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회인지역 점판암 돌담, 멋스런 예술적·기능적 돌담
상태바
보은 회인지역 점판암 돌담, 멋스런 예술적·기능적 돌담
  • 취재·사진=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5.08.28 07:09
  • 호수 906호 (2025년 08월 28일)
  • 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문화유산 재발견, 옛담의 미학-돌담이 아름다운 마을〈10〉
보은 회인면 중앙리 회인동헌 내아 돌담.

충북 보은의 회인지역은 본래는 백제의 미곡현(未谷縣)인데, 신라가 매곡현(昧谷縣)으로 이름을 바꾸고 연산군(燕山郡; 지금의 문의·文義)의 영현이 됐다. 고려 초인 940년(태조 23)에 회인현으로 개칭했으나 1018년(현종 9)에 청주(淸州)의 속현으로 병합되었다. 뒤에 회덕현(懷德縣) 감무가 함께 다스렸다가 1383년(우왕 9)에 감무가 설치되었다. 조선 초인 1413년(태종 13)에 회인현이 돼 조선 시대 동안 유지됐다. 지방제도 개편에 의해 1895년에 공주부 회인군이 됐다가, 1896년에 충청북도 회인군이 됐다. 1914년 군면 폐합 때 회인군(懷仁郡)이 폐지되고 읍내면·서면·동면이 회북면으로, 남면·강외면·서면이 회남면으로 통합돼 보은군에 흡수됐다.

이러한 충북 보은의 회인지역 풍경의 백미는 단연 마을의 골목길에 쌓인 돌담이다. 돌담의 돌들은 하나하나가 그 모양이나 크기, 색깔까지도 같은 듯 다르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조화롭다. 바람이 세게 불어도 태풍이 와도 끄떡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면서도 견고하게 돌담을 쌓았다. 자연스럽게 쌓아 올린 것 같지만 치밀한 기법으로 돌과 돌을 맞물리면서 돌의 크기와 두께를 조화롭게 쌓아 올려 세월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깊은 맛이 있는 돌담이다.

우리의 돌담은 안과 밖을 나누는 상징적인 공간을 말하지는 않는다. 집집마다 애틋한 풍경과 기억을 담고 있으며, 골목길마다 세월의 때가 묻은 이야기와 사연을 가지고 있다. 마을의 놀이터와 빨래터, 마을회관 등에는 공동체의 미덕이 담겨있다. 그래서 마을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의 옛 사람들의 지혜와 삶을 통한 문화의 원형은 모두 마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점판암 판석으로 정교하게 쌓은 돌담
회인지역은 돌이 많은 지역이다. 산간마을, 특히나 얇은 점판암 판석이 많은 곳이라 이곳은 판석을 겹쳐서 쌓은 돌담이 많은 이유다. 돌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러 돌담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고 아름다운 돌담이 있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지역이 바로 회인지역이다. 굽이굽이 피반령을 넘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수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돌담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사계절 어느 때나 아름다운 돌담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회인지역의 돌담의 특징은 점판암의 판석을 이용해 정교하게 쌓아 올린 돌담이 있는가 하면 흡사 제주도의 돌담처럼, 아니면 내륙 어느 산골마을의 막돌을 길가에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돌담도 있다. 회인면 중앙리 돌담길의 돌담은 점판암은 아주 오래전 진흙과 같은 작은 알갱이들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이 열과 압력으로 변성돼 만들어진 암석으로 색깔은 검은색을 비롯해 다양하며, 벼루나 건축자재로 사용됐다. 보은군 회인면 중앙리, 고석리, 눌곡리, 오동리를 비롯해 내북면 아곡리 등에서는 점판암을 채굴해 지붕이나 돌담, 그리고 방을 만들고 고래를 놓거나 아궁이를 만들 때 구들장 등으로 사용했다

회인지역의 대표적 돌담으로 꼽히는 점판암 판석으로 예술적 감각으로 쌓아 올렸다는 돌담 안에 있는 건물이 바로 ‘회인동헌 내아’(충북문화재자료 71호, 보은군 회인로 41-12)의 돌담이다. 그 옛날 회인 동헌의 안채로 사용됐던 건물이 있고, 그 건물의 담장으로 쌓은 돌담이 아름답고 정겨운 돌담으로 꼽힌다. 돌담 두께 2cm 내외의 얇은 판석부터 두꺼운 판석 동글동글한 일반 돌까지 검은색, 주황색, 갈색 등 각양각색의 돌을 섞어 거친듯하면서도 정교한 솜씨로 160cm 정도로 쌓아 올리고 기와를 덮어 마무리한 돌담이다. 작은 골목의 모서리를 그대로 판석의 얇은 돌을 사용해 옛스러움이 고스란히 살아남아 있는 예술적, 기능적인 돌담으로 쌓아 올려 담아낸 돌담으로 꼽히고 있다. 얇은 돌로 정성껏 쌓은 돌담이 그래서 정겹다.

