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길 원형 고스란히 남은 제주 하가리마을 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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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 원형 고스란히 남은 제주 하가리마을 돌담길
  • 취재·글=한관우/사진·자료=한지윤·이정아 기자
  • 승인 2019.09.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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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돌담길의 재발견<14>
제주 하가리마을 돌담길은 현무암으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원형이 남아있는 돌담길, 마을만의 자원이 아닌 제주의 소중한 자원
하가리마을 돌담길과 초가, 연꽃과 무지개학교 어우러진 전국적 명소
돌담길은 마을의 소중한 자원 활용 색깔을 갖자는 주민 의지의 발로
돌담길 돋보이는 마을 경관 입소문, 자연스럽게 관광객 발길 이어져


제주를 상징하는 경관이자 대표유산인 돌담길의 원형이 이곳만큼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또 있을까?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마을에 들어서면 폭이 좁고 꾸불꾸불한 올레 양쪽엔 어김없이 제주 현무암으로 돌담이 쌓아올려져 있다. 마을 골목길을 따라 집과 밭이 공존하고 있는데 집 울타리도, 밭의 경계도 모두 돌담으로 둘러쳐져 있다. 순수 취락지 내 돌담의 길이를 모두 합치면 족히 20㎞는 된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마을엔 국가지정문화재인 연자마와 제주도지정문화재인 초가집, 수령 300여년의 팽나무, 연화 못 등이 정겹게 어우러져 돌담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제주 애월의 하가리에서는 돌담마을의 경관을 원형 그대로 지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신·개축 과정에서 일부 시멘트벽으로 바뀐 집 울타리를 허물어내고 제주 돌담으로 복원해 정겨운 돌담길이 돋보이는 마을경관을 가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옛 돌담길 복원을 위해선 무엇보다 마을의 주인인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먼저였다는 설명이다.

“원형이 잘 보존된 소중한 돌담자원을 활용해 ‘하가리마을’하면 자연스레 ‘돌담’을 떠올릴 수 있도록 차근차근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마을에 정착한 외지인들도 돌담을 지키려는 마을주민들의 뜻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시멘트블록 등 변형담장을 허물어내고 돌담으로 정비할 계획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또 마을의 상징 중 하나인 연화못 주변도 환경친화적인 돌담길로 정리했다. 보호수 주변 담장도 돌담마을의 경관과 어울리게 단장해 정겨운 전통 올레로 복원했다. 돌담길 마을이란 입소문을 타고 마을엔 학생 등 단체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민속학자들도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돌담길에 감탄사를 연발한다고 자랑한다.

“원형이 잘 남아있는 하가리의 돌담길은 우리 마을만의 자원이 아니라 제주도의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에 함께 가꿔나가려는 행정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오랜 세월을 통해 쌓아올려진 돌담은 이방인들의 눈에는 인상적인 제주다운 풍경인데도, 정작 제주도 안에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도로가 뚫리고 개발바람에 대책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대한 안타까움에서다.

잣동리 말방앗간(중요민속 문화제 32-1호)


■ 돌담과 초가, 아름다운 연꽃마을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마을은 돌담길과 초가, 연꽃과 무지개 학교가 어우러져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여기에다 마을 곳곳에 못과 샘, 전통 초가와 연자매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눈길을 끈다. 이 모든 것은 하가리만의 색깔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의 결과여서 그 빛을 더한다. 하가리는 고려시대부터 화전민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정확한 설촌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중산간임에도 곳곳에 산재한 봉천수 등 지리적 조건이 유랑민이 정착하기에 알맞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애월읍지’에 따르면 조선 태종 때 고내리에서 분리돼 가락리(加樂里)로 불리다 세종 때 윗동네를 상가락(上加樂), 아랫동네를 하가락(下加樂)으로 부르게 됐다. 이후 정조 때 상가락을 상가리(上加里), 하가락을 하가리(下加里)로 개칭했다. 지금 ‘더럭’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더할 가(加)’의 ‘더’와 ‘즐거울 락(樂)’의 ‘락’을 합해 우리말로 부르다가 음운 변천 과정에서 고정됐다고 한다.

