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위기의 작은학교 특성화로 되살리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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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위기의 작은학교 특성화로 되살리자<3>
  • 글=한기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7.3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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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끼를 키우는 즐겁고 행복한 산골학교, 도산초등학교
산골벽지 학교인 도산초등학교에서 열린 ‘너Do 나Do 모Do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광경.

문화예술 체험교육을 통한 감성 키움 특색 프로젝트 실천 교육
공립형 대안학교의 실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 받아
도산초 “누구의 지원을 받아 시설과 프로그램 갖춘 게 아니다”
유정하 교장 “폐교 위기의 학교 살리기는 ‘공동학구제’의 역할”


 

논산시 도산초등학교는 논산시내에서도 한 시간 이상을 2차선 도로를 따라 가야하는 대둔산 기슭에 있는 산골의 벽지학교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한가로운 동네에 자리하고 있는 도산초등학교는 행정구역은 논산이지만 대전과 금산의 접경인 대둔산 기슭 수락계곡에 있는 산골 벽지학교다. 이런 학교에 인근 계룡시에서 통학버스를 타고 오거나 입학 대기자가 생길 만큼 농촌 명품학교로 자리매김하면서 화제다.

이 학교는 1932년 도산간이학교로 개교해 1949년 도산국민학교로 승격 분리됐으며, 올해 2월 67회 졸업생(총인원 2655명)을 배출했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에 비해 교육여건이 열악해 2009년에는 학생이 37명으로 급격히 줄어 폐교 위기에 처했다. 방과후가 되면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학교는 한가한 산골의 농촌의 풍경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방과후 프로그램이 빈약했고, 당시에는 4개 학년이 복식수업을 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공립형 대안학교의 실험이 시작됐고, 그 결과로 인해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0교시 체육활동이 도입됐는데 종목도 다양해서 축구는 물론 골프, 승마, S보드, 풋살, 롤러 브레이드, 방방이 등 아이들이 원하는 종목들이 해마다 조금씩 추가됐다.
 

교내 설치된 골프장에서 진행되는 방과후학습.


■공립형 대안학교 실험, 혁신적 변화 시작
이러한 공립형 대안학교의 실험은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동참하면서 혁신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기르고, 도시와의 교육 격차 해소는 물론, 사교육비 경감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며 전국에서 방과후학교의 모델로 떠오르는 학교로 변모했다. 이 학교 아이들은 누구나 6~7개 정도의 스포츠 종목을 즐긴다고 한다. 물론 체육특기생을 키우려는 게 아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종목을 스스로 선택해 하루 종일 친구들과 또는 선생님과 함께 어울려 뛰면서 논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수업은 노는 시간 사이사이, 잠깐잠깐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원에 갈 시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맘껏 뛰어 놀았으니 저녁이면 실컷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당연히 사교육도 사라질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건강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이유다.

도시에서 전학을 왔다는 한 학생은 “예전 학교에선 공부만 시키고 학원도 가야되고 해서 힘들고 재미가 없었는데, 이 학교로 전학을 온 이후로는 학교에서 운동할 것도 많고 친구들도 많아서 너무 재밌다”며 “전학을 오기를 참 잘한 것 같다”고 함빡 웃었다. 이런 환경으로 바뀐 도산초등학교는 어느덧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 즐겁고 신나는 학교가 돼 있었다.

도산초등학교에서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예산 등 누구의 지원을 받아서 이런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춘 게 아니다’라는 점이다. 시교육청은 물론 각종 공모사업에 지원해서 어렵게 만든 예산을 이리저리 아끼고 쪼개서 마련한 시설들 이라는 점에서 교직원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먼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교문 입구의 운동장 한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는 골프 연습장의 경우, 용접기술자로 일하는 학부형 한 분이 직접 설계하고 선생님들과 함께 제작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교는 이런 경우, 입찰을 거쳐 용역을 주는데 그렇게 하면 예산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정해진 돈을 쪼개고 아껴서,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서 일일이 마련한 시설이고 프로그램이어서 가치를 더한다. 산골의 벽지, 시골학교지만 아이들이 도시의 학생들에게 주눅 들지 말라고 굳이 골프, 승마 같은 고급스포츠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한때 폐교 대상이었던 학교가 신나는 학교라고 알려지면서 전학을 오는 아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학생 수는 올해 124명, 폐교 위기였던 2009년에 비하면 4배를 넘겼다. 지역도 다양해서 서울, 경기, 광주, 전북,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유학 온 아이가 3분의 2가 넘는다고 전했다. 학교가 살아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도 살아났다. 귀촌하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쇠락하던 산골마을 주민들이 활기를 되찾았고 의욕도 높아졌다고 한다. 인근 지역은 물론, 외지에서도 학생들이 몰리면서 현재는 학생들이 124명(남학생 66명, 여학생 58명)으로 늘었다.
 

