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의 성공요인과 그 해답은?
상태바
골목상권의 성공요인과 그 해답은?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5.08.06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의 골목상권 경쟁력 테마로 승부한다<8>

차갑고 번잡한 도심과 대조를 이루는 오래된 동네. 그 지역 토박이들이 아니면 아는 이조차 별로 없었던 골목길이 독특한 개성을 지닌 트렌드의 발상지로 거듭나고 있다. 낡은 주택이나 상가가 밀집해있고 교통이 좋지 않아 쇠락해가던 골목길에 투자와 유동인구가 늘면서 역세권이나 대형 상권 못지 않은 번화가로 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번잡하고 답답한 대형 상업 문화에 지친 사람들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골목상권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군산 신흥동의 일본식 주택인 ‘히로쓰 가옥’.

골목길은 대규모 자본이 주도하는 개발에 밀려 고층 건물 뒤로 밀려나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낡고 후미진’이라는 수식어를 벗어 던지고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이자 소규모 자본의 창업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군산항을 중심으로 넓게 흩어진 근대 유산을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한 골목길 프로젝트를 통해 채만식의 작품에서 이름을 딴 탁류길과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에서 따온 아리랑길 등을 조성해 역사적인 숨결과 문학이 배어 있는 골목으로 결실을 맺었다. 탁류길을 걷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100년 전통의 이성당 빵집과 1998년에 개봉한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초원사진관도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관광명물이다. 골목상권이라는 불리한 입지를 극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중심상권에 비해 보다 저렴한 임차료나 권리금 등 낮은 고정비용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소자본의 젊은 창업자들에게도 관심을 받는 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등 성공한 골목상권이 주목을 받으면서 골목상권은 더 이상 소외된 상권이 아닌 2015년을 이끌어갈 대표 트렌드로도 주목 받고 있다.

 

개성적인 상점이 자리 잡은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답답한 대형 상업 문화 지친 현대인 골목으로
SNS 등 온라인 입소문 타며 골목상권 떠올라
역사와 문화 담은 이야기에 관광객 발길 몰려  

경리단길은 용산미군부대와 인접한 평범한 동네로 작은 마트나 세탁소, 쌀집, 철물점, 분식집 등이 모여 있는 흔한 동네 골목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태원역 인근 지역의 임대료의 상승으로 밀려난 소규모 상인들이 경리단길로 모이면서 개성 강한 커피점이나 모자가게, 옷가게, 음식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열었다. 덕분에 감각 있는 인테리어와 이국적인 분위기의 맛집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해 점차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로 자리 잡았다. ‘오늘 날 골목상권이 왜 주목받는가’라는 질문에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가장 먼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유로 꼽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행처럼 번지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만의 맛집이나 나만의 휴식처를 찾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골목골목에 숨어있는 맛집이나 명소들이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공유되기 시작한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골목에서 단순한 창업이 아닌 협동의 공간으로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경리단길 뒤 쪽 장진우거리처럼 한 개인이 골목에 여러개의 상가를 운영하며 골목 자체를 브랜드화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전 으능정이 골목의 명물 성심당에서 빵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대형할인점이나 기업형슈퍼마켓(SSM),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자본을 무기로 하는 유통공룡의 골목상권 진출로 작은 상가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 시기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 골목상권의 밥줄을 치고 들어오던 유통공룡들이 동네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골목 맛집들을 모시기(?) 위해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맛집 때문에 일부러 백화점과 마트를 찾는 소비자도 생겼다. 더 까다로워지고 세분화된 고객들의 취향을 맞출 수 있는 답이 바로 골목에 있었던 셈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본점, 잠실점 등 수도권 주요 점포에서 다양한 지역 맛집을 매장과 팝업스토어로 선보였다. 단팥빵과 야채빵으로 유명한 군산 지역 유명 빵집 이성당(잠실점)과 튀김소보루와 부추빵이 일품인 대전 유명 빵집 성심당(대전점) 매장을 유치해 운영 중이다. 성심당의 빵을 먹기 위해 본점이 위치한 으능정이 골목을 찾는 관광객이 더해지며 성심당 인근은 늘 북새통을 이룬다. 본점에는 하루 1만여 명 이상이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 홍주목사가 집무하던 안회당의 외삼문인 홍주아문.

이렇게 골목길이 현대인들의 활력소가 된 것은 SNS의 힘이 강력히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문화가 더 이상 ‘멋있는 곳에서 소비하는 것’의 형태가 아닌, ‘내가 소비하는 것이 가장 멋있는 곳’을 찾는 문화로 변한 것도 한 요인이다. 나만의 장소를 찾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를 보고 찾아가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뻔한 상업지구 대신 나만의 장소, 나만의 맛집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골목이 새롭게 주목 받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 군산의 탁류길, 이태원 경리단길, 대전 성심당길 등 골목상권이 활성화된 곳의 공통점이 있다면 골목에 이야기를 담아냈거나 기존의 골목이 갖고 있는 자원에서 현대인들의 관심을 끌 소재를 발굴해 냈다는 등의 특징이 있다. 특히 이들 골목에는 역사와 문화가 공존해 멋진 조합을 이뤄냈다.
홍성은 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홍주읍성을 비롯해 안회당 등 홍주목의 역사자원을 비롯해 천주교성지 등이 원도심 내에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적 콘텐츠를 군산 탁류길의 사례처럼 특화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