하가리는 제주 이주 열기가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전형적인 중산간의 작은 집촌 부락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마을 환경과 더럭분교장(현재는 더럭초등학교)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관광 명소로 급부상했다. 탐방객의 발길은 아기자기한 카페의 증가로 연결됐고, 다른 마을들과 마찬가지로 이주 열풍도 거세게 불었다. 주민들은 “과거 400여 명의 인구가 갑절 늘어난데 이어 타운하우스가 완공되면서 1000명을 넘어섰다”며 애월읍에서도 가장 작았던 마을 가운데 하나였던 하가리의 발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가리는 제주를 상징하는 돌담길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을 안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집과 밭이 어우러진 꼬불꼬불 올레길 전체가 모두 돌담으로 둘러쳐져 있다. 이 같은 돌담길은 마을의 소중한 자원을 활용해 자신만의 색깔을 갖자는 주민들 의지의 발로다.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과거의 돌담길은 원형을 보존하고 신·개축 과정에서 시멘트벽으로 바뀐 집 울타리를 허물어 제주 돌담으로 복원하는데 힘을 합쳤다. 이렇듯 하가리 마을은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제주 올레길은 물론이고 현무암을 쌓아올린 돌담의 원형이 가장 잘 남아있다. 걷기여행 바람을 몰고 온 제주 올레.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 그 올레길 양쪽엔 검은 현무암으로 돌담을 어른의 키 높이만큼 쌓아올렸다.

제주 하가리마을 돌담길은 현무암으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 제주인들의 지혜의 산물, 삶의 자취
하가리주민회관에서 마을 안길로 발걸음을 들여놓자마자 낯선 탐방객을 맞이하는 건 온통 돌담길 천지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다. 부드러운 곡선미가 일품인 돌담은 집과 집, 집과 밭을 경계 짓고 때론 집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행여 도둑이 들지나 않을까, 사생활이 주변에 노출되는 게 마땅찮아 높다랗게 시멘트벽을 쌓아 이웃과 단절된 도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정겨운 올레길과 돌담길의 돌담은 엉성하게 쌓은 듯 보이지만 돌과 돌 사이 틈으로 거센 바람이 지나가도록 해 태풍에도 끄떡없다. 제주인들의 지혜의 산물이자 삶의 자취인 셈이다. 주민들 스스로 옛 돌담장 복원사업을 구상하고 시멘트 등 변형된 담장을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헐어내 옛 돌담으로 복원하는 놀라운 열정을 보여준 결과다. 제주 돌담마을의 원형을 지켜가려는 바탕엔 토박이 주민은 물론이고 마을에 정착한 외지인들의 공감대가 깔려있었음은 물론이다. 마을의 돌문화자원이 더욱 빛을 발하는 건 제주만의 소중한 돌담의 가치를 주민들 스스로가 지켜가려는 애정이 보태진 이유다. 하가리 마을에서는 바람 많은 섬에서 지혜로운 건축기술을 드러내 보이는 제주 초가의 원형도 여느 마을보다 잘 남아있어 제주도 민속자료로 지정된 초가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마을의 낡은 초가를 마을 자체예산으로 사들이는 등 제주 초가 지키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큰 길에는 돌 화분도 곳곳에 만들어 멋을 더했다. 돌담길이 돋보이는 마을 경관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하가리에서는 특별한 향약이 없어도, 이주민이 더해져도, 모두의 공감대 속에 전통은 굳건하다. 신규 건축허가가 나온 곳에 마을 대표가 찾아가 그 취지를 설명하면 모두가 적극 협조하는 풍토가 조성된 것이다. 돌담길에 화사한 색을 더하는 것이 하가리의 자랑 연화못이다. 1만2210㎡(약 3700평) 규모의 연화못은 제주에서 가장 큰 연못으로, 여름철이면 연분홍색의 연꽃과 수련이 연못 가득히 만개해 장관을 연출한다. 연화못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물이 귀했던 중산간에서 주민들의 혼과 정성, 전설이 깃들어 있다. 고려시대에는 작은 연못이었으나 17세기 중엽에 대대적인 수리공사를 실시해 지금의 식용연이 있는 못은 식수로, 큰 못은 소와 말의 급수와 빨래터로, 샛통은 나물을 씻는 용도로 썼다고 한다. 1950년 대대적인 제방공사를 실시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행정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연화못에는 육각정이 신축되고 생태관찰로가 갖춰졌는가 하면 화단이 조성되고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주민들은 마을 소유인 연화못의 청정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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