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피면 다시 만날 기약 잊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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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피면 다시 만날 기약 잊지 말게나
  • 홍주일보
  • 승인 2014.02.0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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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5>


외롭고 차디 찬 옥중을 찾아 면회했던 사람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가 옥중에 있는 사람과 친분관계가 두텁거나 그렇지 않는 사람을 망라하여 찾은 영상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옥중에 있는 시인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 만나기 어려웠는데 옥중의 이별 또한 기이하구나라고 하면서 옥중에서 만난 인연을 기이한 한 인연으로 여기는 모습을 본다. 시인은 같은 하늘 아래서 만나기도 어려웠는데, 옥중에서 하는 이별 또한 기이하기도 하구나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贈別(증별)
만나기 어려운데 옥중 이별 기이하네
아직도 옛 맹세는 식지 않고 있으니
국화꽃 피어오르면 만날 약속 잊지말게.

天下逢未易 獄中別亦奇
천하봉미이 옥중별역기
舊盟猶未冷 莫負黃花期
구맹유미냉 막부황화기

국화꽃 피면 다시 만날 기약 잊지 말게나(贈別)로 번안해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같은 하늘 아래서 만나기도 어려웠는데 / 옥중에서 하는 이별 또한 기이하기도 하구나 // 옛 맹세는 아직도 식지 않고 있건만 / 국화꽃 피어오르면 다시 만날 기약 잊지 말게나]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만나기도 어려웠는데 이별 또한 기이하네, 옛 맹세가 기이한데 만날 기약 잊지 말게’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이별하면서 주었던 시]로 번역된다. 각박한 도시 생활은 한 지붕 밑에 살아도 만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하물며 한 하늘 아래에서 삶에 대해서랴. 시인은 옥중에 있었다. 면회 온 친지를 만나면서 읊었던 한 수였음을 알 수 있다. 청산리에서 만주벌판에서 그리고 상해 등지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독립투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었겠다. 자기보다는 동지들의 안녕을 생각하면 더했을 것이다.
시인은 감시하는 일인들의 눈초리를 따돌리고 은밀한 이야기를 나눈 후의 헤어지기 섭섭한 마음을 담았다. 감옥에 면회 온 친지는 독립전선에 있기에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 만나기 어려운데, 옥중 신세인 이 순간 또 다시 이별하는 것 또한 대단히 기이한 일이었음으로 시상을 일으켰다. 어쩌면 국가 잃은 설음 속에 숙명과도 같은 이별 앞에 필수적인 한 마디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화자는 마음을 다스려 헤어지는 동료를 향해 쓰디쓴 한 마디를 던지게 된다. [(지난 날 우리 굳게 언약했던) 옛 맹세 아직도 식지 않았으니 / 국화 피면 다시 만날 기약 잊지 말게나]하는 한 마디를 피를 쏟는 마음으로 던지고 만다. 가을에 출소하여 다시 우리 독립을 논의하자는 내포적인 뜻을 담았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자와 어구> 
天下: (같은) 하늘 아래. 逢: 만나다. 未易: 쉽지 않다. 獄中: 옥중. 감옥에서. 別: 이별. 亦奇: 또한 기이한 일이다. // 舊盟: 옛 맹세. 猶: 오히려. 未冷: 차지 않다. 곧 식지 않았다. 莫負: 저버리지 말자. 黃花: 누런 꽃. 곧 가을에 피는 국화(=黃菊)를 뜻함. 期: 기약. 다시 만나자는 그 약속.  시조시인․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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