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지역 폐교, 예술인·지역주민 위한 창작공간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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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지역 폐교, 예술인·지역주민 위한 창작공간 재탄생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06.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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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 폐교의 재발견, 문화예술이 꽃피다 〈3〉
옛 순성초등학교 유동분교는 7개 교실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아미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농산어촌지역, 마을의 폐교를 문화재생이란 이름으로 탈바꿈
당진지역 폐교, 주민들과 예술로 상생·지역의 문화거점 활용
아미미술관, 예술인과 지역주민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재탄생
문화예술,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 복지 공간 등으로 재활용

 

농산어촌 지역의 폐교는 버림받은 농산어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슬픔과 아픔의 공간이다. 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폐교정책으로 문을 닫은 학교는 전국적으로 4000개교에 이른다. 1982년부터 지난 40년간 폐교된 학교는 전국 초·중·고 학교 수(1만 1700교)의 33%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폐교는 도시화가 시작된 1980년대부터 증가해 △1991년 147개교 △1992년 236개교 △1993년 209개교 △1994년 340개교 △1995년 327개교 △1996년 175개교 △1997년 153개교 △1998년 222개교 △1999년 610개교 등 1990년대에는 해마다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2003년부터는 누적집계가 3000개교를 넘어 지난해 3월 1일 기준으로 3834개교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전남의 폐교 수가 828개교로 가장 많다. 이어 경북(729개교), 경남(582개교), 강원(460개교), 전북(325개교), 충남(264개교), 충북(253개교), 경기(169개교), 인천(57개교), 부산(44개교), 대구(36개교), 제주(32개교), 울산(27개교), 광주(15개교), 대전(8개교), 서울(3개교), 세종(2개교) 순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농산어촌 지역의 경우 앞으로도 계속해 폐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문을 닫는 학교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농산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소재 초·중·고 폐교가 늘면서 지방 소재 대학들도 존립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쏟아져나오는 폐교의 관리는 지방 교육 당국의 숙제이고 앞으로도 골칫거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 캠핑장 등으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농산어촌 지역의 새로운 문화 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점에 주목할 때이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아이들의 숫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사라진 마을에는 폐교가 생겨날 것이고, 그 폐교를 활용하는 방법이 늘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처럼 폐교의 재생은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주목받는 사안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폐교활용의 성공사례는 자연스럽게 전국적인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골 농촌 마을의 폐교를 문화의 이름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폐교되는 학교를 가장 안타깝게 지켜보는 사람들은 바로 지역의 마을 주민들이다. 자신들이 다녔던 학교이자, 부모님들이 땅과 노동을 기부하며 세운 학교이기에 더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성장해 온 정서와 추억이, 농산어촌의 활기가 사라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당진지역에는 이러한 폐교에 미술관을 열어 주민들과 예술로 상생하며 지역의 문화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는 곳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 폐교 원형 그대로 보존한 아미미술관
충남 당진 순성면 성북리(남부로 753-4) 도로변에 있는 폐교인 순성초등학교 유동분교. 당장이라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우르르 뛰쳐나올 것 같은 이곳에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아미미술관’이 그곳이다. 지난 1993년 폐교 절차를 밟은 순성초 유동분교 건물인데 7개 교실이 아직 원형 그대로 보존돼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입구를 기준으로 오른쪽 2개 교실에는 설치미술이, 왼쪽 3개 교실에는 기획전시 작품이 채워져 있다.

아미미술관은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서양화가 박기호(68) 관장과 설치미술가 구현숙 작가 부부가 폐교된 옛 초등학교를 매입해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가꾸고 있는 곳이다. 박 관장이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와 작품활동을 할 공간을 물색하다가 1994년 폐교된 이곳을 빌려 작품활동을 하면서 건물 주위에 꽃을 심고, 나무를 가꿔놓으니 근처에 사는 지역주민들이 종종 구경하려고 찾아오는 것을 본 박 관장은 자신이 정성 들여 가꾼 작업실을 모두에게 개방해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생활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결심했다고 한다. 아미미술관은 학교 뒷산인 아미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아미미술관이란 이름도 학교를 품고 있는 ‘아미산’에서 따왔단다. 산의 능선이 마치 여인의 아름다운 눈썹을 닮아 ‘아미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친구’라는 뜻의 프랑스어 ‘아미(Ami)’처럼 가깝고 친근한 미술관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한다. 폐교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문화 소외지역의 예술인과 지역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아름다운 창작공간으로 재탄생한 이곳에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단연 주변과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 때문일 것이다. 본래 초등학교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보존한 이 공간에는 각종 식물과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지역의 건축과 문화·풍속·생활상 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생태미술관을 지향한 결과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꼽는다면 바로 온갖 꽃들이 만개하는 봄이다. 1만 5430㎡ 규모의 미술관 곳곳에는 백목련·벚꽃·수선화·진달래·튤립 등 꽃향기로 가득하다. 사진찍기 명소로도 알려지면서 20~30대 커플부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은 물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한마디로 남녀노소가 모두 찾는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미미술관은 당진은 물론 인근인 홍성·예산·서산·태안지역에서도 유일하게 등록된 사립미술관으로 지방에서는 드물게 학예사를 두고 15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기 기획전도 대도시 미술관 못지않게 열리는데, 계절별로 ‘아미의 작가들 展’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기획해 운영하고 있어 언제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전한다.

서울과 경기지역 등에서도 비교적 접근성이 좋아 당일 여행지로 유명해진 아미미술관은 인구가 줄어들어 폐교된 건물을 재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3000여  평의 부지에 300여 평 규모의 건물로 구성된 미술관은 5개의 전시실, 레지던스 작가들의 작업실, 숙소, 연구소, 관람객들을 위한 쉼터인 카페 등을 갖추고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다. 2010년 정식으로 문을 연 미술관은 이젠 한해에 12만∼16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고 전한다. 명절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료는 일반 6000원, 학생은 4000원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당진IC와 면천IC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 당진에서 다양하게 재활용되는 폐교 
현재 당진에서 활용되고 있는 폐교는 아미미술관으로 사용되는 순성초등학교 유동분교를 비롯해 당진외국어교육센터로 활용되는 면천초등학교 죽동분교, 합덕평생교육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우강초등학교 부장분교, 송악면 본당초등학교는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의료와 복지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문 노인요양시설인 실버프리로, 당진시 용연초등학교는 용연유치원으로, 우강면 내경초등학교는 우강농협 육묘장으로, 합덕 흥덕초등학교는 당진시가 2013년 9억 원에 노인여가 복지, 노인교실 운영 등 노인대학을 운영할 목적으로 매입했다. 또 당진 면천면 자개리에 위치한 2012년에 폐교된 옛 남산초등학교는 대지면적 1만 1701㎡, 건물 6동 1309㎡의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2015년 당진시가 7억 6000여 만 원을 들여 매입했고,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 해 문화예술공간,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 학교 역사관, 문화복지 공간으로 조성돼 ‘샘물마을예술학교’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1일 자로 폐교한 도성초등학교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보존관리 상태로 남아있다. 대호지면에 위치한 도성초등학교는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조금초등학교와 2014년 통폐합됐다. 이에 앞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마을이 가득 찼던 송산산업단지 현대글로비스 위치에 자리했던 송산면 가곡리의 가동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지난 2006년 유곡초등학교와 통합되며 폐교됐다. 폐교 이전까지 가동초등학교는 가곡리 주민들의 긍지이자 자랑거리였다고 한다.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가 학교에서 진행됐고, 주민들이 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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