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폐건물, 문화예술공간 탈바꿈 “관광객 발길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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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폐건물, 문화예술공간 탈바꿈 “관광객 발길 끈다”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9.1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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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건물·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가치를 담다 〈10〉
‘담빛예술창고’로 탈바꿈한 옛 양곡창고.

옛 양곡창고를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담빛예술창고
‘해동문화예술촌’ 옛 주조장 건물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
담양군, 문화 수준이 지역의 경쟁력 시각예술 특화 관광산업 집중
옛 정미소 단장 ‘정미다방’ 주민밀착형 마을공동체 문화사업 주목

 

오래된 도시에는 오래된 건축물이 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원래의 기능을 다해 사용하지 않게 된 ‘낡은 건축물’이다. 건축물의 기능이 멈추는 이유는 다양한데, 그중 하나는 산업의 변화이다. 도심지에 있던 공장들은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폐업하거나 산업단지 등으로 옮기면서 기존의 공장들은 폐건물·폐공장이 되는 것이 현실의 문제다. 과거에는 도심지의 밖의 지역에 위치 했지만, 도시가 점차 확장되면서 도심 안으로 들어온 폐공장이나 폐건물들은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특히 농산어촌에 있는 학교는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학생들도 줄어들자 폐교가 늘어났고, 혹여 불량배들의 아지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로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쓸모없을 것만 같던 폐공간들이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지역의 새 명소로 사랑받기 시작했다.

전라남도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담양의 담빛예술창고와 해동문화예술촌, 나주 나빌레라문화센터, 광양 예술창고 등 4곳을 새롭게 단장한데 이어 옛 장흥교도소와 옛 나주정미소, 옛 무안고, 담양 봉안정미소 재생사업 등 4곳은 새롭게 추진할 예정이다. 이중 옛 양곡창고를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담양의 담빛예술창고는 우리나라 유일의 대나무파이프오르간과 다양한 문화프로젝트로 매년 15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전국적 명소를 자랑하며 지역유산의 관광자원화에 대한 경쟁력에 있어 가능성을 확인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담양의 특산품인 대나무로 만든 파이프오르간과 책, 예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담양의 특산품인 대나무로 만든 파이프오르간과 책, 예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담양의 경우 옛 양곡창고와 주조장이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 대표적이다. ‘담빛예술창고’는 농산물을 저장하던 벽돌 창고였는데, 리모델링을 해 담양 특산물인 대나무로 만든 파이프 오르간과 예술품들로 내부를 채웠다. 인근 지역인 광주와 함께 전시를 기획하고,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예술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관광명소로만 알려진 담양에 폐건물과 폐창고 등을 활용한 예술공간과 카페 등이 생기자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담빛예술창고’안의 카페는 1년에 3~4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지역의 명소로 떠올랐다. 담양의 ‘해동문화예술촌’도 옛 주조장 건물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켰으며, 천변리의 예전 소전머리 부근에 자리한 옛 천변정미소도 마을 카페인 ‘정미다방’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이렇듯 담양군은 원도심의 폐건물 중, 보존 가치가 높은 근현대 건물을 활용해 예술가들을 유치하고, 지역 작가들의 네트워크 기반을 확대하면서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쉼터 등의 공간으로 변신해 관심을 끌며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 정부미 보관창고 ‘담빛예술창고’ 탈바꿈
우거진 대나무 숲을 자랑하는 죽녹원과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은 이미 전남 담양의 유명 관광지다. 이곳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는 문화도시사업재생으로 마련된 ‘담빛예술창고’와 ‘해동문화예술촌’ 등 문화예술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담양의 담빛예술창고(담양읍 객사7길 75)는 1970년대 개인소유의 과거 정부미(米) 보관창고였던 ‘남송창고(南松倉庫)’와 ‘죽제품가공공장’을 개조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남송창고’는 지난 2004년부터 추곡수매제도가 없어지면서 활용도가 떨어져 10년째 방치됐던 건물이다. 철거가 될 뻔한 이 공간은 지난 2014년 산업단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관광객과 담양군민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ㄱ’자형의 조적식(벽돌을 쌓아 올리는 방식) 건물로 총면적 660㎡ 규모의 2동으로 구성된 ‘담빛예술창고’의 벽에는 아직도 페인트로 큼지막하게 쓴 글씨 ‘남송창고(南松倉庫)’가 그대로 남아 있다.

