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유기농법 농사를 이어가는 젊은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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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유기농법 농사를 이어가는 젊은 농부
  • 한관우·장윤수 기자
  • 승인 2015.08.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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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전통기업 대를 잇는 사람에게 길을 묻다 <5>

최근 농촌은 일손 부족과 더불어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 중이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다보니 아기 울음소리는 끊긴지 오래고, 소규모 학교들도 점차 통합되거나 폐교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 속에서 가업을 잇고 농촌을 지키는 젊은이가 있다. 뜨거운 열정으로 친환경 농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젊은 농부’가 그 주인공이다. 가업 잇는 장인들, 다섯 번째 순서로 젊은 농부 주영철(32)씨를 만났다. “23살 때 농업을 시작했습니다. 홍동이 고향이고, 지금도 홍동에서 4만5000평의 벼농사를 지으며 한우 200여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깔끔한 티셔츠와 백 팩으로 멋을 낸 젊은 청년 주영철 씨는 농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익숙한 솜씨로 소에게 여물을 주고 논일을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농부였다. “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농업 분야로 진학했습니다. 때문에 부모님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기도 했죠. 부모님께서는 ‘사회에서 일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반대를 하셨지만, 저는 어릴 적부터 시골에 살았기 때문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항상 부모님께 인정을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제가 선택한 일인 만큼 책임지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바쁘게 달려왔습니다.”

주영철 씨가 논을 살펴보고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거쳐 본인까지 3대째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는 주 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소규모로 농사를 지으셨지만 지금은 4만5000평으로 확장해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젊은이가 농촌에 살다보면 답답하기도 할 터. 주 씨는 “친구들처럼 도시에 살며 여가도 즐기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땐 기반이 잘 갖춰진 제대로 된 농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같이 큰 규모를 이뤄내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어려움도 많았죠. 하지만 농업을 하면서 점차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농업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처럼 수입이 일정한 것도 아니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탄탄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직장인처럼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농촌에 살면서도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주 씨는 “한우를 기르다보면 자리를 비우는 것이 쉽지 않아 여전히 여가 생활은 무리인 상황”이라면서 웃음을 지었다. 유행이나 변화에 민감한 젊은 농부는 기존의 농업인들과는 차별화된 다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작물을 수확하고 시장에 내놔 판매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협동조합 등과 연계하거나 직거래, 소매 등 다양한 판로 개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아이쿱(iCOOP) 생협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한데, 아이쿱의 까다로운 품질 검사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해 대부분을 생협 쪽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주 씨는 유기농 쌀뿐만 아니라 일반 쌀도 병행 생산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직거래 및 소매 등 다양한 판로를 열었다. 그러나 이처럼 열심히 일하는 주 씨에게도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은 둘째 치고, 부모님과의 갈등이 좀 어렵습니다. 한우는 전적으로 제가 키우는 것이지만 벼농사는 부모님과 함께 하기 때문에 가끔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서로 추구하는 방식이 달라서 그렇죠. 저 같은 경우엔 최대한 기계를 사용하는 기계화된 농업을 추구하지만 부모님은 옛날 방식을 고수하시니까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부모님과 시간을 나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논의 물 관리나 농기구와 자재 관리는 주로 아버지께서 하시고, 저는 모심기 등 일을 주로 합니다, 이처럼 서로 겹치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하며 갈등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주영철 씨가 자신의 한우 농장에서 여물을 주는 모습.

홍동면이 고향, 23살의 어린 나이에 농업에 발 디뎌
농업을 3대째 가업으로 이으며 4만5000평으로 확장
여러 시행착오 겪었지만 농촌에서 안정적 기반 마련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 다하면 성공”

이밖에도 주 씨는 “혼자서 소 200여 마리를 관리하며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소를 키우다보면 질병 문제가 가장 어렵습니다. 구제역 같은 유행성 질병뿐만 아니라 호흡기 질환이나 설사 같은 잔병들 때문에도 골치가 아픕니다. 소를 처음 키우기 시작할 때는 일주일 새 갑자기 3마리가 죽기도 하고, 잘 크던 소가 하루 만에 죽기도 했습니다. 잠을 설쳐가며 약이나 치료법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지만, 이론과 현실에는 많은 차이가 있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되고, 관리도 안정이 돼 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인지 소한테는 더 애착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주영철 씨의 한우 농장 전경.

주 씨는 농업을 주업으로 삼으면서 최근에는 회계나 투자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농부는 더 이상 단순히 농사만 짓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다방면에 지식을 갖고 농업을 더 다양한 차원으로 개발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저는 100년이든 200년이든 우리 가문이 대대로 이어나갈 수 있는 농업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실 외국에 나가보면 시설이 잘 돼서 대대손손 농업을 물려받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앞으로 필요한 창고도 크게 만들고, 체계화된 농업 시스템을 구축해 자손들이 이어나갈 수 있는 농업 환경을 구축하고 싶은 것이 제 꿈입니다.” 다시 23살로 돌아가더라도 농업을 선택할 것이라는 주영철 씨는 포부와 함께 지금의 자신과 같은 젊은 세대에게 마음을 전했다. “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농사를 지으며 창고도 짓고, 직원도 두며 더욱 체계화된 농업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청년 여러분, 지금은 농촌에도 젊은 인재들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자신이 농업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있고 시골이 좋다면, 과감하게 도전해 볼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열심히 해야 합니다.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든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열심히 한다면 분명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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