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관광, 생태공동체 공간 ‘수원시 도시재생’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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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관광, 생태공동체 공간 ‘수원시 도시재생’ 주목
  • 한관우·서용덕·한기원 기자
  • 승인 2014.08.2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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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사업, 지역의 경쟁력이다(4)
행정궁은 역사·문화·환경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해 구도심 도시재생의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행정궁은 역사·문화·환경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해 구도심 도시재생의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수원 화성(華城)의 성안마을이 잃었던 활력을 되찾고 있다. 조선 정조(正祖)가 왕권강화와 이상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건설한 화성은 총 길이 5.7㎞, 면적1.2㎢의 규모다. 성안마을에는 상가와 시장이 배치됐으며, 당시 물류경제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수원이 인구 117만 명의 대도시로 급팽창하면서 성안마을은 비좁은 도로, 주거여건 악화 등으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출되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수원시는 낙후된 성안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구청이전, 미술관·박물관 신축, 전통문화특구개발, 생태교통 마을만들기 등을 통해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펼치고 있어 관심이 쏠리는 지역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국토교통부의 전신인 국토해양부에서 추진 중인 미래가치창조 10대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존의 전면 철거형 도시정비방식에서 벗어나 대안적 도시재생모델 개발과 지역공동체 재생을 통한 자력수복형 재생기법을 이끌어 내기 위한 시범사업이다. 수원시는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진행된 ‘생태교통수원 2013’을 계기로 침체되고 쇠퇴한 수원시 행궁동을 환경과 생태, 역사와 문화, 관광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도시재생사업의 메카로 탈바꿈시키는데 힘을 쏟고 있다.
 


수원화성의 중심지인 행궁동은 대표적인 ‘구도심’지역으로 문화재보호구역, 고도제한 등의 각종 규제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인구성장의 정체와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원도심처럼 행궁동 역시 도시기반시설의 부족, 노후시설에 대한 정비의 지체, 지역공동체의 약화와 유·무형 지역자산의 방치 등으로 더 이상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낡은 도시’로 쇠락하고 있던 곳이다.

특히 행궁동은 노인인구가 전체의 4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입자 비율이 전체의 79%, 30년 이상 노후건물이 전체 67.1%를 차지하는 등 공동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행궁동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행궁, 장안문, 화서문 등 주요 시설과 성벽이 잘 보존돼 있다. 또 옛길이 그대로 남아 있어 역사성과 문화성을 잘 간직하고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를 생태교통과 연계한 구도심 도시재생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히며 주목을 끌고 있다.

수원시생태교통추진단 고경아 마을국장은 “세계문화유산이라지만 마을이 슬럼화 됐다. 집을 팔고 나갔으면 하는 주민들도 있다. 그러나 자식 세대도 이곳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상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수원시는 기존 전면 철거방식의 수익성 위주로 진행되던 정비사업을 물리적인 환경개선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경제적 환경개선을 포함하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도시재생사업이 바로 ‘수원형 도시르네상스 시범사업’이다.
 


수원의 도시개발 방향은 도시의 질과 삶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것이다. 도시관리계획 수립에 있어서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개선방향으로 추진한다. 수원시만의 도시 정체성과 역사와 문화를 표현하는 방향으로 공공건축물 등에 디자인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것도 모범사례다.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수원시는 세계문화유산 ‘화성’의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소개하는 수원화성박물관을 성안마을 매향동에 개관했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박물관 바로 옆에 팔달구 청사를 신축 이전했다.

총 256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2628㎡ 규모로 건립된 구청사는 성안마을 행정의 중심이자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몫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화성행궁 앞쪽에는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9652㎡ 규모의 ‘수원아이파크미술관’이 건립 중에 있어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따라서 성안마을에는 구청, 미술관, 박물관까지 역사와 문화시설을 두루 갖추게 됐다고 임덕순 해설사가 설명했다.

수원시는 주택재개발사업이 취소된 팔달구 매산로 일대 12만㎡를 대상으로 수원형 르네상스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사업은 마을의 노후·불량주택을 일제히 철거하고 아파트를 신축하는 기존의 재개발·재건축사업과 달리 주민 스스로 공동체를 만들어 마을 발전계획을 수립한 뒤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사업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 수원시는 마을 공동체 형성과 활성화 방안, 주거환경·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물리적 재생방안을 마련하고 주민참여를 통해 수립한 마을계획이 실현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또한 남창동 공방거리를 시작으로 행궁동 마을르네상스센터, 나혜석 생가터, 북수동 벽화골목, 팔부자거리, 통닭거리, 지동시장, 창룡문으로 이어지는 19개 마을만들기 사업지를 하나의 관광코스로 연결, 관광명소로 만들고 있다고 임덕순 해설사는 전했다.
 

임덕순 해설사.
임덕순 해설사.

 

수원시 마을르네상스는 시민이 살고 있는 마을을 주민이 주도적으로 문화와 예술, 건축과 환경 등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시민공동체 회복운동이다. 매년 공모를 통해 주민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을 심사하고 선정해 시에서 각각 500~4000만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과제를 찾아내며, 주민참여도나 효과가 주요 심사 기준이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55개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올 상반기에는 80개 사업이 선정돼 진행 중이고, 최근 하반기 사업 공모를 거쳐 56개가 선정됐다. 수원시 마을르네상스 운동의 핵심은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마을르네상스 참여로 결국 서로가 소통하고 정이 넘치는 공동체가 되고 있다는 증거다.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마을르네상스 운동은 정말로 다양하다.

권선구 금곡동의 칠보산마을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초등대안학교, 생태교실, 칠보농악전수회 등이 활동을 하고 있다. 벌써 10년째다. 이 마을의 또 다른 자랑은 ‘칠보산 마을신문’의 창간이다. 단체들과 마을 주민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로 어른, 어린이,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기자학교를 개설해 운영하는 등 준비 작업을 거쳐 신문을 펴냈다고 한다.

팔달구 행궁동에서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참여해 ‘금빛 합창단’을 만들어 삶의 즐거움과 함께 봉사하는 보람을 느끼며 활약하고 있다. 또 권선구 곡반정동 원룸단지 주민들이 참여하는 ‘고렴골마을만들기협의회’는 옥상 텃밭 조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는 7가구가 참여했으나 올해는 23가구로 늘어났다.

옥상에 목재 박스 등을 이용해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재배하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도 한다. 이곳은 타 지역의 마을만들기 참여 주민들이 현장을 방문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권선구 입북동의 삿갓마을에서는 1000여 평의 밭에 명아주 2000여 그루를 심어 10월에 수확하면 장수지팡이(청려장)를 만들어 크리스마스 선물 등으로 전달한다고. 권선구 세류3동은 주택가의 경사가 가파른 도로에 십장생도, 마을지도 등을 담아 벽화거리를 만들었다. 작은 꽃밭도 만들어 마을 분위기를 바꿨다.

한편 팔달구 지동의 15·16·17통 지역 2개 골목 380m 일대에는 갖가지 벽화가 조성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동제일교회 노을빛전망대 개방은 마을르네상스의 결실이라는 설명이다.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수원 화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러한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마을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해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지역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는 공동체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다.

<이 기획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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