담양지역의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심었던 관방제림 인근에 방치돼 있던 남송창고는 2015년 9월 문화예술공간으로 다시 탄생했다. 이 창고는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과 관방제림 사이에 있어 문화예술공간과 쉼터로 탈바꿈하면서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갤러리 겸 카페 내부에는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데, 기존 오르간과 달리 금속 파이프가 아니라 대나무 파이프 792개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담양군은 오르가니스트를 모집해 매일 오전과 오후 20분씩 카페 방문객들에게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들려준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도 인기다.

담양군은 문화 수준이 지역의 경쟁력이라 보고 시각예술에 특화된 관광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담빛예술창고 인근에 들어서는 국제예술창작촌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예술가 20명 정도가 머물 수 있는 작업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으로 단기로 머무르는 기존 레지던시와 달리 작가가 지역에 정착해 작업하고 있다.
 

옛 해동주조장 단지였던 해동문화예술촌.

■ 옛 주조장이 해동문화예술촌으로 변신
해동주조장 단지를 문화예술촌으로 새롭게 기획한 해동문화예술촌(담양읍 지침1길6)도 담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예술공간이다. 

해동문화예술촌의 전신인 해동주조장은 1950년대 말부터 40년간 전통 주조방식으로 막걸리를 생산했던 장소로, 담양의 산업화 시기를 이끈 경제발전의 동력원이었다. 하지만 생산방식과 주류 소비패턴의 변화로 2000년대에는 경영이 악화됐고, 10년간 주조장의 가동을 멈추다 결국 2010년에 문을 닫았다. 한때 담양 경제산업의 주축을 담당했던 해동주조장은 순식간에 폐건물이 되기에 이르렀다. 10여 년 동안 방치되다시피 해 주변의 일대 역시 우범 지대로 전락할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그러나 그때, 문화 재생을 통한 새로운 변화의 필요성이 지역사회로부터 제기되기 시작했고 주조장은 예술거점 공간으로 탈바꿈해 제2막을 맞이할 수 있었다. 담양군은 막걸리를 생산하던 해동주조장을 담양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간직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게 됐다. 그렇게 일상의 터전에 예술을 녹일 수 있도록 새로운 디딤돌의 역할을 맡은 해동문화예술촌은 지난 2019년 6월에 문을 열었고, 담양에서의 사회적 위치와 삶의 관계에서 발현됐던 주조장의 역할에 대한 정신적 측면을 재해석한 운영 철학을 설립했던 것이다.
 

해동주조장 술 주조시 수원으로 사용된 우물.

해동문화예술촌은 17개 동 5560㎡ 규모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폐산업시설문화재생사업을 진행해 재탄생했다. 담양군은 해동주조장 일대 19개 건물을 사들였고, 해동주조장 단지 형태로 유지한 건물 리모델링을 해 1차로 9동을 완성했다. 아카이브관과 주조전시체험관, 안내소, 주차장, 정원이 마련됐다. 이어 해동문화예술촌 복합문화공간을 3개를 확장했다. 구읍교회를 창작문화공간으로 조성해 공연장(100석)과 연습공관 6개소를 설치했다. 작은도서관과 카페테리아도 문을 열었다. 갤러리의 뒤편에 자리한 건물에서는 주조장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체험 가능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조장이던 공간을 소개하는 전시와 현대미술작가들의 기획전이 펼쳐지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담양읍 천변리 구 소전머리 부근에 자리한 ‘옛 천변정미소’는 주민밀착형 마을공동체 문화공간인 ‘정미다방(담양읍 천번2길 49)’으로 탈바꿈했다. 또 담양 죽물시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구도심에 1910년대 건축물들을 신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생동감 있는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공간인 ‘담주예술구(담양읍 객사3길)’도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천변정미소는 폐업한 이래 오래도록 방치돼 왔으나 담양군이 이곳을 마을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옛 천변정미소를 단장한 ‘정미다방’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소득까지 창출한다는 점에서 주민밀착형 마을공동체 문화사업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주민밀착형 마을공동체 문화공간인 '정미다방'으로 탈바꿈한 옛 천변정미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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