면서 김두관은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민선 1기 남해군수(제38대)에 당선됐고, 민선2기 제39대 남해군수를 연임한다. 이후 행정자치부 장관과 청와대비서실 정무특별보좌관, 제34대 경상남도지사를 지냈고, 2016년부터 현재까지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남해독일마을.

1995년 남해군수에 당선된 김두관은 군수 재임 당시 지역 살림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고심이 깊었다고 한다. 당시 산업단지가 대대적으로 들어서 있는 전남 광양이나 여수 등 주변 지역과는 달리 남해군은 오로지 천혜의 자연환경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남해군에서 추진된 한 가지 방책으로 남해의 따뜻한 날씨를 활용한 동계스포츠훈련장인 ‘남해스포츠파크’ 조성이었다. 이를 계기로 남해군은 스포츠파크에 사용할 잔디를 알아보려 독일에 처음 문을 두드렸다. 겨울이 되면 누런색으로 변하는 우리나라 잔디와는 달리 사시사철 푸른 독일산 잔디를 수입하려고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남해군은 독일의 북부도시 노드프리슬란트(Nordfriesland)와 1997년 자매결연을  하고 교류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일한 교포들이 은퇴 이후 조국에 돌아와 마을을 꾸리고 살고 싶다는 뜻을 남해군 측에 내비쳤고, 그때 친형이 파독 광부였던 김두관 군수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독일마을을 조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마음을 읽은 김두관 군수는 이들의 바람을 현실화하는 동시에 남해에 유럽 문화가 담긴 색다른 관광지를 조성함으로써 남해 주민들의 소득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결국 이들이 돌아올 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부지 마련과 도로, 상하수도, 오수처리장, 전기시설 등의 기반시설 설치는 남해군이 맡기로 했고, 건물은 입주할 교포들이 정서에 맞도록 설계했던 것이 주효했다. 교포들은 독일의 전통주택 양식으로 마을의 콘셉트를 잡고 일부 주민들은 직접 독일에서 자재를 공수해 와 집을 짓기도 했다. 바로 지금의 독일마을이 ‘한국관광 100선’에 연속 선정되면서 이국적 풍경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남해독일마을.

■ 독일마을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 인기 
남해 삼동면 물건리 일대 9만 80㎡(2만 7249평)에 170여 억 원을 들여 조성한 독일마을에는 현재 44가구가 입주해 있다는 설명이다. 이제는 독일마을이 ‘관광 남해’를 견인하는 핵심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마을의 분위기만 ‘독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독일 스타일의 생활방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민박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국내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생활체험을 하는 기회가 되고 있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이곳 독일마을의 가정집들은 대부분 3층짜리 주택으로, 한 층에는 주인 가족이 살고 다른 층은 게스트하우스처럼 운영한다. 일부 건물은 교포 1세대 주인이 떠나고 외부인이 들어와 상업적으로 운영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독일 교포들이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겉모습만 유럽풍인 다른 숙박시설과는 다르다는 점에 자부심을 보이고 있다.

남해독일마을 머릿돌.

독일마을 숙소는 독일식 생활양식을 간접 체험하는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독일의 먹거리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직접 식당도 운영한다. 독일식 간이음식점인 ‘도이처 임비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포장마차 같은 곳이다. 이곳에선 독일 정통 방식으로 만든 수제 맥주와 소시지 등을 판매하고, 관광객들을 위한 독일식 수제맥주 공정 견학과 독일식 수제 소시지 만들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됐지만, 독일마을에서는 독일 뮌헨의 대표적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를 닮은 맥주 축제를 열고 있다.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는 전국적으로도 이름난 축제이며, 전국의 지자체 사이에서도 인정받는 지역축제로도 꼽힌다. 독일의 문화와 맥주, 정통 소시지 등을 즐길 수 있는 이 맥주 축제는 독일마을의 매력을 한껏 높이면서 남해형 풍류의 멋스러움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까지 각인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2010년 시작한 옥토버페스트는 마을 중앙광장인 ‘도이처 플라츠’에서 열린다. 한국에 사는 독일인들도 고향의 축제를 그리워하며 이곳을 찾을 만큼 현지 문화를 잘 살린 축제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광장 한쪽에는 독일 현지 물건을 판매하는 조그마한 기념품 가게도 인기가 있다고 전한다.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일 맥주와 과자, 축제 의상, 기념품 등을 판매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해 최고 200여 만 명이 찾을 정도로 명성이 높아진 독일마을은 이제 첫발을 내디딘 지 20여 년이 지났다. 파독 1세대의 정착마을을 넘어서 2세대, 3세대 자손들이 뿌리를 내려 살아갈 자부심 넘치는 남해 독일마을에는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등이 어우러져 ‘독일 밖에서 독일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경남 남해군이 공무원과 단체장의 감각과 의지로 찾아내 일군 독일마을의 매력이 지역발전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면, 충남내포혁신도시의 발전과 특색 있는 관광도시로의 활성화도 결국 지역주민들과 단체장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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