보은군 회인면 중앙리의 골목길의 경우 조선 시대 건물인 인산객사와 현감이 살던 관사가 남아 있고 돌담의 형식이 특이하며 언제 쌓은 것인지는 알 수는 없는, 아름다운 골목길이 이제는 하나둘씩 훼손돼 가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의 키 높이 정도로 쌓은 높은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돌담은 어느 사이엔가 사람의 무릎 정도의 높이만큼 낮아지기도 한다. 돌담의 높이를 일정하게 맞춘 게 아니고 하늘이 보이도록 전체적인 안정감을 맞추는 선인들의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어서 돌담길을 따라 걷는 골목골목 마을 길이 여유와 멋이 있는 이유다.

보은 회인면 눌곡리마을 돌담.

■ 판석이 많은 산간지방 특유의 돌담 
회인 지역의 마을은 오랫동안 돌이 많아 돌담을 쌓아 오면서 돌담으로 돌담길을 만들어 왔다. 마을의 뒷산이 돌산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돌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런 연유로 훼손된 돌담을 보수하거나 새로 나는 마을 길을 돌담으로 쌓는 일이 많았다. 옛 풍경을 살리는 것이 마을의 풍경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돌담을 사람의 어깨높이만큼만 쌓아 올렸다. 그리고 돌담 근처에 호박 등을 심어 호박이 담장 위에 올라가 앉았다. 돌담 밑에는 채송화도 심었다. 돌담이 마을의 풍경을 조화롭게 만들었다.

꾸밈없이 막 쌓은 듯한데도, 돌 하나하나의 아름다움과 모양이 그대로 살아 있다. 돌담의 조형미가 상당히 뛰어나게 쌓았다.

회인지역은 객사와 사직 등의 오래된 문화유산을 지키고 복원하는 노력이 남다른 지역으로 평가하는 곳이다. 조선 시대에는 이곳 회현이 행정의 중심지였던 ‘회인현’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현청과 객사, 향교, 사직 등의 옛 문화유산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돌담들이 이곳 회인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 회인의 돌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돌의 형태나 쌓은 방식과 기술 등에서 그 오묘한 모습에 감탄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회인의 돌담은 참으로 구성이 특이하다. 남도 양반가의 전형적인 돌담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판석(板石)이 많은 산간지방 특유의 돌담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돌담길은 대부분 점판암이라는 특이한 자연석 돌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점판암이란 이질 또는 점토질의 퇴적암 또는 세립의 응회암 등이 잘 발달한 편리를 나타내고, 편리를 따라 박판상으로 쪼개지는 성질을 가진 암석이기 때문이다.

점판암으로 쌓아 만든 담, 특히 충북 보은군에는 근처의 호점산성이나 구룡산 등 점판암의 흔적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태조 왕건이 ‘말티재’라는 고갯길을 넘기 위해 ‘넓고 얇은 돌이라고 하는 박석을 깔았다’고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박석재’라고도 불렸다고 하는데, 아마도 보은의 점판암을 일컬어 ‘박석을 깔았다’고 하지는 않았을까. 

우리나라에서 점판암으로 유명한 곳은 전남 보성군 오봉산 자락이라고 한다. 보성 오봉산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직후까지 점판암을 많이 채취했고,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가옥을 짓고 온돌을 놓는데 필요했던 ‘구들장’을 채취했던 채석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전통 가옥에서 온돌의 주재료인 평평한 구들장은 보성 오봉산 점판암이 전국 사용량의 70%를 공급했었으나 연탄 사용이 늘면서 중단됐다고 한다. 보은의 회인 지역의 돌담도 인근 호점산성이나 구룡산 등의 점판암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회인의 고석리마을과 눌곡리마을, 쌍암리마을 등에서도 이러한 돌담이 마을의 길을 잇는 멋스럽고 옛스러움으로 가득한 돌담마을로 꼽힌다. 그런데 점판암으로 만든 돌담은 보이는데 지붕에도 점판암을 사용한 집들도 많이 있었다고 하는데, 왜 보이지 않을까.

보은 회인면 눌곡리마을 돌담.
보은 회인면 눌곡리마을 돌담.
보은 회인면 중앙리 돌담.
보은 회인면 중앙리 돌담.
보은 회인면 중앙리 돌담.
보은 회인면 중앙리 돌담.
보은 회인면 고석리 돌담.
보은 회인면 고석리 돌담.
보은 회인면 고석리 돌담.
보은 회인면 고석리 돌담.
보은 회인면 고석리 돌담.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