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트레일 인제구간 ‘아침가리계곡’ 원시림 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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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트레일 인제구간 ‘아침가리계곡’ 원시림 울창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9.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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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숲길에서 내포문화숲길의 역사와 문화를 묻다 〈13〉
백두대간트레일① 강원 인제구간
백두대간트레일 강원 인제구간의 아침가리계곡 코스길.

백두대간트레일 인제구간, 은둔의 땅 국유림 명품숲 아침가리계곡
아침가리 ‘아침 조(朝)’에 ‘밭 갈 경(耕)’자를 써서 ‘조경동(朝耕洞)’
과거 인제 조경동(아침가리)에는 수백 명의 화전민이 살고 있었다
백두대간트레일 아침가리 구간 숲길 사전예약 탐방제로만 운영돼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해 금강산,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한반도의 중심산줄기를 가리킨다. 거친 능선을 따라 이어지던 백두대간 길 위에 걷기 좋은 백두대간트레일이 생겨 지난 2020년까지 총 길이 2165㎞의 5대 트레일이 조성됐다. 트레일(Trail)이란 산자락에 길게 조성된 오솔길과 같은 개념이다. 둘레길과 구별되는 점은 시점과 종점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며, 등산로와 다른 점은 수평적 선형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백두대간트레일 강원 인제구간은 평화와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1구간, 문화재 복원용 소나무림을 통과하는 2구간,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3구간, 하추리휴양림을 경유하는 4구간, 점봉산에서 방태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5구간, 은둔의 땅인 아침가리계곡을 통과하는 6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이번 백두대간트레일 인제구간에서는 제6구간인 산림청에서 지정한 국유림 명품숲인 아침가리구간에서 진행됐다. 이 구간은 사전예약 구간인데, 본지 기자는 인제안내센터 관계자의 협조와 해설로 순조롭게 이뤄졌다.
 

■첩첩산중 원시림 느끼게 하는 골짜기
강원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아침가리는 ‘아침 조(朝)’에 ‘밭 갈 경(耕)’자를 써서 ‘조경동(朝耕洞)’이라고도 부른다. 산세가 험하고 골짜기도 깊으니 갈아먹을 밭이라고 해봐야 아침나절이면 다 갈 수 있을 만큼 손바닥만 하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얘기도 있고, 노루 꼬리만큼 해가 드는 첩첩산중이라 겨우 아침나절에만 밭을 갈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떤 게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전해지는 두 가지 이야기가 공통되게 말하는 건 아침가리 골짜기의 궁벽함이다.

안내 간판에는 ‘삼둔사가리는 인제군 방태산 기슭에 있는 산마을 이름인데, 3둔은 산속에 있는 3개의 편평한 둔덕이라는 뜻으로 방태산 남쪽 내린천을 따라 있는 살둔(생둔)·월둔·달둔이며, 4가리는 네 곳의 작은 경작지로 북쪽 방태천 계곡의 아침가리·적가리·연가리·명지가리·곁가리 다섯 곳 중 곁가리를 제외한 네 곳을 부르는 이름’이라고 적혀 있다. 삼둔사가리 중 가장 유명한 ‘아침가리’는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고 금세 져버릴 만큼 첩첩산중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정감록(鄭鑑錄)’에 ‘삼둔사가리’라는 글귀가 나온다고 하는데, 둔이란 펑퍼짐한 산기슭을, 가리(거리)란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라 해 ‘삼재의 재앙이 들지 않는 좋은 땅’을 이르는 말로 난리·질병·기근이 침범하지 못해 난리를 피해 숨을 만한 피난처를 뜻한다. ‘삼둔사가리’는 홍천군 내면의 내린천을 따라 살둔(생둔)·월둔·달둔이 있으며,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연가리·적가리·명지가리를 가리켜 4가리라 일컫는다. 

아침가리란 아침에만 잠시 햇볕이 들어 밭을 갈 수 있을 만큼 깊은 산골에 위치하고 있어 지도에는 한자어로 조경동(朝耕洞)이라 표기되는 곳이다. 한때 화전민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폐교가 된 방동초등학교와 텅 빈 마을만이 옛 흔적을 보여 주고 있다. 아침가리의 물줄기는 구령덕봉(1388m) 기슭에서 발원해 20km를 흘러 방태천으로 흐르며 상류는 월둔·명지거리·방동약수를 잇는 도로와 연접해 있는데, 하류로 갈수록 한적하며 원시림을 느끼게 하는 골짜기를 품고 있다.
 

