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정수장은 ‘문화정원’ 옛 읍장관사는 ‘청춘관’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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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수장은 ‘문화정원’ 옛 읍장관사는 ‘청춘관’ 탈바꿈
  • 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6.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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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건물·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가치를 담다 〈5〉
옛 조치원정수장에 지역청년들이 문화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는 문화정원으로 재탄생했다.

폐공장·폐건물·폐가 등을 활용, 공간의 재생 통해 도시에 활력
오래된 건물 보존하고 역사성과 문화·예술적 활용 움직임 주목
옛 조치원정수장과 한림제지공장 등 폐산업시설 문화공간 개발
옛 여관·목욕탕, 읍장관사 등 청년·문화예술인 복합문화공간 조성

 

요즘 곳곳에서 폐창고나 폐공장을 비롯한 폐건물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개조해 문화예술·주민생활 공간 등으로 활용하거나 카페·레스토랑 등으로 이용하면서 그곳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문 닫은 폐공장이나 폐건물, 폐가 등을 활용한 공간의 재생을 통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색다른 문화예술 공간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모든 새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헌것이 된다. 헌것은 바로 옛것이며, 옛것은 옛날을 추억하게 만드는 소중한 것으로 현재에도 기억될까. 허름하고 낡아서 허물어져 가는듯한 이 폐허의 공간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이며 무엇 때문에 그럴까. 어떠한 감성이 헌것을 새것으로 거듭나게 하고, 무엇이 요즘 그곳을 가장 ‘핫’한 장소로 만들어 열광하게 할까. 

자세히 보면 완전히 망가지고, 버려진 공간이, 자꾸 사라져 가는 이런 공간의 추억이 산업화의 추억으로 살아나고, 근대의 기억으로 되살아날까. 오래됨의 미학, 오래된 것이 새롭다는 소위 모던(Modern·근대)의 시각에서는 오히려 낯선 감성이다. 최소한 지금부터 100여 년 전 한반도에 본격적인 근대화가 시작됐을 때 모던은 새것을 뜻했다. ‘모던걸’이나 ‘모던보이’ 등의 신식 스타일이 세상을 홀렸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바야흐로 빠르고 높고 강한 것이 ‘문명’의 이름으로 추앙받았던 시절이다.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불도저 개발주의’가 아니라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고 역사성과 문화를 잘 활용하자는 움직임에 주목할 일이다. 옛 건축물의 공간들이 속속 문화예술의 옷을 입고 거듭나고 있는 일은 고무적이다. 이른바 ‘근대유산 재활용’이라는 점에서 결국 오래된 것 자체가 아니라 ‘오래됨의 가치’를 어떻게 추구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조치원 한림제지 폐공장 전경.

■ 옛 조치원정수장·한림제지, 문화공간 활용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이 유휴부지를 활용해 시민들의 문화예술을 향유 하도록 다양한 문화 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치원 평리에 소재한 옛 조치원정수장이 시민들의 ‘문화정원(조치원읍 수원지길 75-21)’으로 재탄생했다. 옛 조치원정수장에 55억 원을 들여 지역 청년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거점인 조치원문화정원이 지난 2019년 조성됐다. 문화정원은 옛 정수장에 지역 청년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거점을 만드는 사업으로 지난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에 선정돼 시행됐다.

조치원읍 평리에 위치한 정수장은 1935년에 조성된 곳으로 2013년에 폐쇄됐으며, 기계실과 실험실, 정수장 등의 근대건축물이 입지해 있다. 지난 2016년부터 폐산업시설을 활용해 문화재생 시범사업인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조치원정수장을 문화공간으로 개발하고, 분리돼 있던 평리공원을 하나의 공간으로 묶어 1만 656㎡ 규모의 ‘문화정원’으로 만든 것이다. 문화정원은 기존의 정수장 시설(정수장, 저수조, 여과기)을 리모델링해 전시동과 관람동, 체험공간으로 만들고, 지역주민들이 문화예술은 물론 자연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생태수로와 녹색정원, 놀이정원 등을 조성하고, 교육실, 관리실, 휴게실 등이 입주하는 건물 1동(256㎡)을 신축했다.

