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하늘을 나는 학(鶴)인 양하면서도 : 秋雨
상태바
생각은 하늘을 나는 학(鶴)인 양하면서도 : 秋雨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4.08.22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32>

秋雨(추우) / 만해 한용운 

가을비 거문고처럼 새삼 절로 놀라며
내 생각 하늘 나는 학인 양 하면서도
떠도는 구름을 따라서 서울로 들어가며.

秋雨何蕭瑟 微寒空自驚
추우하소슬 미한공자경
有思如飛鶴 隨雲入帝京
유사여비학 수운입제경 

 

 

 

 

 


가을비는 소소함을 느낀다. 날씨가 제법 포근한 기운을 느끼면서도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서 쌀쌀함이 감돌게 되어 초겨울의 추위를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이런 촉촉한 가을비를 맞으면서 시적인 상상력은 날개를 달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가을비가 내리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를 타는 듯이 노래를 하고 있음을 상상했다. 그 노래의 파도를 타고 시인은 날아다니는 학인양 훨훨 날아가고 싶었음을 상상했다. 시인은 ‘생각은 하늘을 나는 학인 양하면서, 떠도는 구름 따라 서울에 들어가느니’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생각은 하늘을 나는 학(鶴)인 양하면서도(秋雨)로 번안해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왜 이리도 쓸쓸한 거문고처럼 내리는 가을비런가 / 갑자기 으스스해져서 새삼 절로 놀라네 // 나의 생각은 하늘을 나는 학(鶴)인 양 하면서 / 떠도는 구름 따라 서울에 들어가느니]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거문고처럼 가을빈가 새삼 절로 놀라네, 하늘 나는 학이던가 구름 따라 서울 가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네]로 번역된다. 으스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소리에 가을이 저 건너 멀리 등을 돌리면서 한 해를 재촉하는 겨울이 다가옴을 생각하면서 썼던 작품이다. 봄비는 온갖 식물이 기지개를 켤 수 있게 하고, 여름비는 온갖 식물이 쑥쑥 자라게 하지만, 가을비는 이에 비해 별 쓸모가 없다. 소소해지면서 한해 흔적을 재촉하는 것 같아 서운함과 아쉬움을 남는다.

시인은 이런 점을 상상하며 가을비가 왜 이리도 쓸쓸한가라는 의문점으로 시작한다. 가을비를 따라 으스스해지면서 새삼 절로 놀란다고 했다. 왜 시인은 놀랐을까? 두 가지의 추측이 가능하다. 하나는 나이를 재촉한다는 것이고, 둘은 가을비를 맞으면 활동하던 모든 동식물들이 폐장(閉藏)이란 늪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화자는 비록 가을비가 내리기는 하지만 생각만큼 하늘을 나는 학(鶴)인 양 날개 달고 훨훨 날고 싶었다. 젊었을 때의 기상도 펼쳐 보이려고도 했겠다. 그러나 사람에겐 귀소성(歸巢性)이 있다고나 할까? 제 집을 찾아 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구름 따라 서울에 들어가느니]라고 상상했다. 안식처 심우장(尋牛莊)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동료나 친지를 만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가 두루 상상된다.

 

 

<한자어 어구>
秋雨: 가을 비. 何: 왜. 하필이면. 蕭瑟: 소소한 거문고다. 微寒: 조금은 차다. 다소 춥다. 空: 공연히. 갑자기. 自驚: 스스로 놀라다. // 有思: 생각이 있다. 如: ~같다. 飛鶴: 학 같이 날다. 隨雲: 그름을 따라서. 入: 들다. 들어가고 싶다. 帝京: 임금이 계신 서울. 곧 ‘서울’을 뜻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