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문화숲길, 한국의 산티아고·천주교성지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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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문화숲길, 한국의 산티아고·천주교성지순례길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6.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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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숲길에서 내포문화숲길의 역사와 문화를 묻다 〈3〉
②내포문화숲길 내포천주교순례길 2
손자선 생가·다블뤼 주교관.

내포문화숲길에서 천주교순례길은 홍주천주교순교성지를 비롯해 예산의 여사울·배나드리성지, 당진의 솔뫼·신리성지, 서산의 해미성지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천주교 박해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내포의 사도라 불리는 이존창(루도비코)의 생가터인 여사울성지는 조선 후기 천주교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홍주천주교성지는 증거터, 순교터, 매장터 등 3곳이 함께 있는 성지다. 이곳을 연결하는 천주교순례길 구간 7.7㎞(내포문화숲길)의 숲길이 잘 조성돼 있다. 서산 해미순교성지인 여숫골은 천주교 박해 당시 충청도에서 붙잡힌 천주교 신자 1000여 명이 생매장 당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청은 지난 2021년 해미성지를 국제성지로 지정했다. 당진의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출생한 곳이다. 이곳에는 김 신부의 생가와 동상, 기념관 등이 있다. 국내 제1의 가톨릭 성지다. 합덕에는 합덕성당이 있다. 또 합덕의 신리성지는 조선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교우촌을 기념해 조성됐다. 신리는 간척사업으로 논이 생기면서 새로 생겨난 마을로, 이존창에 의해 천주교를 받아들인 곳이다. 
 

해미 천주교국제성지.

■ 해미 천주교국제성지 순례길
교황청은 지난 2021년 12월 15일 해미성지를 국제성지로 지정하는 교령(敎令·교황청의 공식 결정 문서)을 전달했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국제성지로 지정된 이후 국내에선 두 번째 사례다. 천주교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성지가 ‘국제성지’로 인정받는데, 전 세계적으로도 국제성지는 30여 곳에 불과하다. 해미천주교국제성지는 1866년 박해 때 1800여 명 이상의 천주교도가 처형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감옥 입구에 서 있는 수령이 300년 된 회화나무(충청남도기념물 제172호)가 그 흔적으로 당시의 상황을 전하고 있다. 이 나무에 신자들의 머리채를 묶어 매달아 고문했는데, 그 흔적으로 철삿줄이 나뭇가지에 박혀있다. 당시 이런 박해가 있던 이유에는 1866년 병인양요가 발발하고, 1868년에는 오페르트 도굴사건이 벌어지면서 외국인과 관련된 천주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런 우여곡절에서인지 천주교와는 큰 인연이 많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천주교 교인이란 이유로 해미읍성에서 열흘간 귀양을 살았으며, 2014년 8월에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방문해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주례했다.

해미순교성지인 여숫골은 천주교 박해 당시 충청도에서 붙잡힌 천주교 신자 1000여 명이 생매장 당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처형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자 해미천에 큰 구덩이를 파고 모두 생매장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당시 천주교 신자들이 ‘예수 마리아’를 부르자, 마을 주민들이 이 소리를 ‘여수머리’로 잘못 알아들어 지금의 ‘여숫골’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전한다. 현재 여숫골에는 생매장을 당한 이름 없는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높이 16m의 해미순교탑, 무명순교자의 묘, 노천성당 등이 보존돼 있다.
 

