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내 마음은 이리도 찢어지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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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내 마음은 이리도 찢어지려 하나
  • 홍주일보
  • 승인 2014.01.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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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2>

 


외국에서 나라의 상징인 국기와 국화인 무궁화를 보면 뭉클한 마음속에 애국심이 솟는다. 외국에 나가 있으면 같은 국적인을 만나면 등이라도 칠 양으로 반가움을 금치 못한다. 그렇지만 외국 국기나 외국 꽃을 무관심하거나 민족적 감정이 뒤틀려 있다면 증오심마저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심정이리라. 대체적으로 일화(日花)인 일본 꽃은 ‘앵화’라고 하는데 우리에겐 좋지 않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시인은 눈도 꽃도 모두가 진짜가 아니거늘, 어찌하여 내 마음은 이리도 찢어지려고 하나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見櫻花有感(견앵화유감)

지난 겨울 내린 눈은 꽃과도 같았는데
올 봄에 피는 꽃은 흰 눈과 똑 같아라
눈과 꽃 진짜 아니거늘 찢어지는 내 마음.

昨冬雪如花 今春花如雪
작동설여화 금춘화여설
雪花共非眞 如何心欲裂
설화공비진 여하심욕렬


어찌하여 내 마음은 이리도 찢어지려 하나(見櫻花有感)로 번안해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지난 겨울에 내린 눈은 꽃과 같았는데 / 올 봄에 피는 꽃은 흰 눈과 똑 같구나 // 눈도 꽃도 모두가 진짜가 아니거늘 / 어찌하여 내 마음은 이리도 찢어지려고 하나]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내린 눈 꽃 같았는데 피는 꽃은 눈과 같네. 눈도 꽃도 진짜가 아닌데 마음 왜 찢어지나’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벚꽃을 보며 느낌이 있어]로 번역된다. 앵화는 앵두나무 꽃으로 알려지고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일본 국화(國花)인 벚나무로 알려진 사쿠라(サクラの花)다. 나라를 상징하는 국화나 국기를 보면 어딘가 모르게 포근하게 가슴에 다가 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앙가슴에 뿌리내려져 있으면서 적대시하는 나라의 상징적인 것을 보면 불쾌하기 그지없다. 증오감이 생기는 것은 한 사람의 심정만은 아니리니.
시인도 마찬 가지였던 모양이다. 일본의 국화 벚꽃을 보면 증오감이 앞섰던 것은 우리 국민의 똑 같은 감정이다. 그래서 시인은 적절한 비유법과 대구법을 사용하면서 지난겨울에 소복하게 내렸던 눈은 마치 꽃과도 같았는데, 올 봄에 피어난 벚꽃은 흰 눈 같다는 시상을 떠올렸다. [昨冬과 今春, 雪과 花, 如花와 如雪]의 대구법은 수준급 시인이 아니면 표현하기 어려운 시상임을 직감한다.
화자는 후정(後情)이란 시 얼게에 촘촘하게 엮어냈다. ‘벚꽃(花)은 눈(雪)도 아니요, 흰 눈(雪)은 꽃(花)도 진짜가 아니’라고 할진데 [어찌 내 마음은 찢어지려 하는 것인가]라는 맺지 못한 의문점 하나로 끝을 맺었다. 화자는 독자의 생각주머니를 가만 두지 않고, 벚꽃과 흰 눈의 상호교합을 멋지게 얽혀내는 테크닉을 발휘하는 시상이겠다.

<한자와 어구> 
昨冬:지난겨울. 雪: 눈. 如花: 꽃과 같다. 今春:금년 봄. 花:꽃. 如雪:눈과 같다. // 雪花: 눈과 꽃. 共: 같이. 함께. 非眞:진짜가 아니다. 진실이 아니다. 如何:어찌하여. (만일) 이런 이유였다면. 心:마음. 欲裂: 찢어지려고 하다. 참지 못한 분노로 결국엔 분열(分裂)해 버리고자 하다.  시조시인․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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