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꾼 유태헌·한관우 기자의 금북정맥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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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꾼 유태헌·한관우 기자의 금북정맥 탐사
  • 유태헌·한관우
  • 승인 2013.07.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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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역사·문화·풍속 이야기 ⑧

 

▲ 백월산에서 바라 본 성태산. 성태산은 금곡마을을 감싸고 백월산과 마주하고 있다.


남북 반환점에 앉은 '외유내강형' 청양 백월산 

찾는 사람 드물어 깨끗하게 보존
여자에 좋다는 계곡물 발길 북적
산세 머리숙인 북쪽 인물난다 전설 


청양, 부여, 보령의 경계에 위치한 백월산(565m)은 금북정맥의 가장 남쪽에 있으며, 남북 반환점에 앉은 산이다. 본래 비봉산이라 했으며, 같은 능선에 성태산(623.7m)과 마주하고 있다. 충청남도를 동부와 서부로 나누고, 또 동부와 서부를 북으로부터 각각 북부, 중부, 남부 셋으로 나눈다면 서부의 북부에는 그런대로 좋다는 산들이 많다. 예산의 가야산과 덕숭산, 홍성의 백월산과 용봉산, 서산의 팔봉산, 보령-홍성의 오서산 등이 잘 알려진 산들이다. 중부에는 칠갑산, 성주산, 만수산 등 몇 개의 산이 조금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나마 서천 등 남부에는 들과 야산이 많아서인지 알려진 산들이 거의 없다.

백월산은 금북정맥이 거치는 산이지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산행의 기점과 종점으로 이용되는 청양군 남양면 금곡마을의 이름 '금곡'은 '거문고 골짜기'라는 뜻으로 마을의 지형이 거문고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백금리도 '하얀 거문고'라는 뜻이라고 전한다.

백월산은 상봉이 565m로, 동쪽으로부터 500m봉과 530m봉을 거쳐 상봉에 이른다. 이들 500m대 세 봉우리가 백월산의 머리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상투처럼 생긴 상투바위가 이 산의 명물로 회자되고 있다. 백월산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 하지만 알고 보면 꽤 좋은 괜찮은 산으로 통한다. 수도권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있으며, 산꾼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는 모양이다. 백월산은 산세가 칠갑산과 비슷하다. 충청도의 산답게 그 기질을 닮아 겉모습은 부드럽고 순해 보였으나 산속으로 들어가 보면 꽤 험한 곳도 많다. 또 상투바위 줄바위 등 경관이 좋고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산행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무엇보다 이 산이 좋은 것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깨끗하다는 것과 숲이 울창하다는 점이다. 곳곳에 으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석축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넓은 월산사 터도 있다.

백월산은 보령시 성주탄광에서 가까워 폐광은 되었지만 탄광 흔적이 많이 눈에 띈다. 월산사도 탄광 때문에 물줄기가 끊기면서 절이 없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온 산의 바위가 퇴적암의 역암으로 마치 강자갈을 시멘트와 버무려 놓은 것 같아 신기하다.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돌이 자갈처럼 매끈한 것도 많고, 더러는 조개껍질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지금도 유일하게 물이 흐르는 곳은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산 중턱쯤에 있는 폐사된 월산사를 오르는 길목의 계곡뿐이다. 이 물은 탄광 등의 영향인지 사람들 몸의 잡병이 없어지고 여자들에게 특히 좋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면서 인근 마을뿐만 아니라 외지에서도 알만한 여자들이 몰려들어 어떤 때는 북새통을 이룬다고 금곡마을 한상묵(84) 노인은 전한다. 한 씨도 이날 답사 길에 만났는데 계곡 물에 목욕을 하고 이 산과 인근의 마을에 대해 설명해 줬다. 청정 청양을 말해주듯 옛 월산사에서 땅 속을 타고 내려오는 계곡(개울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의 물은 맑고 시원하다. 그래서인지 금곡저수지의 물도 깨끗한 편이다.

