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폐건물, 예술창작공간·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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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폐건물, 예술창작공간·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10.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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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건물·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가치를 담다 〈12〉
옛 달천부교 폐교는 달천예술창작공간으로 탈바꿈 했다.

달천분교 폐교, 지역 예술인 창작·주민들 위한 문화공간 탈바꿈
옛 폐담배공장·사원 아파트, 대구예술발전소·수창청춘맨숀 변신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 중심 전시·공연 공간인 복합문화공간
수창청춘맨숀, 문화·예술 공간 단장 청년 예술가들의 전시공간

 

최근 농산어촌 지역의 인구 감소나 도심공동화현상 등으로 인해 문을 닫은 폐교나 폐건물·폐공장 등 유휴공간을 활용해 문화시설, 체험학습장, 수련원, 캠핑장 등의 시설로 재탄생시켜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이나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창작공간 등으로 사용되고 있어 호응도 좋은 편이다. 대구·경북지역의 폐교나 폐건물·폐공장 등 유휴공간이 변신을 하고 있어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마디로 폐교나 폐건물·폐공장 등의 업사이클링이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의 폐교도 민간이나 기관 등에 임대돼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과재배의 일번지였던 대구 동구 평광동의 평광초등학교는 사과밭이 줄어들고 농민들이 이주하면서 지난 1994년 문을 닫은 뒤 전통놀이 연구소로 변신했다. 
이곳에서는 팽이치기, 딱지치기 등 다양한 전통놀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지역 학교들의 체험학습 공간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3230㎡ 크기의 운동장은 경작지로 활용되고 있다. 또 농촌인구 유출로 지난 1997년 폐교된 달성군 대평초등학교는 대구무형문화재16호 ‘하빈들소리’의 보유자(손봉회)가 임대해 하빈들소리 전수 공간과 농경문화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폐교된 달성군 가창초등학교 우록분교는 대구문화재단에서 임대해 작가 창작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94년 폐교된 달성군의 용계초등학교 정대분교도 대구시에서 무상임대해 대구미술광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2007년 폐교된 현풍초등학교 현남분교는 영남직업능력개발원, 2007년 폐교된 유가초등학교 한정분교는 로봇과 생명과학·환경공학 교육·체험학습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서 활용이 중단된 폐건물·폐공장 등 유휴공간의 활용도 마찬가지다.
 

■ 달천분교 폐교, ‘달천예술창작공간’ 변신
특히 달성군의 달성문화재단이 지난해 4월 문을 열고 운영에 나선 ‘달천예술창작공간’이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시의 기초자치단체 산하 문화재단 가운데 달성문화재단이 처음으로 개관, 운영하는 창작공간으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지난 1999년 폐교된 달성군의 다사초등학교 달천분교를 지역 예술인들의 소중한 창작공간이자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1968년 3월 1일 다사국민학교 달천분교(達川分校)가 2개 학급으로 개설돼 개교했다. 이로써 당시 이천리(伊川里)·달천리(達川里)·박곡리(朴谷里)의 학생들을 받았다고 한다. 달천분교는 점차적으로 규모를 키워 1971년 3월 1일 달천국민학교로 독립 승격됐다. 이후 달천초등학교는 다시 쇠퇴해 서재초등학교(鋤齋初等學校) 달천분교로 흡수됐다가 1999년 9월 1일 폐교를 맞았다. 서재초등학교 달천분교가 1999년 폐교된 이후에는 ‘박달예술촌’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 활용돼 오다가 2017년 달성군이 매입해 다목적 예술창작공간인 ‘달성문화재단 달천예술창작공간(대구 달성군 다사읍 다사로 515)’으로 탈바꿈해 2021년 4월 개관했다.

달천예술창작공간은 달성문화재단이 폐교된 다사읍의 서재초등학교 달천분교 부지(7000여㎡)에 연면적 900㎡, 지상 2층 건물로 리모델링한 건축물이다. 1층에는 전시실, 주민활용공간, 사무실, 세미나실, 다용도실, 창고 등으로 구성됐다. 2층에는 입주작가를 위한 1인 스튜디오 5개실, 2인 스튜디오 1개실 등 6개의 입주작가 개인별 스튜디오와 창작공간,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공간과 편의시설 등을 갖췄다. 야외에는 조각 등 대형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과 휴게공간 등이 마련돼 작가들과 지역주민들에게는 매력적이라는 반응이다.

달성문화재단은 지난해 개관과 동시에 달천예술창작공간 제1기 입주작가 6명을 선정했다. 달성문화재단은 입주작가들에게 10개월 동안 프리뷰전, 개인전, 단체전 프로그램 참여와 창작지원금, 평론가 매칭, 홍보물 제작 등 작가로서의 창작 역량을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달천예술창작공간은 창작활동 지원과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 지역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유휴공간이었던 폐교를 리모델링해 조성한 것이 특징적이다.
 