아침방송 DJ를 맡고 있는 4학년 학생들.

■폐교위기의 학교 ‘공동학구제’가 살렸다
도산초등학교(교장 유정하)는 기자가 취재차 방문한 날인 지난 21일 오전 10시부터 꿈나래관에서 1~6학년 학생 123명을 대상으로 ‘너도 나도 모두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를 실시했다. 1학기 동안 아침활동과 방과 후, 행복놀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익히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연습해 1학급 1악기 연주곡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6학년의 오카리나 연주를 시작으로 저학년 순으로 연주가 시작됐다. 특히 이날 사회도 직접 학생들이 맡았는데, 바로 아침방송 DJ를 맡고 있는 교내 아나운서인 4학년 정유진·김유진 학생이 진행을 맡았기 때문에 학생들과 교사들의 반응엔 더 관심이 쏠렸다. 

‘너도 나도 모두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에서는 오카리나, 리코더, 우쿨렐레, 피아노, 바이올린, 실로폰 등 다양한 악기를 활용해 그동안 연습해오던 실력을 무대에서 맘껏 펼치며 반 친구들과 함께 혹은 독주 무대를 가졌다. 음악회 소식을 듣고 구경을 온 병설유치원의 심채원 원아는 “언니들이 하는 것을 보니 자신도 오카리나 연주를 해보고 싶다”며 아쉬운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유정하 교장은 모든 순서가 끝난 후 학생들에게 “경연대회라면 모두 금상을 주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동안 수고해준 교직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정겨운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처럼 오늘같이 조금은 서툴어도 열심히 노력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산골 벽지학교인 도산초등학교에 또 한 장의 추억과 희망의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또한 이 학교의 학생과 교직원들은 아침방송 DJ 덕분에 아침 운동이 더 즐겁고 흥겹다고들 야단이다. 매주 월~금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00분까지 사제동행 아침 운동을 실시한다. 축구, S-보드, 피구, 굿모닝 골프, 풋살, 플라잉디스크 등 다양한 활동과 함께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을 걷고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신체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 귀한 시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암서원 인성체험학교 체험학습 모습.


여기에 더해 8:1의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선정된 아침방송 DJ들이 매일 다양한 원고를 준비해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학생들의 활기찬 아침활동을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과 반응이 더 큰 이유다. 오디션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해 월, 수요일의 DJ로 선정된 4학년 정유진·김유진(찐찐 DJ팀)은 첫 아침방송에서 화려한 입담과 4학년생답지 않게 안정된 진행솜씨로 방송을 진행해 교사들은 물론 학생들로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학교 5학년 이아인 학생은 “아침방송 DJ들과 함께 내가 신청한 신청곡을 들으며 아침운동을 하니 아침운동 시간이 더욱 신나고 나도 모르게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고 아침 방송과 함께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을 느끼며 활기차게 운동하는 시간을 통해 학생들의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바른 인성을 가진 조화로운 사람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유정하 교장은 “폐교 위기에 처했던 도산초의 오늘이 있기까지 사실 공동학구제가 큰 역할을 했다”며 “도시의 학생들에 비해 성과는 늦을지 모르지만 알짜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아이들보다 성과는 늦게 나타나도 장기적으로 훌륭한 인물은 산골벽지학교 출신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는 희망을 밝히면서 “결국은 능력 있고, 패기 있는 젊은 선생님들이 벽지학교를 선택해 오신 원인이 학교가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2017년도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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