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미활용 폐교 전국 최다, 문화예술 공간 활용 꽃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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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미활용 폐교 전국 최다, 문화예술 공간 활용 꽃피네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07.3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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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 폐교의 재발견, 문화예술이 꽃피다 〈8〉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유경미술관.

교육부, 1982~2020년까지 전국 3834개 학교에 대해 폐교 결정
경남 전체 폐교수 584교, 55교 자체활용·97교 대부·94교 미활용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유경미술관, 남해 국제탈공연예술촌 조성
창원 마산 삼진미술관·구복예술촌, 진주 정수예술촌 등 문화공간

 

지난해 감사원이 공개한 ‘시·도교육청 공유재산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부는 1982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3834개 학교에 대해 폐교를 결정했다. 출생률 저하로 인해 학생 수가 감소하고 도시로의 인구 집중으로 농어촌지역 학교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자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 828개로 가장 많은 학교가 폐교됐고, 이어 경북 729개, 경남 582개, 강원 460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시·도교육청의 경우 보유폐교의 수가 100개교 이하로 나타났다. 현재 학교용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없고 제3자에게 매각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시·도교육청은 폐교를 학교 용도를 폐지해 일반재산으로 분류하고 매각 또는 대부하거나 자체 활용하려는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폐교가 도심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고 여러 가지 규제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 1999년 12월 폐교활용법이 제정돼 교육용으로 활용할 경우 수의계약으로 매각 또는 대부가 가능하게 됐다. 이후 몇 차례 법 개정을 거치면서 교육용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 주민을 위한 소득증대시설 등으로 허용 범위가 확대됐다. 폐교활용 현황을 보면 전체 폐교 중 2447개(64%)가 매각됐고, 334개는 시·도교육청의 청소년 수련시설 등으로 자체활용되고 있다. 644개는 대부하고 있으나 아직도 409개(29.5%) 폐교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경남, 폐교 매각·활용 위해 지속적 노력 펼쳐
경남교육청의 경우 1982년부터 지속적인 매각에 나서 582개교 중 328개교의 매각을 완료했지만 보유 폐교의 수가 254개교로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 보유폐교를 임대(105개교)를 주거나 자체이용(54개교)하는 등 159개교는 활용방안을 찾았지만 여전히 미활용 폐교의 수가 95개교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남의 보유폐교가 줄지 않는 배경에는 폐교되는 농산어촌 학교의 수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폐교 학교 현황을 보면 지난 2016년 초등교 1곳, 중학교 9개교를 비롯한 10개교가 폐교됐고 △2017년 3개교(초1, 중1, 고1), △2018년 8개교(초2, 중4, 고2) △2019년에는 11개교(초7, 중4), △2020년 5개교(초1, 중4) 등 모두 37개교가 폐교됐다. 임대나 자체활용 등으로 활용되는 폐교 자산은 2039억 원, 미활용 폐교 595억 원 등 총 2634억 규모다.

경남교육청은 폐교의 매각과 활용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오고 있으나, 특히 코로나 19 로 인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일부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폐교 5개교를 사천도서관, 김해 지혜의 바다, 금곡무지개고교, 가야산 독서당 정글북 개관 등으로 자체활용하고, 민간사업자와 지자체를 상대로 매각에 나서 양산의 어곡초교를 비롯한 4개교가 매각이 완료됐고, 5개교는 매각논의가 진행 중이며, 매각된 4개교 중 3곳은 해당 지자체가 주민소득증대사업 등의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경상남도교육청은 미활용 폐교 활용사업인 ‘2131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폐교재산 활용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미활용 폐교재산을 줄여 재산관리와 지방교육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2021년 미활용 폐교의 31%(29교)를 활용하는 ‘2131프로젝트’를 시행, 구체적으로 매각 13교, 대부 10교, 자체활용 6교를 추진했다.

경남도내 전체 폐교수는 584개교이며, 이중 매각이나 반환 등 처리가 종결된 폐교는 338개교이며, 나머지 249개 중 55개교는 자체활용 중이고, 97개교는 민간 등지에 대부 중이다. 아직 미활용되고 있는 폐교는 94개교다. 경남교육청은 미활용 폐교 94개교에 대해 2021년 29개교(31%)를 시작으로 2022년 31개교(33%), 2023년 16개교(17%), 2024년 18개교(19%)를 대상으로 활용 계획을 찾겠다는 설명이다.
 