세종시는 이와 함께 조치원읍의 중심지이자 도시 정체성을 상징하는 조치원역과 폐산업시설인 조치원정수장과 한림제지공장 등 세 곳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기능을 부여해 원도심 문화재생의 거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옛 한림제지공장 문화재생 사업은 131억 원을 들여 2020년까지 폐산업 시설을 매입, 근대건축물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7년 74억 원을 투입해 6169m²의 부지와 건축물(2387m²)을 매입했다. 옛 공장건물에 대한 리모델링과 공간 재창조를 통해 청년들이 디지털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과 전시를 연구 개발하고, 문화예술 산업과 관련해 시험과 생산도 할 수 있게 된다.

옛 한림제지 건물은 조치원읍 남리에 위치한 폐공장시설이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신일제사공장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져 광복 이후에는 삼충편물공장으로 쓰였다. 한국전쟁 때는 조치원여고 임시 교사(校舍)로 사용되기도 했던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애환과 추억이 세월과 함께 고스란히 담겨있는 장소다. 1974년부터 2003년까지 30년여 동안 한림제지공장으로 가동하다가 경영악화와 환경문제로 제지공장은 문을 닫았고 물류창고와 고물상 등으로 사용됐고, 일부분은 흉물스럽게 방치돼 왔다. 이후 폐공장으로 계속 방치되다가 세종시가 2017년 11개 공장건물과 부지를 사들였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유휴부지활용 문화공간 재생사업에 선정돼 도시재생 대상지가 됐으며, 새로운 조치원의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세종시는 조치원역, 문화정원, 옛 한림제지 등 3개의 거점을 축으로 한 조치원지역 문화재생사업을 2023년까지 완료하고 그 성과를 읍지역 전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북세종농촌중심지통합지구 활성화 사업비에서 지원한다.
 

옛 조치원읍장 관사를 리모델링, 도새재생 성과와 홍보공간인 ‘청춘관’.

■ 옛 읍장관사·목욕탕, 주민·청년들의 문화공간으로 조성
옛 한림제지 폐공장과 옛 조치원정수장인 문화정원은 폐목욕탕이자 여관인 청자장과 함께 문화거점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세종시는 조치원읍 옛 조치원정수장 부지에 문화체육관광부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비 55억 원을 들여 1만 656㎡ 규모의 문화정원을 조성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985년 조치원읍 상리에 지어진 여관과 목욕탕 건물인 ‘청자장’을 청년과 문화예술인의 단기 거주가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운영한다. 지하에는 전시와 이벤트가 가능한 다목적 홀이 들어서고, 지상에는 책 사랑방과 창작 스튜디오와 같은 다양한 문화시설이 갖춰졌다. 특히 일부 공간은 쉐어하우스나 게스트하우스로 조성해 단기 거주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기존의 옛 조치원읍장 관사를 리모델링한 조치원읍 신흥샛골3길 3에 만들어진 ‘청춘관’은 조치원 도시재생의 과거·현재·미래를 담아내고 있다. 신흥리 주민들과 지역 예술인들의 손길로 리모델링해 재탄생한 옛 조치원읍장 관사는 도시재생 홍보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규모는 연면적 107.37㎡에 지상 2층 건축물로 지난 2018년 6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6600만 원을 들여 1층에는 전시·이벤트 공간을 비롯해 영상실과 카페를, 2층에는 방문객 쉼터를 배치했다. 이렇게 탄생한 청춘관은 지난 2020년 6월 13일 문을 열고 지역주민들과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청춘관을 청춘조치원 투어코스로 운영하면서 도시재생 문화해설사들의 거점 활동공간으로 활용하고, 전시 콘텐츠 개발과 조치원의 도시재생 성과를 대내·외에 홍보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청춘관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평일 오전 10시~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다만, 전시회 개최와 청춘조치원 투어코스 운영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청춘관은 기획과 전시회 모두 주민참여로 이뤄지며, 이와 함께 9개 도시재생 공동체에서 생산한 총 42종의 생활용품과 기념품 등을 전시·홍보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앞으로도 청춘관은 문화와 문화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지역의 문화예술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청년들을 중심으로 문화산업이 발전하는 등 침체된 원도심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종 행사와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신흥1리 마을회관에는 외딴말박물관이 조성돼 있다. 도시재생대학에 참여한 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최초의 리단위 마을박물관으로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조치원문화정원.
옛 조치원정수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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