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물 관리국 ‘스위스’에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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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물 관리국 ‘스위스’에서 배우다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6.01.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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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녹색도시의 시작 자연형 하천복원 ⑧<스위스>

수질검사만 연 50만 번 세계 최고의 수질관리 비법
정수과정은 단 3단계 세계 최고의 수돗물을 만들어

 

세계에서 물이 가장 풍부한 나라, 수력발전소만도 500개에 이르며 어디에서나 수돗물과 분수의 물을 식수로 마실 수 있는 나라로 스위스를 꼽는다. 스위스 수돗물의 40%는 우물과 지하수로 구성되며, 나머지는 호숫물로 이뤄졌다고 한다. 수돗물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호숫물은 사람이 아무 망설임 없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품질이 좋다는 얘기다. 도시의 곳곳에 설치된 분수의 물도 대부분 식수로 마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스위스에서는 수도꼭지만 틀어도 생수보다 좋은 물이 나오는데 굳이 정수기가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나라다. 알프스 빙하가 녹아내린 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세계 최고의 정수기술을 가진 스위스 정부의 물 관리가 더 큰 이유라는 것이다.

결국 스위스 정부는 물론 스위스인 모두가 생존을 위해 물 자원 관리만큼은 그 어떤 나라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철저하게 스위스 국민들을 위해 철저한 물 관리를 하고 있는 현장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스위스 최대 도시 취리히의 정수장이 바로 그곳이다. 취리히정수사업소(Wasserversorgung Zurich)의 홍보담당 한스  고넬라(Hans Gonella)씨를 통해 스위스의 물 관리 실태 및 정수과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취리히에는 약 40만여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취리히를 생활권으로 하는 취리히 주변의 주민까지 합하면 취리히는 130만여 명이 생활하는 도시다. 이 거대도시 취리히에는 취리히정수장 등 총 4개의 정수장이 있다. 정수장의 특징은 시설이 모두 지하에 설치됐다는 점이다. 축구장 몇 개 크기의 넓이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상에는 실제로 축구, 테니스, 야구 등의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어 시민들의 휴식 및 운동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시 북쪽에 위치한 하드호프 정수장(Hardhof Ground water plant)과 남서쪽 모스레이크 정수장(Moss lake water plant), 남동쪽 렝레이크 정수장(Lengg lake water plant)이 그것이다. 이들 정수장 중에서 모스레이크와 렝레이크 두 정수장은 취리히 최대 호수 취리히호(湖)의 물을 정수해 취리히 시민들에게 상수도로 공급한다. 하지만 하드호프 정수장만은 호수물이 아닌 북쪽에서 남쪽으로 취리히를 관통하는 리마트(Limmat)강의 강물과 빗물, 지하수를 정수해 취리히와 취리히 주변 지역에 수돗물로 공급하고 있다.
한스 고넬라 씨는 “취리히정수장의 원수(原水) 70%가 리마트강의 물이고, 빗물과 지하수를 각각 15%씩 사용한다”며 “취리히와 취리히 주변 6개 자치구역의 필요한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취리히 인구 40만여 명을 포함해 취리히 주변들까지 약 100만여 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양의 물을 정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어떻게 세계 최고의 수돗물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한스 고넬라 씨에 따르면 “저수지처럼 물을 담수하고 있으며 두 곳에서 수위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수직으로 지하 25m 깊이에서 4군데 펌핑장이 있어 리마트강과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을 10일정도 지하에 저장했다가 정수과정을 거친다. 특히 물고기를 넣어 수질이 좋은가를 측정하기도 한다. 물고기가 죽게 되는지를 중앙관제실에서 카메라를 통해 계속 관찰한다. 관제실은 배의 선장처럼 혼자 원거리를 조정한다. 밤에 펌핑하면 낮에 정수하고 또 밤에 펌핑하는 순서로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수장의 정수과정은 의외로 단순했다. 한스 고넬라 씨는 “단 3단계의 정수과정만으로 완벽하게 깨끗한 물을 만들어 낸다. 리마트강과 지하 25m 지점에서 원수를 끌어들임과 동시에 20여m 위로 물을 솟구치게 만드는 수직여과방식이 1차 정수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친 물은 거대한 모래 수조인 2차 모래여과장치를 통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직으로 지하 25m 깊이에서 산소 투입형태로 이루어지는 3차 정수과정인 평형식여과처리 과정을 거치면 스위스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질의 수돗물이 된다. 이 세 차례 정수과정에서 염소 등 어떠한 화학물질도 사용하지 않으며 울트라필터라는 특수한 화학물질이 독성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스 고넬라 씨가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3중의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 2차 정수과정인 모래여과장치가 마련된 거대한 모래수조였다. “수직여과방식의 1차 정수과정은 리마트강과 취리히 지하로부터 원수를 끌어들이는 공정과 동시에 진행된다. 하지만 1차 정수과정인 수직여과장은 모래여과장치 아래 설치돼 있다. 2차 정수과정이 이뤄지는 모래여과장은 축구장 두세 개를 합쳐 놓은 넓이다. 지상에서 10여m 아래로 움푹 들어간 듯한 정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모래여과장의 좌측에는 마치 축구장의 스탠드를 연상시키는 시멘트 구조물인 계단 형태의 수로가 만들어져 있다. 이 수로를 통해 1차 정수과정인 수직여과를 마친 물들이 모래여과장으로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모래여과장의 바닥에는 약 21m 두께로 고운 모래가 채워져 있다. 1차 수직여과를 거친 물이 이곳으로 흘러들어 21m 두께로 채워진 모래를 통과하면서 가장 자연에 가까운 정화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모래여과장에서 한 번에 최대 약 1만2000㎥의 물을 정수하고 있다. 하드호프 정수장은 이런 모래여과장 3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래여과장의 특이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하드호프의 정수과정에서 2차 여과가 모래에 의해 이뤄진다면 이 모래여과장의 색은 모래 특유의 황토색이거나 누런빛이 강한 아이보리색이어야 한다. 하지만 모래여과장의 외관은 온통 회색이다.
한스 고넬라 씨는 그 이유를 ‘스위스만의 여과기법’이라고 설명했다. “물에 화학물질을 전혀 넣지 않고 모래를 통과시키는 것만으로 여과가 이뤄집니다. 이렇다보니 이 모래여과장에 햇빛이 닿게 되면 물속 영양분에 의해 각종 조류(藻類)가 발생하게 됩니다.

