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만큼 돌아오는 농부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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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는 만큼 돌아오는 농부 CEO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2.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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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을 잇는 청년, 청년CEO, ‘농촌에서 삶의 가치를 찾다’ <18>

이남진 농부 CEO
수확이 끝난 자신의 논 앞에 선 이남진 농부 CEO.

농사만큼 정직이라는 단어와 가까운 것이 있을까? 열심히 땀 흘리고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 농사다. 또한 자신의 농지를 갖고 농사를 짓는 농부는 CEO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를 뜻하는 CEO는 기업에서 총괄적인 책임을 가진다. 자신의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 즉 생산방법에서부터 수확, 판매, 유통까지 농업경영 전반을 결정하기 때문에 CEO다.

농부 CEO 이남진(45)씨는 할아버지 때부터 짓던 논농사를 지금까지 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던 이남진 씨는 갈산면 기산리에 농지 분양 공고를 보고 고민의 여지없이 물 대기 좋고 일하기 좋은 홍성으로 내려왔다. 2001년 서른을 앞두고 고향을 떠났다.

“농사는 나만 열심히 하면 그 대가가 충분히 돌아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럽다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 농사 짓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농사야말로 자신의 천직이라 생각했다.

“저희 아들에게도 농사를 권유했고, 본인도 농대를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처음에 와서는 고생도 조금 했다. 외지에서 온 사람이 넓은 농지에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원주민들의 걱정과 오해도 받았다.

“아버지가 워낙 친화력이 좋으세요. 1년 정도 지나 적응 완료했죠.”
지금은 갈산면 체육회 재무 담당, 갈산면 전업농 재무 담당, 갈산면 소방대원, 홍성군 새농민회 소속으로 농사 이외에도 바쁘게 보내고 있다.

이남진 씨가 농사를 짓고 있는 곳은 북쪽으로는 충남 서산이, 서쪽으로는 와룡천을 따라 천수만이 펼쳐지는 곳에 15만 평의 논농사를 짓고 있다. 논이 넓은 만큼 사람 손으로 일일이 하기 어려워 중기 제초제 살포용 무인보트 등 최첨단 장비 등을 동원한다. 그러나 결국 사람의 손을 거쳐 시작과 마무리를 하는 것이 농사다. 봄부터 못자리를 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 논으로 옮겨지니 사람의 정성이 듬뿍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 다음은 자연의 기운과 흐름에 맡긴다. 

“12월 초에 수매가 완료되면 이제 1년 농사가 마무리돼요. 올해는 작년보다 수확량이 삼분의 일 정도 줄었어요.”    
서구식 식생활의 변화로 쌀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가 매년 빠짐없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고기를 잔뜩 먹고 나서도 기름에 달달 볶은 볶음밥을 먹어야 먹은 것 같고, 회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매운탕에 밥 한 술 말아 먹어야 숟가락을 놓는 것이 우리다. 그러니 부지런히 쌀독을 채워 밥심을 만드는 일에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확이 끝난 논에는 철새들과 바람만이 그 자리를 지킨다. 긴 겨울이 지나면 초록의 벼들이 우리의 눈을 시원하게 만들 것이며, 가을이 오면 황금 들녘으로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곳, 논과 그곳에서 땀 흘리는 농부가 있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굳게 다문 입매에 농부의 고집과 든든함이 엿보이는 이남진 씨의 굵은 손가락 마디들이 오늘도 부지런히 움직여 우리의 든든한 밥심을 만들어줄 것이다. 청년 농부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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