솔뫼성지

■ 솔뫼·신리성지·당진버그내순례길
당진 버그내순례길의 첫 시작은 솔뫼성지다. ‘소나무가 산을 이루고 있다’는 솔뫼는 사시사철 들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의 언덕이었다고 한다. 나지막한 언덕에는 소나무와 대숲이 소슬하고 송림 사이로 보이는 넓은 평야가 눈에 들어온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현재 성지를 비롯해 인근 마을까지 소나무가 우거진 동산이었고, 과거 성지 인근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당진시 우강면 솔뫼로 132에 위치하고 있는 솔뫼성지 중앙에 자리한 소나무 숲은 족히 수백 년이 넘은 고목들이 우거져 사방 어디에서 바라봐도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이곳은 600여 그루의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김대건 신부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심어진 나무들을 비롯해 그 수령만 100~300년은 족히 된다는 설명이다. 소나무숲 왼편에는 복원된 김대건 신부의 생가(국가사적지 제529호·충청남도문화재 제146호)가 있다.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출생한 곳이다. 이곳에는 김 신부의 생가와 동상, 기념관 등이 있다. 국내 제1의 가톨릭 성지다. 1984년 5월 한국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내한한 교황 요한바오로 2세로부터 김대건 신부가 성인으로 시성된 후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공경의 대상이 됐다.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적으로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솔뫼성지와 신리성지, 합덕성당은 모두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세 곳을 잇는 버그내순례길은 국내 최고의 순례길로 자리 잡았다. 버그내순례길은 솔뫼성지를 출발해 천주교 박해기 신자들의 만남의 공간이었던 버그내시장과 합덕성당, 조선 시대 3대 방죽 중 하나인 합덕제를 지나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샘인 원시장 우물터와 무명순교자의 묘역을 거쳐 신리성지까지 13.3㎞ 코스로 조성돼 있다. 버그내순례길은 2016년 아시아 도시경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합덕성당은 충청지역 최초의 본당으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벽돌과 목재를 이용한 벽돌조 고딕양식 건축으로 정면의 쌍둥이 종탑과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고 있다. 합덕성당은 당진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건축물이자 충청도 최초의 본당으로 1866년(고종3년) 병인박해 당시 수많은 선교사들이 합덕성당에 있다가 체포됐다.
 

신리성지 전경.

신리성지는 조선 후기 수많은 사람이 순교한 곳이다. 이곳에는 2017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순교미술관을 비롯해 순례성당과 사제관, 수녀원, 무명순교자의 묘 46기가 있다. 솔뫼성지에서 남서쪽으로 6㎞ 정도 떨어진 당진 합덕읍에 소재한 신리성지는 한국 천주교회 초기부터 신자와 순교자를 끊임없이 배출한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엔 성 손자선 토마스의 생가와 조선의 제5대 교구장 성 다블뤼 안 주교의 주교관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06년에 지은 성 다블뤼·성 손자선 기념성당은 가톨릭교회가 내세운 고딕양식이 아닌 현대식 건축양식으로 축성됐다. 성지 인근에는 32기의 머리 없이 발견된 무명순교자 묘와 14기의 손자선의 가족 순교자 묘 등 40여기에 달하는 순교자 묘가 안장돼 있다. 신리성지의 ‘조선교구청’은 1866년 병인박해 때 제5대 조선교구장 안 다블뤼 주교가 이곳에서 순교 사료를 정리하고 성서의 한글번역작업 등을 수행하다가 붙잡혀 보령 오천면 갈매못에서 처형당한 비극적인 역사를 지닌 곳이다.

신리성지는 조선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교우촌을 기념해 조성됐다. 신리는 간척사업으로 논이 생기면서 새로 생겨난 마을로, 이존창에 의해 천주교를 받아들인 곳이다. 1865년 위앵 신부가 신리에 들어왔을 때 400여 명의 주민 모두가 신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1986년 병인박해 때 위앵 신부는 물론 신자 42명이 순교했다. 단일 마을로는 희생자가 가장 많았는데, 이로 인해 교우촌은 완전히 초토화됐다. 논 한 가운데 1만여 평 부지에 조성된 신리성지에는 성인 반열에 오른 손자선의 생가와 다블뤼 주교 동상, 기념 성당, 다블뤼 주교 기념관 등이 있다. 2004년에 복원된 손자선 생가는 다블뤼 주교의 주교관이자 조선교구청으로 사용됐다. 다블뤼 주교는 한국천주교의 은인과 같은 존재다.

초창기 한글 교리서를 저술했으며, 조선교회 상황과 순교사적들을 수집정리해 파리외방선교회에 보낸 ‘다블뤼 비망기’는 훗날 한국천주교사와 순교사의 기념비적인 토대가 됐다. 신리성당 다블뤼 주교 기념관에는 다블뤼 주교의 후손들이 다블뤼 주교가 순교 당시 입었던 옷과 용품 등 30여 점을 기증해 전시되고 있다. 홍성, 당진, 서산 등 내포지역은 조선 말 중국과 연결된 해로를 통해 천주교가 이른 시기에 보급돼 가장 융성한 곳으로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하며 한국천주교의 요람 역할을 하면서 굳건히 복음을 지켰을 터이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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