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끝? 새 삶의 출발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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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끝? 새 삶의 출발점이죠!
  • 글=장윤수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0.2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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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사람들의 아름다운 도전 홍성의 농부로 희망을 일구다 ⑬
은퇴농장 김영철 대표
▲ 은퇴농장 김영철 대표가 부추를 손질하고 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결혼을 하고 고향인 홍성으로 돌아오게 됐죠. 아내와 남산도서관에서 팔각정에 가며 한 이야기가 현실이 됐네요.”

은퇴농장 김영철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결혼 후 고향인 홍성으로 돌아와 광천읍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모시며 지냈다. 이후 분가를 해 돼지를 3000두 가량 키우기도 했다. 그리고 1994년 무렵, 은퇴농장을 구상해 만들게 됐다.

“평소 낚시를 좋아해 낚시터에 자주 가곤 했는데, 은퇴하신 분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은퇴하신 분들은 평소 좋아하던 취미 활동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바쁘게 일을 하다 짬 내서 할 때 즐거운 것이지, 매일 하면 재밌지 않거든요. 그런 은퇴자들의 생각에 공감해 함께 모여살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해 은퇴농장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약 2년의 기간 동안 어려움을 겪은 끝에 1996년 은퇴농장을 만든 김 대표는 각종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취향이 다른 은퇴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설을 구축했다. 염소나 돼지 등 가축을 키우고 싶은 은퇴자, 약초 등 특수작물을 재배하고 싶은 은퇴자, 농사를 짓고 싶은 은퇴자를 위해 맞춤형 시설을 마련했지만 모두가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단순히 모든 것이 갖춰진 곳에서 생활을 하는 것보다 소일거리라도 노동력을 보태 소득을 얻고 싶다는 것이 은퇴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유기농산물을 키우며 입주자들과 함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죠.”

김 대표는 농업대학을 졸업한 자녀와 함께 1000여 평의 하우스 시설을 구축했고, 유기농산물을 활용한 소득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평소 농사를 짓지 않았던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농사일에 능률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에 김 대표는 판매를 위한 소포장 업무 등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초창기에는 다양한 품목을 재배하고 판매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입주자들의 갈등 유발 요소가 돼 한두 가지로 통일해 작물을 재배해오고 있다.

“일하는 만큼 소득이 생기니 은퇴자 모두가 만족합니다. 특히 손자나 손녀가 오면 할아버지가 직접 일해 번 돈이라며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용돈도 주고 하는 모습을 볼 때 참 기분이 좋죠.”

은퇴농장은 고령화시대 모범 사례로 선정돼 노무현 대통령 시절, 고령화대책위원회의 주목을 받는 농장이기도 했다. 당시 여러 지자체에서도 은퇴농장을 벤치마킹해 사업을 실시하려 했으나, 실무를 접해보지 않은 행정 담당자들과의 시각차 등으로 인해 시행이 되진 못했다. 각종 시설이 모두 갖춰진 곳에 입주를 하려면 금융소득 10억 이상이 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해당자가 적고 금액이 커진 만큼 관심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은퇴농장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저희 농장을 찾아오시는 분들께 꼭 택시를 타고 오시라 말합니다. 가실 땐 제가 역까지 모셔다 드린다고요. 그분들이 그렇게 작게나마 우리 지역경제에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입주해 계신 은퇴가족들과 금요일이면 꼭 온천에 다녀오는데, 다녀오며 점심으로 꼭 외식을 하죠. 이처럼 작게나마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가정요양시설을 만들어 은퇴자들의 삶과 마지막까지 보살피고 싶다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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