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길, '내포문화숲길'
상태바
함께 걷는길, '내포문화숲길'
  • 정수연<내포문화숲길 교육팀장>
  • 승인 2014.12.29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 길에 담긴 이야기<8>

‘충청도에서는 내포(內浦)가 가장 좋다. 공주에서 서북쪽으로 200리 쯤 에 가야산이 있다. 서쪽은 큰 바다이고 북쪽은 경기의 바닷가 고을과 큰 못(大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니, 곧 서해가 쑥 들어온 곳이다.
가야산의 앞뒤에 있는 10 고을을 함께 내포(內浦)라 한다.

지세(地勢)가 한 모퉁이에 멀리 떨어져 있고 또 큰 길목이 아니므로 임진(壬辰)과 병자(丙子)의 두 차례 난리에도 여기에는 미치지 않았다. 땅이 기름지고 평평하다. 또 생선과 소금이 매우 흔하므로 부자가 많고 여러 대를 이어 사는 사대부 집이 많다. 이중한 <택리지 中>’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한이 자신의 저서 <택리지>를 통해 내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글이다. 이처럼 <내포>란 새로 생긴 지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생소하다. 실제 [내포문화숲길]에 대해 지리산둘레길이나 제주올레와 같이 이름만 듣고는 어디에 위치한 길인지 알 수 없어 다시 길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 ‘내포문화숲길’은 내포지역의 사람들이 어떤 문화를 이루고 살았는지 알 수 있는 길입니다. 여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 있는 생각과 삶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길이죠. 단순히 좋은 자연경관으로 이루어진 길이 아닙니다. 백제부흥운동이나 동학과도 같은 피의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어져왔고 그 후손들이 지금의 내포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이 담긴 길입니다.”

4개 시·군에서 주말마다 이루어진 주말 정기걷기 모습.

지난 2009년 시작부터 꾸준히 [내포문화숲길]을 만들고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한 <사단법인 내포문화숲길>의 김종대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내포문화숲길]의 고민은 택리지에서 나온 <내포> 지역의 핵심, 가야산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가야산은 현재 행정구역 상으로 서쪽으로는 서산시, 동쪽으로는 예산군에 걸쳐있고, 남쪽으로는 홍성군, 다시 북쪽으로 당진시와 함께하고 있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산이다. 이 가야산에 수년간에 걸쳐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면서 산 주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개발요구에 대한 필요성과 환경보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가야산 송전탑설치를 비롯한 석산 및 광산개발, 골프장 개발 시도, 가야산을 관통하는 순화도로 사업 등 많은 국책사업과 민간 개발 사업들의 진행은 <내포>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전통 이로 인해 생겨난 고유의 삶의 문화가 가진 가치들에 대해 스스로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하여 지역 환경과 개발논리에 처한 삶의 현실로부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명의 문화를 제시한 대한으로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길”이었고 그것이 현재의 [내포문화숲길]이 된 것이라고 한다. “ 본격적으로 옛 길들을 돌아보며 조사하고 논의한 결과, [내포문화숲길]의 길들을 크게 네 개의 테마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 우는 서산마애삼존불과 가야한 내에 흔적으로만 남아있는 100여개의 폐사지들로 알 수 있는 불교의 역사 문화 [원효깨달음길], 백제의 부활을 위해 싸웠던 흔적이 남아있는 백제부흥운동의 자취 [백제부흥군길], 그리고 한국천주교회의 못자리라고 할 수 있는 천주교 역사를 알 수 있는 순교성지들 [내포천주교순례길], 마지막으로 나라의 위기 때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동학농민운동과 만해 한용운, 백야 김좌진, 매헌 윤봉길 등 지역의 역사인물들에 대한 테마 [내포역사인물-동학길]로 말이죠.”

이렇게 4개의 테마를 가지고 만들어진 길은 다신 시군별로 경계를 나뉘어 코스(구간)별로 정리가 되어 총 약 320km (지선 2구간 포함) 26구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2014년 올해는 2013년까지의 [내포문화숲길] 조성사업을 마무리하고 실질적으로 지역주민을 비롯한 전국의 사람들에게 길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된 해입니다.

실질적으로 첫 관리·운영이 시작된 해인지라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내포문화숲길]과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분들이 아낌없는 배려와 격려를 주셨고 각 시군의 실무자들이 노고로 앞으로 어떤 일들을 더 해야 할지 고민하고, 나눌 수 있었던 의미 있는 한 해였지요.” 특히나 이 지면을 통해 이루어진 [내포문화숲길]의 스토리텔링 작업은 이미 그동안 알려진 이야기 외에 실제 지금 그 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또 그 이야기를 듣고 정리한 주체가 지역에서 관광경역학을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이란 점에서도 의의가 깊었다. [내포문화숲길] 역시 궁극적인 목적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 재구성하여 그것이 또 다른 콘텐츠로 탄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이 스토리텔링 작업이 기대가 된다.

스토리텔링 작업에 참여해 준 처운대학교 관광경영학과(왼쪽부터) 김영준, 이화영, 김태현, 임재협, 이청엽, 소미애 이상 6인.

[내포문화숲길]은 유례없는 민과 관이 처음 길이 만들어질 때부터 논의하고 이후 관리운영에 대한 부분까지 나누었던 민관 협력거버넌스 조직의 모법적인 모델이 되기도 한다. 조성하기까지 6년여의 시간동안 내포지역의 각 길들을 잇고 놓치고 있었던 내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즌 1의 시간이 끝나고 이제 막 시즌 2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 <내포>지역을 대표하는 길로 [내포문화숲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이 길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할 일도 해야 할 일도 숙제처럼 남아있다. 그래서 이 길을 비단 도보여행자 뿐 아니라 지역주민이 함께 걸었으면 한다. 함께 걷다보면 분명 더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을 테니깐.

인터뷰 : 사단법인)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 김종대
정리 : 내포문화숲길 교육팀장 정수연
사진제공 : 내포문화숲길 홍보팀장 길익균

** 내포문화숲길은 내포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자원을 바탕으로 내포지역의 4개시군 (서산시, 당진시, 홍성군, 예산군)에 조성된 800리의 장거리 걷는 길입니다. **
<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