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우러나는 따뜻한 경찰행정 실현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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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우러나는 따뜻한 경찰행정 실현 앞장
  • 김현선 기자
  • 승인 2014.07.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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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정순자 종로경찰서 민원실장

 


처음 발을 들이면 누구나 위압감을 느끼는 경찰서에서 민원인을 밝은 미소로 맞아주는 이가 있다.
종로경찰서의 민원실장 정순자(55)씨는 “아~ 그러셨어요”라고 말하며 민원인의 말에 귀 기울인다.
정 씨는 올해 2월에 종로경찰서에 왔다. 새로운 곳으로 와 정 씨가 먼저 한 일은 민원실의 분위기를 바꾸는 일이었다. “민원실은 경찰서의 얼굴이잖아요. 보통 ‘경찰서’하면 사람들이 무섭게 느끼는데, 그런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어요. ‘민원인의 권리’를 액자로 만들어 잘 볼 수 있는 곳에 걸어두기도 하고, 화장실 문 앞에는 가림막을 설치해 사람들이 불편함을 덜 느끼게 했습니다.

민원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깨끗한 환경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기도 하고요” 분위기를 바꾸려

는 정 씨의 노력이 통한 것인지 종로경찰서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실시한 ‘2014년도 상반기 치안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등을 차지했다. 종로경찰서에 오기 전 같이 일했던 성북경찰서 동료들은 “가는 곳 마다 1등이냐”며 부러워한다. 이전에 성북경찰서에 민원실장으로 있을 당시에도 치안만족도 조사에서 1등을 했다. 지난해 정 씨는 ‘2013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 100인’ 시상식에서 경찰공직부문 친절공로대상을 수상했다. 경찰로서 인정받는 길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보안과에 있을 당시에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업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남자들만 근무하던 보안과에 정 씨는 홍일점이었다. 성북경찰서 보안과로 발령받았던 1999년은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활동이 성했던 때로, 경찰서에서는 한총련 소속 학생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있었다. 정 씨는 치과치료를 위해 이를 뽑고 나온 날에도 통증을 참아가며 잠복근무를 서고 경찰서에서 밤샘근무를 했다. “다음날 치과에 가서 의사선생님한테 많이 혼났어요. 화산이 폭발하는 고통이었을 거라면서, 휴식을 취했어야지 왜 무리해서 일을 했냐면서요. 그래도 열심히 하니까 차츰 동료들한테 인정받게 됐습니다.”

보안과에서 일하면서 주로 한총련 학생들을 상대하다보니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다. 성북경찰서 소속으로 관할 지역 대학 중 성신여대를 담당했던 정 씨는 여느 때처럼 한총련 간부를 수사 중이었다.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이었던 학생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돼서, 이력을 훑던 중에 그 학생이 홍성여고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구속되면 창창한 앞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만나서 탈퇴를 권유하고 싶었죠. 여기저기 수소문해봤지만 결국 만나지 못 했어요. 지금 그 친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경찰이 된 이후 쭉 타향살이를 해왔지만 ‘여고시절’은 잊을 수 없는 그리운 시절로 남아있다.

“홍동에서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는데, 새벽에 일찍 학교에 도착하는 날이면 홍성 시내에 낮게 깔린 운해를 볼 수 있었어요. 운해 사이로 백월산, 오서산만이 섬처럼 그 봉우리를 내놓고 있었습니다.” 홍성여고 23회 졸업생인 정 씨는 학교가 지금의 자리에 새로 세워질 때를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원래는 학교가 홍성여중에 붙어있었어요. 그러다 지금의 자리에 건물 2개동이 지어졌고, 새 건물로 이사를 갔죠. 그때 책걸상이며 사물함을 친구들이랑 손수 다 날랐다니까요. 그때는 목련나무도 새로 심은 거라 키도 작았어요.” 여고시절을 회상하며 그리움에 젖어드는 그는 배우고자 하는 열망도 남다르다.

2003년부터 호원대 서울캠퍼스에서 법경찰학부를 이수한 그는 2007년에는 한성대 행정대학원에 들어가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일하는 틈틈이 공부했어요. 밤에는 학교에 가 공부했죠. 퇴직 이후 뭘 할까 고민하다가 자기계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들도 다 키웠으니 제 시간도 있고요.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면 못 했겠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라 재밌었어요.” 이렇게 배운 지식은 모두 써 먹을 곳이 있었다. 정 씨는 성북경찰서 신청사 하자소송에서 2011년 1월 승소해 국고 1억 1500만원을 아꼈다. 2010년부터 1년여의 긴 시간 동안 변호사도 없이 혼자서 준비한 법정싸움이었지만 그동안 배운 것들이 큰 도움이 됐다.

그해 7월 1일 여경의 날엔 아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여경으로서,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최선을 다한 정 씨를 위해 아들이 준비한 선물이었다.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인정받은 정 씨는 “앞으로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진심이 우러나는 친절을 베풀겠다”며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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