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성 복원 뒤 아득한 추억으로 간직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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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성 복원 뒤 아득한 추억으로 간직될 풍경
  • 전상진 기자
  • 승인 2010.05.04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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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홍성읍사무소 주변 뒷골목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보는 풍경과 발걸음을 직접 내딛어 바라보는 풍경은 너무나 다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어쩌면 현재의 소중한 모습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골목길을 통해 우리네 이웃의 소중한 삶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다. <편집자 주>



홍성읍 오관리 읍사무소 주변 뒷골목. 예전에는 아주 시끌벅적했던 뒷골목이다. 말 그대로 뒷골목 안과 밖이 사람들로 넘쳐나 왁자지껄했던 뒷골목이다. 이 뒷골목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좁게 드나들며 인사를 나누고 서로 부딪히며 술 한 잔 기울였을 법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때론 술 한 잔 걸치다가 시비라도 한 판 벌어져 싸움구경도 <쏠쏠>하게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옛 풍경을 떠올리면 아련하게 뒷골목의 그림이 그려진다. 번듯한 도로 양 옆으로는 법률․법무사무소, 세무회계사무소, 도장 및 인쇄·복사·제본 상가, 토목·측량·설계사무소 등이 있었고, 점심시간이면 관공서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음식점, 다방 등이 즐비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적 드문 뒷골목이다. 상가는 너무 오래돼 퇴락했고, 아예 문을 닫아버린 상가들은 을씨년스런 풍경을 자아내며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가들은 거의 없어져 버리고 그 자리에 그 골목 안에 가정집들만이 어제와 오늘, 내일 떠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오관(五官)이 있어 흥청거린 뒷골목

1980년대까지 읍사무소 주변 뒷골목이 번성했던 이유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오관(五官)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청을 비롯해 읍사무소, 대전지방법원홍성지원, 대전지방검찰청홍성지청, 홍성세무서 등 다섯 관청이 주변에 자리하면서 이곳은 전형적인 전통상가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홍성군청에서 시작되는 도로 양쪽으로는 관공서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 법률·법무사무소, 세무·회계사무소, 도장 및 인쇄·복사·제본 상가, 토목·측량·설계사무소 등이 있었고, 그 뒷골목에는 근사한 술집들, 일명 <방석집> 또는 <텍사스촌>이라고 하는 아가씨들이 있는 호화술집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홍성사람이면 아니 홍성에 거주하는 중·장년층 아저씨들은 한번 정도는 다녀왔을 법한 그 술집들이다.


그런 읍사무소 뒷골목 상가들이 쓸쓸한 퇴장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변화의 바람이다. 1980년대 구 버스터미널과 홍성상설시장을 연결하는 명동상가의 형성은 낡고 오래된 전통상가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흐름이었고, 중심상권이었던 읍사무소 주변 상가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상권인 명동상가에 흐름을 넘겨주게 된다. 거기에다가 뒷골목 술집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정비가 이어지며 퇴락을 길을 걷게 된다.


'홍주성 복원'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결정적인 퇴장의 이유는 2000년대부터 시작된 <홍주성 복원사업󰡑>다. 홍주성 복원사업과 맞물리면서 복원계획 아래 홍주성 안에 있는 세무서, 법원지원, 검찰지청 등이 월산으로 옮겨가게 된다. 더욱 복원사업에 탄력이 생기면서 보상이 이뤄지고 군청진입 도로 한 편에 있던 법률·세무·회계·토지·측량·설계·도장·인쇄·복사·제본 상가들이 법원, 검찰청을 따라 옮겨가고, 남아있던 상가마저 지난해 옮기며 폐건물은 가을에 철거돼 현재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읍사무소 뒷골목 상가들은 아직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몇몇 상가들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오도가도 못하는 형편에 놓여 있어 불안감이 크다. 충남인쇄사 박문신 대표는 "빠른 시일 안에 보상이 이뤄져 다른 곳에 정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지금 남아 있는 여러 상가들이 불안해한다. 언제 복원사업이 활기를 띠고 진행돼 보상이 이뤄질 지 알 수도 없고, 이대로 이곳에서 장사나 영업을 하기에는 대부분의 상가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 남아있는 상가들은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그래도 그나마 도로 변에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사정은 형편없다. 선술집 두어 군데에 음식점 하나, 문을 닫은 상가들만 눈에 들어온다. 선술집 한곳은 문은 열어놓았지만 거의 영업을 하고 있지 않고 음식점 한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래도 장사가 꾸준한 <골목집>은 손홍순(68) 씨가 솜씨 좋은 음식 맛으로 단골들을 확보해놓았기 때문이다. 손 씨는 이곳에서 한 10년 전부터 장사를 했는데 음식 맛이 좋아 손님들이 막걸리 한 잔 기울이고자 아직도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손 씨는 "얼른 보상이 이뤄져 다른 곳으로 옮겨야지. 언제 복원이 될지도 몰라"라고 말하며 술상을 훔친다.

옛 건물과 예스러운 골목길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읍사무소 주변 뒷골목. 이제 비록 머지않은 시간 안에 홍주성 복원사업으로 사라질 것이지만 사라진 뒤에 이곳 풍경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장소로 남아 있기를…. 돌아보며 뒤돌아보며 추억을 되새김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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