 

 

 

 

▲ 백월산 중턱에 폐사된 백월사 터. 석축과 아름드리나무가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백월산(白月山)이란 이름은 청양군 남양면에선 산 위로 달이 지는 것을 봐 왔고, 보령시 청라면에선 산 위로 달이 뜨는 것을 늘 보아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청양사람들은 그냥 '월산'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재미있는 현상은 홍성의 백월산(白月山)과 이름도 같고 홍성사람들이 '월산'이라고 부르는 것과도 같아 흥미롭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백월산 산세가 북쪽 화성 쪽으로 머리를 숙이는 모양이어서 청양 화성면이나 남양면에서 인물이 많이 난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백월산 주능선이 북쪽으로 바위벼랑을 이루고 있어 어찌 보면 고개를 숙이는 모양 같기도 하다고 전한다.

한편 남양면의 옛 이름은 사양면(斜陽面)이었다고 한다. 해가 기운다는 뜻의 '사양'이 고을 이름이 된 유래도 재미있다. 백월산 자락이라 할 수는 없지만 남양면 금정리에는 좋은 물이 나오는 우물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마을 이름도 '황금우물'이란 뜻의 '금정리'가 됐다고 한다. 이 우물의 물이 하도 좋아서 백제의 왕들은 왕도 사비성(지금의 부여)에서 90리(36km)나 되는 금정에서 물을 길어다 마셨다고 한다. 물을 짊어지고 가는 왕궁 사람들이 남양면의 온직리와 부여군 장평면 거전리 사이에 있는 고개를 넘을 때 해가 기울어서 이 고개의 이름을 사양치(斜陽峙)라 했고, 이 사양치의 '사양'이 남양면의 이름이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양이란 뜻이 지는 해를 의미해 좋지 않다고 해서 1987년 이름을 남양면으로 고쳤다는 것이다. 지금도 사양치라는 고개이름은 그대로 남아 있다.

 

 

 

 

 

 

▲ 여자들에게 특히 좋다는 물이 유일하게 흐르는 백월사 계곡.
사람들에게 백월산이 있는 '청양'이라는 지명을 대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구기자'와 함께 '청양고추'다. 일반적으로 '청양고추'라고 하면 충남 청양을 먼저 떠 올리게 된다. 하지만 '청양'이라는 단어는 경북 청송과 영양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라는 설도 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일설에는 처음에 청송과 영양에서 이 품종의 고추재배를 많이 했고, 유명세를 타다 보니 '청양고추'라 이름 붙여졌다는 것이다. 반면 충청남도는 1968년 중앙종묘회사에서 청양농업기술센터를 찾아와 종자선발을 위해 청양고추를 요구했고, 청양농업기술센터는 30여 종의 고추를 주면서 신품종으로 선발되면 청양고추로 명명할 것을 약속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분분한 주장 속에서, 분명한 것은 '청양고추'에 대한 상품의 브랜드화에 충남 청양군이 선점하면서 성공한 것이다. 지명과 명칭이 절묘하게 같아 청양고추의 명성을 확인하고, 또 그 명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하나의 소재가 된 것이다. 원산지에 대한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양군으로서는 청양고추의 명성을 뒷받침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러한 일환으로 충청남도와 청양군은 청양고추를 향토지적재산으로 내세우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2000년부터 청양고추축제를 개최하는 동시에 2001년에는 청양고추와 관련된 상표권 등록에 나서 '청양고춧가루 푸르미'라는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또한 충청남도와 청양군은 '청양고추' 관련 상표명에 대한 지적재산 등록을 추진, 다른 지역에서의 상표 사용이 제약받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양지역은 충남의 알프스라고 할 정도로 공기 맑고 물 좋은 수려한 산간계곡과 작은 분지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작물재배에 좋은 부식질이 많고 배수가 잘 되는 사질양토라고 한다. 또한 밤과 낮의 온도 차이가 커서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과 미네랄을 비롯한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밝은 태양과 맑은 공기 아래에서 재배하여 고추의 매운맛이 강하며, 빛깔이 곱고 과육이 두꺼워 고춧가루가 많아 전국의 소비자가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청양고추가 명성을 얻고 있는 청양지역이 고추재배에 더없이 좋은 지형과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상인들에 의해 타 지역의 고추가 청양고추로 둔갑 판매될 정도로 청양고추의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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