옛 대구연초제조창 건물을 리모델링한 대구예술발전소 전경.

■ 옛 연초제조창에 대구예술발전소·수창청춘맨션
폐허로 버려졌던 공간인 옛 담배 공장과 사원 아파트가 청년 예술가들의 모임과 전시 장소로 바뀐 곳이 바로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션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전매청과 한국담배인삼공사(KT&G)의 옛 대구연초제조창으로 사용됐던 건물이다. 지난 1949년 공장 창고로 지은 건물로 전매청과 한국담배인삼공사의 대구연초제조창으로 사용되다가 지난 1999년 문을 닫았다. 이후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역근대산업 유산을 활용한 예술창작벨트조성 계획의 시범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지난 2013년 3월 개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대구연초제조창이 품고 있던 ‘근대산업’ 이라는 가치에 주목해 ‘리모델링’을 선택, 지난 2013년 지역주민들과 대구지역 예술가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총 5층의 규모로, 1층과 2층은 전시실과 카페, 북라운지와 만남의 장소로 쓰이고 있다. 나머지 층은 예술가를 위한 스튜디오와 작업실, 전시실로 사용되고 있다. 

대구예술발전소는 레지던시를 중심으로 한 전시공간이지만, 공연까지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대구예술발전소의 시그니처 장소는 바로 ‘만권당’인데, 이곳은 예술가와 시민이 교류하는 아트 플랫폼이다. 만권당은 고려 충선왕이 원나라 연경에 세운 독서당으로 문화교류의 중심적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하는데, 이 만권당이라는 이름을 빌려 현재 북라운지와 함께 예술가와의 토크콘서트 장소로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만권당에 들어서면, 한눈에 봐도 많은 책이 보인다. 책도 문학부터 철학, 기술과학, 종교 등 예술과 밀접한 분야의 책들이 많다. 또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예술 잡지들도 보이는데, 단순 북라운지를 넘어, 예술가와 시민들이 만나는 공간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즐기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 단위 여행자가 많다고 한다. 1~2층 전시관에서는 제법 규모가 큰 전시가 열린다는 설명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무료 관람이지만, 입구에서 티켓을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대구예술발전소와 이웃한 수창청춘맨션은 1976년부터 연초제조창 직원들의 사택으로 사용됐다. 1996년 이후 20년 넘게 방치되다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 재생 사업에 선정되면서 2017년 12월 문화·예술 공간인 수창청춘맨션으로 공식 개관했다. 2018년 11월, 대구현대미술가협회가 수탁 운영을 맡으며 정식으로 재개관했다.
 

옛 대구연초제조창 사택인 아파트를 재생한 수창청춘맨션.
옛 대구연초제조창 사택인 아파트를 재생한 수창청춘맨션.

연초제조창 사택으로 쓰인 A동과 B동은 리모델링해서 복합 예술 공간으로 거듭났고, 새로 지은 C동은 A동과 B동을 이어준다. 입구인 A동 1층은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북 카페, 아트 숍, 무인 카페 등이 자리하고 있다. 셀프로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공간과 휴식시설이다. 내부에는 안녕 수창, 안녕 청춘이라고 새겨진 네온이 맞이하고 있으며, 커다란 창 너머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2층은 청년 예술가들의 전시공간이다. 어느 집의 거실, 안방, 화장실이었을 법한 곳이 모두 전시공간으로 바뀌었다.수창청춘맨션은 대구예술발전소와 달리, 외관을 그대로 보존한 것이 특징적이다. 건물 외부는 베란다의 난간 크기에 맞게 시각예술 작품을 걸었고, 계단과 복도의 우편함, 전등 스위치 등에도 설치미술 작품으로 꾸몄다. A동과 B동으로 나뉘지만 정해진 동선은 따로 없다. 어디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품이 있고, 눈이 가는 곳마다 전시된 작품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초제조창 사택의 이야기도 있다. 당시 이곳에 근무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연초제조창이 있던 곳인 만큼 환희, 솔, 거북선, 88 등 담뱃갑을 종류별로 모아놓은 액자가 인상적이다. 수창청춘맨션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수창청춘극장이라고 한다. 두 동밖에 안 되는 3층 아파트 건물에 공연장이 있을까 싶지만 수창청춘극장은 청년 예술가들과 관객이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진행하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으로, 공연장이 따로 없다고 한다. 아파트의 앞마당이 무대가 되면 테라스가 객석이 되는 식이라는 설명이다.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수창청춘극장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공연을 한다고 한다. 북 카페에서 돗자리를 펴고 독립 영화를 즐기는 돗자리영화관도 흥미로운 공간이다. 수창청춘맨션은 무료 관람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11~3월은 오후 6시), 월요일과 명절 당일에 휴관한다.<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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