아침가리숲에는 30여 년 전에 군사작전도로 사용됐다가 울창한 원시림으로 변한 숲속 터널을 만날 수 있다. 이 터널은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는데, 따뜻한 봄 햇살을 받아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푸르른 나뭇잎이 모두 피어나고, 더운 여름 숲길 옆에 끊임없이 이어져 보기만 해도 시원한 계곡물, 빨간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가을 단풍, 하얀 눈이 내려앉은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의 손때가 거의 묻지 않은 아침가리 명품 숲에는 신갈나무림과 소나무림이 넓게 분포하고 있어 가을철 푸르른 소나무와 가을 단풍이 핀 신갈나무의 조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고 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봄철 노루 발굽을 닮은 노루발과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가 달린 모습이 좁쌀을 뿌려놓은 것 같은 참좁쌀풀 등 수많은 종류의 야생화가 눈 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숲길 옆 많은 물과 맑은 계곡에는 열목어,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 족제비,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제328호) 등 희귀동물들이 살고 있으며, 우리나라 희귀·특산식물인 금강애기나리, 연영초, 참배암차즈기 등 1320여 종의 식생이 자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아침가리 구간, 사전예약 탐방제 운영
정감록에는 삼둔사가리가 ‘난리를 피해 편히 살 수 있는 곳’으로 기록돼 있다는데, 6·25한국전쟁 때도 이곳 주민들은 전쟁이 난 줄 모르고 살았을 정도의 오지 마을이었다. 인제군 기린면의 과거 조경동(아침가리)에는 수백 명의 화전민이 살고 있었다. 지난 1968년 남파된 120명의 북한 특수부대와 교전을 벌였던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 때 주민들이 소개되면서 지금은 등산객들을 상대로 산나물과 버섯 등을 채취해 판매하는 주민 한 명만 남아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아침가리에 닿기까지 계곡은 줄곧 좁은 협곡을 이룬다. 계곡을 걷는 내내 한 번도 하늘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물길이 휘어지는 계곡을 돌아갈 때마다 탁 트인 하늘 대신 까마득한 협곡과 숲이 또 양옆을 막고 서 있다. 협곡을 이루고 있는 계곡은 거친 듯하지만, 희한하게도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만큼은 또렷하고 유순하다. 아침가리 계곡을 통틀어 지명이 붙여진 곳은 딱 한 곳이라고 한다, 힘찬 물줄기로 쏟아지는 폭포 아래 검은 물빛이 인상적인 뚝발소다. 수심 4m가 넘는 뚝발소는 물이 소용돌이를 이루고 있어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뚝발소를 지나서 더 걸으면 아침가리골, 즉 조경동에 당도한다. 
 

조경동은 1960년대 말까지 화전민 50여 가구가 살았던 마을이라고 한다. 아직 남아 있는 1967년에 폐교한 방동초등학교 조경분교 건물이 그 증거를 방증하고 있다. 이곳에서 버섯이며 약초를 내다 팔며 40여 년을 살았다는 한 명뿐인 주민 사아무개씨는 지금은 등산객들에게 라면이며 막걸리 등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연의 설명이다. 10여 년 전쯤 한 기업의 회장이 아침가리 일대의 땅 70%를 몽땅 사들인 뒤로 아침가리에 들어왔던 2명의 주민이 나갔고, 집을 내놓은 사아무개 씨는 수년째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중이란다는 설명이 오히려 이 깊은 산골의 오지까지도 개발의 욕심으로 천혜의 자연이 인위적으로 흐트러지지 않기를 소망해 보는 이유다.

조경동을 지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삼둔사가리에 속하는 명지가리와 월둔으로 이어지는데, 이 구간은 사전예약을 거쳐 허가를 받은 뒤에야 출입할 수 있는 ‘백두대간 트레일’ 인제 구간이다.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조경동 분교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한다. 백두대간트레일 6구간 숲길은(방동약수~조경동교~조경동분교~제1쉼터~명지가리약수~구룡덕봉삼거리~홍천안내센터)를 잇는 21km 구간이다. 이 구간의 트레일은 사전예약 탐방제로 운영된다. 계곡 트레킹은 인원 제한이 없지만 인적 사항은 기록해야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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