■ 거제·남해·마산·진주 폐교 문화예술 공간 활용
경남 거제의 명사초등학교 해금강분교 폐교는 ‘해금강테마박물관(관장 유천업)’으로 꾸몄다. 박물관에는 한국전쟁, 월남전쟁, 근현대사, 해양역사, 유럽장식, 기증유물 등 전시물만 5만여 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1층은 1950~70년대 분위기가 나는 근현대사 생활자료관으로, 50~70년대의 어렵고 힘들고 가난했던 그 시절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곳을 찾는 50대 이상의 관광객들은 어린 시절 추억에 빠져들 것이고, 학생들과 젊은이들은 근현대사 생활자료관에서는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힘들고 고단했던 그 시절을 지켜온 어머니 아버지의 살아온 삶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근현대사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2층은 ‘유경미술관(관장 경명자)’을 만들었다. 이곳은 ‘거제예술창작스튜디오’로 운영되며, 레지던스를 희망하는 작가들에게 일정기간 작업 공간과 숙식을 제공해 작가들이 일상을 벗어나 이곳에 거주하면서 작품창작 활동과 강좌, 교육 등 지역 연계활동과 교류활동 등을 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남해 국제탈공연박물관.

남해 삼동면의 물건초등학교 폐교는 지역의 문화예술 창작공간과 지원 활동을 하기 위해 ‘해오름예술촌’이 조성돼 운영을 해왔다. 순수예술, 기획전시, 전통공예, 주변지역 단체 체험학습장 역할 등의 활동으로 다양한 매스미디어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기자가 취재현장에 갔을 때는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해오름예술촌’은 문을 닫았고, 아예 운영권이 넘어가 폐교 자체가 헐려 폐허의 모습이어서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해 이동면의 다초초등학교 폐교에는 ‘남해 국제탈공연박물관’이 조성됐다. 희곡작가이자 연극인 동국대예술대학장 김흥우 교수가 지난 2008년 평생 모은 공연예술 관련 자료 등을 기증함으로써 남해군이 폐교된 학교를 리모델링해 국제탈공연예술촌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엔 우리나라 100년 공연예술사의 소중한 자료와 함께 탈, 영상자료, 미술품, 전문서적 등 25만여 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2층의 상설 ‘세계탈전시관’에는 세계 각국의 탈 들이 전시되고 있으며, 기획전시실에는 상황에 맞는 기획물을 전시·운영하고 있다.
 

마산 삼진미술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추곡리의 ‘삼진미술관(관장 성임대)’은 폐교된 옛 상북초등학교를 활용한 현대미술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50여 년 예술가를 후원하면서 전통과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후대에 물려줘야겠다. 나라를 잃어버린 것은 슬픈 일이나 전통과 문화예술을 잃어버리면 찾을 여력이 없다는 신념 아래 사재를 들여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만든 곳이다. ‘내 것이 아닌 우리 것’으로 조성한 ‘삼진미술관’은 지난 2001년 개관, 사단법인 ‘전통공예문화협회’에 아츠플 삼진미술관, 예사랑 공예문화원, 한국창작종이문화원을 두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 창달과 현대미술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작품의 자료수집·보존, 전시를 기획하며 지역주민과 함께 열린 예술을 선보이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예술사업을 이끌고 있다.
 

마산 구복예술촌.

또 마산합포구의 묵향(墨香) 그윽한 바닷가 ‘서예나라’인 ‘마산 구복예술촌’이 있다. 이곳은 예술인과 일반인이 쉽게 소통·상생할 수 있는 ‘현장 속의 예술공간’을 모토로 지난 1997년 11월 석강 윤환수 서예가가 2칸짜리 교실과 1000여 평 운동장이 전부인 옛 반동초등학교 구복분교를 임대해 사재를 들여 꿈동산처럼 조성했다. 휴게실과 황토펜션, 야외무대를 갖추고 기획전과 공연행사와 각종 체험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복예술촌은 열린 예술공간으로 문화예술의 대중화 운동의 장으로 활용해 시민들에게 쉽게 예술을 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진주 정수예술촌.

진주 이반성면의 이반성초등학교 정수분교 폐교에는 ‘정수예술촌’이 조성돼 있다. 지난 2002년 작가들이 폐교에 모이면서 ‘정수예인촌’이라는 이름으로 창작·체험공간으로 사용해오다 2009년 3월부터 ‘정수예술촌’으로 명칭을 개명, 새롭게 태어났다. 입주작가 10명, 회원작가 5명 등 15명의 작가들이 창작교실과 체험교실, 방과후 수업 등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천연염색, 기초조형(테라코타), 도자기, 목공예, 짚풀공예, 한지공예, 서각, 퀼트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방과후 수업은 수채화, 서양화, 천연염색, 기초조형(테라코타), 도자기, 목공예, 쥐풀공예, 한지공예, 퀼트, 가죽공예, 서각과목을 수업한다. 정수예술촌은 자연과 농촌이 어우진 곳에서 다양한 예술체험과 작가들과 직접 예술에 관해 대화하며 예술의 안목을 직접적으로 넓혀 나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열림전(정기전)과 외부와 교류전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농촌과 예술의 만남으로 농촌체험과 예술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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