조류가 발생하면 물을 깨끗이 정화시키는 데 상당한 방해가 되지요. 이를 막기 위해 모래 위 7㎝ 높이에 얇은 회색의 여과지를 덮어준 것입니다. 햇빛이 물과 모래에 직접 닿는 것을 막는 일종의 차단막인 것이지요. 이를 통해 조류 발생을 막을 수 있고 여과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회색빛 여과지는 2년에 한 번씩 교체합니다. 2차 모래여과장을 통과한 물은 3차 정수과정인 평형식여과처리장으로 흘러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평형식여과처리장의 중앙에는 지하로 약 25m 수직으로 파내려간 거대한 둥근 수조가 자리 잡고 있다. 25m짜리 둥근 수조 가운데에는 굵은 파이프 2개가 수직으로 꽂혀 있고, 두개의 굵은 파이프와 수평으로 가느다란 파이프 10여개가 설치돼 있다. 평형식여과처리장의 핵심은 수조 가운데 설치된 2개의 굵은 파이프에 수평으로 설치된 10여개의 가느다란 파이프다. 평형식여과처리장의 원리 역시 간단했다. 수조에 물이 가득 들어차게 되면 수조 아랫부분에서 수조 속으로 산소가 투입된다. 이때 수조와 수평으로 설치된 10여개의 가느다란 파이프 역시 수조 속으로 산소를 주입한다. 즉 수평으로 설치된 10여개의 수조 속 파이프가 일종의 공기필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때 주입된 산소에 의해 수조 속 물이 위로 솟구치게 되며 또 한 번의 물 정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평형식여과처리장에서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면서 비로소 스위스가 자랑하는 생수보다 깨끗한 수돗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취리히의 정수장은 오존과 박테리아 등의 유익한 미생물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모래와 자갈, 공기라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만으로 깨끗한 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최고 수질의 스위스 수돗물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 기획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 사업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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