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옛 건축물에 문화 입히는 ‘전통과 현대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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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옛 건축물에 문화 입히는 ‘전통과 현대의 공존’
  • 취재·사진=한기원 기자
  • 승인 2017.12.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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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폐기된 공공건축물의 재활용 방안 〈4〉
마드리드시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에서 국립미술관으로 재탄생한 ‘레이나소피아’전경.

종합병원이 미술관으로 재탄생 ‘레이나소피아 국립미술관’
흉측한 도축장에서 복합 문화시설로 탈바꿈 한 ‘마타데로’
친환경적으로 도시 전체를 재생시키는 ‘플랜마드리드’사업
발전된 시내와  소외된 외곽 지역의 차이 줄이기 위해 노력


오래된 건축물은 존재 자체만으로 훌륭한 역사문화자원이 된다. 본래의 용도를 잃었다고 해도 그 건물이 갖고 있는 역사가 곧 문화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건축물이 지닌 역사성에 현대적인 가치를 부여해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통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스페인의 주요 문화사업을 통해 홍성이 지향해야 할 점이 분명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 사례로는 스페인 마드리드시의 ‘레이나소피아 국립미술관’을 들 수 있다.

‘레이나소피아 국립미술관’은 병원의 기능이 소멸된 이후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미술관으로 재활용한 경우다. 미술관 내부는 18세기에 건축된 ‘산 카를로스 종합병원’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과 문화공간이 자리잡은 별관 전경.


 스페인 마드리드시에 위치한 레이나소피아 국립미술관은 18세기 지역 내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이었다. 1788년 건축가 사바티니(SABATINI)가 건축해 문을 연 이 곳은 1960년대까지 병원으로 이용되다가 1962년 병원으로 기능을 상실하고 환자들의 진료만 보는 곳으로 사용됐다.

독재시대의 잔재였던 이 건물은 1975년 독재자가 사망하면서 철거를 주장하는 여론이 생겨나게 되었고, 반대로 건축가 사바티니의 설계 희귀성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팽팽히 맞서게 됐다.

결국 18세기 건물로써의 희귀성과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1977년 문화유산으로 선정하고 보존하기로 결정됐다. 이후 마드리드시는 건축적 가치와 양식·구조 등과 관련해 미술관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1982년 친환경적인 미술관으로 재탄생됐다. 1982년 당시에는 특별전시 형태로 운영되다가 1992년 비로소 레이나소피아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관해 본격적인 미술관으로 운영되기 시작해 올해 9월 10일에 개관25주년을 맞이했다.

레이나소피아 국립미술관에는 1만 6000여 점이 작품으로 전시돼 있는데, 그중 그림 작품이 3000여점, 조각 작품이 1500여 조각, 판화 작품이 5000여점이며, 나머지는 비디오 또는 영상작품 등이다. 피카소 등 초현실주의를 비롯해 스페인 경제, 사회상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별관 1층에는 서점과 카페도 있다.

레이나소피아 국립미술관은 개관 초기인 1994년에는 연 70만 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방문했고, 매년 점차적으로 방문객이 늘자 도서관, 음악당, 접견실, 카페 등 복합문화공간인 신관을 2005년에 신축했으며, 2007년에는 연간 150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2017년 9월 현재는 350만 명의 관람객이 레이나소피아 국립미술관을 방문해 세계적인 명소로 부상하게 됐다.

종합병원이었던 이곳이 레이나소피아 국립미술관으로 재탄생되고 방문객이 매년 늘어나게 되면서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점차 커지게 됐는데, 무엇보다 직원들이 전체 직원이 몇 명인지 모를 정도로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규모가 커짐에 따라 투자자가 모이고 방문객들로 인한 도시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미/니/인/터/뷰
마드리드시청 지속가능성 도시개발부 자문건축가 ‘라켈 델리오 마친’ 씨

마드리드시는 도시재생 대형 프로젝트인 ‘플랜 마드리드’를 실시하고 있다. 마드리드시의 약 80% 가량의 주택이 소유주가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특성을 이용해 낙후된 지역과 건물들을 시의 보조로 재생해 주는 사업이다.

개인소유 건축물의 40%가량이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거나 버스노선을 추가하고 자전거도로를 설치하는 등 도로 등의 기반시설 재정비와 함께 떨어진 건축물을 밀집시키고 중간 중간에 소광장을 구성하는 등 전반적인 도시 재정비를 실시하고 있다.

우선 재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친환경적인 재생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소유물 재생 시에는 소유주와의 협의 점을 찾는 부분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의 경우 마을 노인정 등 시청 소유의 장소에서 약 70회에 걸쳐 소유주들과 회의와 의견조율을 실시해 의견을 맞춰 나갔다. 지난해에는 5000만유로 예산으로 2만 5000곳의 도시재생을 완료했으며, 올해에는 1만 5000곳을 추가적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당초 예산은 2400만 유로였는데 인기가 좋아 예산이 2배가량 늘어났다.

다음으로 재생이 목적이라면, 우선 첫째 목적은 소유주를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노후 된 지역의 재생을 통해 교육, 보건, 삶의 질을 보장한다. 발전된 시내와 낙후된 외곽지역의 차이를 줄이기 위함이다. 마드리드 전체의 40% 가량이 낙후지역 대상이다. 정부부처와 자치정부, 마드리드시의 3각 행정의 합작으로 행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재단에서도 일부를 지원받는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오르면 소유주는 좋지만 시의 입장에서는 곤란한 경우가 생긴다. 양면성이 있는 셈이다. 공공건축 재생의 콘셉트가 20세기 초 만해도 그 시대에 맞춰 재생하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옛것과 새것을 조화롭게 혼합시켜 재생하는 방향으로 콘셉트가 변화했다.

한편 마드리드시 도시재생의 사례로는 레이나소피아와 마타데로가 우수사례로 꼽힌다. ‘마타데로 아트지구(Matadero Madrid)’의 광장에는 음악 공연과 함께 그라피티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돼 있다.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은 데다 전시·공연 등 볼거리가 다양해 삶이 더욱 윤택해졌다. ‘마타데로’는 스페인어로 ‘도축장’이란 뜻이다.

이곳은 1925년 가축시장을 갖춘 공영도축장으로 조성돼 마드리드에서 소비되는 소와 돼지, 양의 도축과 거래가 이뤄졌다. 특히 스페인의 20세기 산업건축물 중에서도 독특한 공간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마드리드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제 기능을 잃고 화재까지 겪어 방치돼 온 이곳을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사업은 2011년에 마무리됐다. 11개 동으로 구성된 건물 곳곳에는 전시·공연 공간 외에도 열람실, 디자인센터, 공공 시네마센터, 창작작업실 등 다양한 기능의 문화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시 소유의 공공건축물로 현재는 쇼핑몰과 공연전시장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12년째 단계적으로 재생 개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극장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마드리드시는 공간 조성에만 그치지 않고,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해 지역 문화상품 및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따라서 시민과의 소통은 덤이다. 이 같은 마드리드시의 노력으로 마타데로 아트지구는 세계적인 문화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까푸리초시립공원도 우수사례로 꼽히는데, 도시재생은 스페인 전체의 흐름이나 마드리드시가 대표적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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