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주는 보배란 그 끝이란 없었다네:月初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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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주는 보배란 그 끝이란 없었다네:月初生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4.12.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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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48>

 


완월(玩月)의 단계가 지나고 나면서 이제 월욕생(月欲生)이란 단계에 접근해간다. 남녀가 합궁하여 자식을 잉태하듯이 그렇게 자식이 태어나려는 엄숙한 순간의 단계다. 창조주가 인간을 창조하여 인류가 생겨냈다고 했듯이 한없는 환희를 맛보는 순간이다.

합삭되어 보이지 않던 달이 비로소 꿈틀거리며 생기고자 하기 때문이다. 한 달이라는 그 기간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 없어 보인다. 시인은 산골 사람들아! 그대들이 가난함을 한탄하지 마시게들, 하늘이 주는 보배란 끝이 없더란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하늘이 주는 보배란 그 끝이란 없었다네(月初生)로 번안해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묏등에는 흰 구슬이 불끈 솟아오르고 / 시내에는 황금 덩이가 둥둥 떠 흐르고 있네 // 산골 사람들아, 그대들 가난함을 한탄하지 마시게들 / 하늘이 주는 보배란 끝이 없다 한다네]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흰 구슬 솟아오르니 황금덩이 흐른 시내, 가난함을 한탄 말게 하늘 보배 끝 없다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月初生(월초생)

흰 구슬 불끈 솟아 황금덩이 흐르고
그대들 가난함을 한탄하지 마시게나
하늘이 주는 보배는 그 끝이 없더라네

蒼岡白玉出 碧澗黃金遊
창강백옥출 벽간황김유
山家貧莫恨 天寶不勝收
산가빈막한 천보부승수 



위 시제는 [달이 처음 초승달이 되었구나]로 번역된다. 시인은 달을 갖고 놀고 싶은 충동감에서 비롯된 [완월(玩月)] 단계에서 합삭이 되어 온 세상이 어두운 월욕생(月欲生)의 단계를 거쳤다. 며칠 후가 되면 비로소 달이 처음으로 돋아난다.

시인의 시상은 음력 초하루가 지나기가 바쁘게 초사흗날부터 실 같은 초승달이 시작됨을 가만두지 못했던 것 같다. 초승달과 그 모습 과정을 상상력이란 시상의 날개에 달아주고 싶었다. 시인은 이 단계를 월초생(月初生)이란 시제를 붙여놓았다.

시인은 달을 보기 위해 뒷동산에 올랐다. 묏등에 흰 구슬이 불끈 솟아오르니, 시내에는 황금 덩이가 두웅실 떠서 흐른다는 시상을 떠 올렸다. 뒷동산 무덤의 두두룩한 윗부분인 묏등에 올라 달이 솟아오른 장면을 흰 구슬이라 했고, 달이 냇가에 비춰진 모습을 황금덩이가 흐른다고 표현했다. 달을 두고 시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화자의 시상은 가난한 산골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 산골 사람들아, 그대들의 가난함을 한탄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하늘이 주는 보배란 끝이 없다는 위안의 한 마디를 슬며시 던진다. 하루의 끼니를 걱정하며 가난하게 사는 백성들에게 떠오르는 달이 보배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시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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