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너무 빛나기에 내가 가질 수 없네: 月方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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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너무 빛나기에 내가 가질 수 없네: 月方中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4.12.2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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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49>

한없는 환희의 기쁨을 만끽하던 달이 처음 생기고자 하던 월욕생(月欲生)의 단계가 지나면 점차 반달의 모양을 갖추는 단계를 상현달(上弦月)이라고 했다. 오른쪽 위쪽이 조금 둥근 형태를 갖추는 달이다. 상현달은 그믐달로 향해가는 하현달(下弦月)인 반달보다는 생성의 원리에 의해 패기가 넘친다.

이 단계 달이 지나면 어느 순간 둥근 보름달이 된다. 이 단계를 월방중(月方中)이라 했다. 시인은 달이 너무나 빛나기에 내가 가질 수 없고, 먼 하늘에 걸렸거니 어찌 손을 댈 수 있으랴 속았던가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月方中(월방중)
달을 보는 사람들이 모두 다 즐기지만
저 달은 너무 빛나 나만이 가질 수 없네
먼 하늘 걸려있거니 어찌 손을 대겠는가.

萬國皆同觀 千人各自遊
만국개동관 천인각자유
皇皇不可取 迢迢那堪收
황황부가취 초초나감수 


달은 너무 빛나기에 내가 가질 수 없네(月方中)로 번안해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온 나라들이 다 함께 달을 우러러보면서 / 모든 사람들이 제각기 달을 즐기며 놀고 있네 // 달은 너무나 빛나기에 내가 가질 수 없고 / 먼 하늘 걸렸거니 어찌 손을 댈 수 있으리]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온 나라 달 우러르며 즐기면서 놀고 있네, 빛나서 가질 수 없고 손에도 댈 수 없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달이 한 가운데 보름달이로군’로 번역된다. 합삭 되어 보이지 않던 달이 비로소 생겨날 것을 기대하면서 월욕생(月欲生)이라 하더니, 다음 단계인 초승달이 생겨남을 월초생(月初生)이라 했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반달인 상현달(上弦月)이 되다가 점차 음력 보름이 되면서 둥근 보름달이 된다. 시인은 이 달을 월방중(月方中)이란 시제를 붙였다. 방중(方中)이란 한자가 뜻하고 있듯이 보름달을 객관적상관물로 등장시키고 있다 . 보름달은 둥근 달로 밤새도록 동네 어귀를 지키면서 평화롭게 잠을 자도록 자장가를 불러 주었다.

초저녁에 떠서 먼동이 트자마자 점점 자취를 감춰감에 따라 시인의 시적인 착상은 둥근 달만큼 크고 원대했으리라. 온 나라들이 다 함께 달을 우러러보았고, 모든 사람들이 제각기 달을 즐기며 놀고 있다고 했다. 달을 보면서 강강술래도 했고, 밝게 비추는 달을 보면서 사랑의 밀어를 소삭이곤 했다. 화자는 보름달이 사랑스럽기 때문에 살며시 소유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달은 너무 빛나기 때문에 내가 가질 수 없고, ‘먼 하늘에 걸렸기에 내 어찌 손을 댈 수 있으리’라는 푸념어린 합리화 한마디로 그럴 수 없다고 손을 내젖고 만다. 그럴 수 없다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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