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서풍을 타고 암향만을 멀리 풍기네 : 漢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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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서풍을 타고 암향만을 멀리 풍기네 : 漢江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4.09.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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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36>

漢江(한강) 

한강에 와서 보니 길게 흐른 저 강물
깊은 물결 말없는데 가을 빛 어렸구나
때때로 서풍을 타고 암향만이 풍기는데.

行到漢江江水長 深深無語見秋光
행도한강강수장 심심무어견추광
野菊不知何處在 西風時有暗傳香 


야국부지하처재 서풍시유암전향한강은 수도 서울을 관통하여 흐르는 젖줄이다. 도심이 성립하려면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하여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흘러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마을이나 도심이 형성되어 사람이 사는 곳은 강(江)이 있던지 내(川)가 조성된다.

시인은 어느 가을날 타 지방으로 업무 차 나갔다가 서울로 돌아왔다. 흙내음, 물내음이 물씬 풍기는 한강에 들어서 보니 그윽한 향기가 풍겼던 모양이다. 시인은 들국화는 어디에 피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때때로 서풍을 타고 암향만을 멀리 풍기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때때로 서풍을 타고 암향만을 멀리 풍기네(漢江)로 번안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한강에 와서 보니 강물은 저리 길게 흐르고 / 깊은 물결 말 없는데 가을빛 어렸구나 // 들국화는 어디에 피었는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 때때로 서풍을 타고 암향만이 풍기누나]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길게 흐른 한강물은 가을빛이 어렸는데, 어딘선가 들국화는 암향만을 풍기구나’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한강을 다시 보니]로 번역된다. 한강은 수도 서울을 관통하여 흐른다.

 

 

 

 

 

 

 


무학대사가 수도를 한양으로 옮길 때, 북한산 삼각산의 지세에 탄성을 자아냈지만, 앞에 흐르는 한강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것으로 전한다. 한강은 북한강과 남한강을 아우르고 있는 강일뿐만 아니라 민족의 애환을 함께 하고 있는 강이다. 그 만큼 사연도 많았고, 통한의 이별도 많았으니 개인적인 심회도 많았겠다.

시인은 이런 한강을 보면서 물보라 빛 한 줌 흐르는 시심을 쏟아내기에 바빴던 모양이다. 한강에 와서 보니 강물은 길게 흐르고 깊은 물결은 아무런 말이 없는데 가을빛만 아스라이 어려있다는 선경(先景)의 심회를 쏟아내듯이 담아냈다. 때는 가을이었으니 깊어가는 추심(秋心)을 담아내기에는 매우 적절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화자가 주의 깊게 맡았던 시심의 시선은 이제 가을 들국화 쪽으로 돌리게 된다. 가을에 피는 들국화는 어디에 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때로는 서풍을 타고 암향(暗香)만을 멀리까지 풍긴다는 심회를 담아내기에 바빴을 것이다. 국화를 사군자라 했으니 그 향기가 짙어 익어가는 가을을 대표하는 냄새로 시향을 그려내기에 좋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시인은 국향 그윽한 가을 정취를 유난히도 좋아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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