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양한 방식을 알게 해준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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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양한 방식을 알게 해준 귀농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6.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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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12>

홍동면 금평리 이상철
홍동면 ‘뜰’카페에서 만난 홍성유기농영농조합 이상철 이사.

지금도 기억한다. 2012년 5월 5일 TV에서 귀농 특집이 방송되고 있었다. 물론 TV에서는 귀농의 좋은 모습만을 보여줬다. 그래도 귀농에 대한 생각을 바꿔주는 계기가 됐다. 2012년 말, 정확히는 2013년에 홍동면 금평리에 터전을 잡은 이상철(43)씨는 지금도 그 때를 기억한다.

“귀농을 먼저 생각한 것은 아내다. 결혼 10주년이 되던 해 아내가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다는 말을 했다. 결혼을 한 후 집이 커지고 자가용이 좋아진 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그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물음을 던졌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은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밤 10시였다. 지금은 중학교 3학년이 된 아이가 어느 날 그런 말을 했다. “사실 그 때 죽고 싶었다.”

홍동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거의 주말마다 온갖 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 횟수가 늘어갈수록 농촌에 가기 싫어졌다. 도시에서 살던 경제력을 쫓아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막내가 태어나고 복직을 앞두고 있던 아내는 사표를 던졌다. 프리랜서 일을 하던 이 씨는 귀농에 대한 마음을 굳히고 지역을 알아보다가 홍동면으로 정했다.

일단 집이 필요했다. 귀농 선배 한 명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주말마다 11번을 찾아왔다. 결국 빈 집을 얻었다. 아이들과 함께 살기에는 너무 허름해 약간의 리모델링을 했다. 물론 지금은 땅을 사서 집을 지었고, 예전 집은 여동생이 사용하고 있다.

“귀농해서 가장 좋은 것은 삶의 다양한 방식이 있는 것을 알게 됐고 우리 아이들도 본인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삶의 방식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귀농하지 않았다면 똥만드는 기계로 살았을 것이다. 지금은 논과 밭 3천 평에 감자, 토마토, 가지, 참외 등을 심는다. “농사를 짓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것이 득이 된 것 같다. 틀에 박힌 관행농과 유기농의 장점을 보고 자연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나만의 농사를 짓게 됐고, 도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면서 꾸러미 사업을 하게 됐다.”

이 씨는 꾸러미 사업을 통해 판로를 확보하면서 일찍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9개월째 접어들면서 회원수가 급감했다. 그때부터 이 씨는 꾸러미의 장점과 단점 등을 분석했다. “꾸러미는 유통의 혁명이라 생각한다. 정확하게 예측이 가능하고 새로운 것을 할 때 농가에게 유리한 방식도 가능하며 새로운 시도도 가능하다. 문제점은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물건을 받는 것인데 이는 작물별 데이터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데이터화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이제는 바꿔달라는 회원이 없다. 이 작업은 혼자는 불가능하고 농가들이 연합해서 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 씨는 또한 꾸러미 포장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 아이스팩이 재활용이 어렵다 보니 돈이 더 들더라도 얼음 생수병으로 대신했다. 비닐포장지에 들어가는 스티커도 비닐 재질로 바꿨다.
“어차피 우린 다 망했는데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마음이다. 지금은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돈을 포기하다 보니 돈이 쫓아오더라.”

이 씨는 귀농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처음 내려오면 아무래도 모험을 하게 되는데 많이 보고, 돌아다니고, 시각을 넓히면 좋겠다. 또 도시를 너무 잊지 말고 경제적인 부분에 휩쓸리지 않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여기 농촌에서 해서 경제적인 것이 따라오게 만들면 된다. 전혀 다른 부분이라도 무언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보려고 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의 삶에 정해진 규칙은 없다. 모두 각자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갈 뿐이다. 귀농이라는 정해진 이름이 아니라 그저 삶의 방식이 조금 달라졌을 뿐인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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