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같은 별정우체국의 젊은 우체국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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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같은 별정우체국의 젊은 우체국장이죠”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1.0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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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을 잇는 청년, 청년CEO, ‘농촌에서 삶의 가치를 찾다’
〈14〉 이형균 홍북우체국장
홍북우체국 앞에서 택배상자를 들고 포즈를 취한 이형균 우체국장.

조용한 시골마을에 오토바이 달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늙은 어머니는 굽은 허리에 뒷짐을 진 채 외지로 나간 자식들 소식이 혹시라도 올까 문밖을 서성인다. 삐걱이는 함석 문을 열고 낯익은 집배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할머니, 편지 왔슈~”

편지를 쥔 할머니의 주름진 손에는 그리움의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지금은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드물다. 집배원으로부터 받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고지서와 안내문이 전부다. 그래도 집배원이 없다면 받을 수 없으니 산골 어디라도 배달해 주는 그들의 수고로움에 감사하다. 집배원 생활 10년을 보낸 한 청년이 별정우체국 우체국장이 되었다. 지난 1일 정식으로 취임한 이형균 홍북읍우체국장(37)은 젊은 나이에 국장이 되어 조금은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별정우체국은 국가 재정이 어려운 시기에 농어촌, 도서벽지에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961년부터 민간이 청사시설을 부담해 설치,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우편, 금융 등 일반우체국과 동일한 업무를 취급하며, 1992년부터 국장 및 직원은 공무원 수준의 보수와 연금을 받고 있다. 이런 별정우체국은 전국적으로 75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청사시설을 제공했다는 사유만으로 자녀 및 배우자에 승계가 가능한 ‘지정의 승계제도’와 본인이 아닌 제3자를 국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추천국장제도’로 인해 그동안 국회, 감사원 등으로부터 ‘현대판 음서(蔭敍)제’, ‘부(富)의 세습’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홍북우체국은 이국장의 할아버지인 이석준 씨가 1966년 7월에 설립했고, 아버지인 이백석 씨가 우체국장을 지냈으며 지난달 30일 퇴임한 이홍석 우체국장은 작은 아버지다. 이처럼 홍성 내 별정우체국은 홍북을 포함해 금마, 홍동, 장곡, 은하, 서부 등 6개소다. 군 제대 후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있던 이국장에게 아버지가 우체국 일을 권유했고 이국장은 집배원부터 시작했다. 오전 7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이어지는 업무에도 별로 지치지 않았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도움 드린 적도 많고 보람을 느끼는 일이었죠.”

얼마 전 내부 단장을 마친 우체국에는 사무국장과 한 명의 여직원이 같이 일한다. 지나가다 소피가 급한 할아버지가 들어오기도 하고, 서울에 있는 딸에게 부칠 김치를 들고 오는 할머니도  있다.

“여기가 마을 사랑방 같은 곳이다 보니 앞으로 직원 분들과도 잘 지내고, 또 집배원 할 때와는 다르니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갈 지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포신도시가 들어오면서 홍북우체국은 늘어난 택배로 인해 더욱 바빠졌다. 그런 만큼 이국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주민들의 편익 증진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죠.”

마지막이라는 명사는 아쉬움과 함께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이런저런 비판도 있지만 더 이상 가업을 이을 수 없는 별정우체국에 대한 아쉬움, 젊은 나이에 우체국장이 된 이국장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그를 더욱 독려할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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