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세시기]“개천에서 흑룡나는 사회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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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특집/세시기]“개천에서 흑룡나는 사회 꿈꾼다”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1.12.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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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인 흑룡띠해 … 구름을 박차고 승천하는 용이 되라

 


용띠, 정직·용감·신뢰감 갖춰 
용은 봉황, 기린, 거북과 함께 ‘4영(靈)’의 하나로 상상의 동물이다. 그러나 실존하는 어떤 동물보다도 용은 최고의 권위를 지닌 최상의 동물이다. 용은 다른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무기를 모두 갖춤과 동시에 무궁무진한 조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용은 우리의 생활과 의식구조 전반에 걸쳐 깊이 자리하면서 수많은 민속과 민간신앙, 설화, 사상, 미술품, 각종 지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특히 신라인은 나라를 지키는 호국용(護國龍)을 탄생시켜, 우리의 사상사에서 빛나는 호국정신의 극치를 이루기도 했다.

용의 해에 출생한 용띠 사람들은 건강하고 정력적이며 정직하고 용감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며 신뢰감이 두터운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돈을 꿈꾼다든가 아첨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에 용띠태생은 화를 잘 내고, 흥분을 잘하며, 고집이 세고, 좋고 싫음이 분명하며 다소 괴팍한 성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모든 띠들 중에서도 용띠는 애교 만점인 원숭이띠에 가장 끌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원숭이띠는 용띠의 장엄함에 끌려 그들은 싸우지 않는 팀을 이룬다. 용띠와 쥐띠의 결합은 용이 강한 반면 쥐는 기술이 좋아 역시 성공적인 짝이 될 수 있으며, 힘을 합쳐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즉 용띠와 삼합(三合)을 이루는 띠는 쥐띠와 잔나비띠이다.

용은 쥐가 영리한 두뇌와 원숭이의 재빠른 몸집을 형상화하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용띠와 돼지띠는 원진관계이다. 용은 돼지 면상의 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용은 열 두 동물의 형태를 모두 형상화한 동물인데, 다 잘 생긴 모습 중에 돼지의 코를 형상화한 것이 용의 코이다. 용은 돼지만 보면 자기 코를 생각하고 못 견뎌한다. 즉, 자기의 코가 돼지의 코를 닮아서 잘생긴 용모에 오점을 남겼으므로 돼지를 미워한다. 그래서 민간에서 결혼 궁합을 볼 때 용띠와 돼지띠는 서로 꺼린다.

용은 상상의 동물로 각 시대와 사회 환경에 따라 사람들이 그들 나름대로 그 모습을 상상하고, 용이 발휘하는 조화능력을 신앙해 왔다. 따라서 시대와 사회 환경에 따라 용의 모습이나 조화능력은 조금씩 달리 묘사되고 인식되어 왔다. 여러 동물의 특징적인 무기와 기능을 골고루 갖춘 것으로 믿어온 우리 문화에서 용은 웅비와 비상, 그리고 희망의 상징 동물인 동시에 지상 최대의 권위를 상징하는 동물로 숭배되어 왔다. 운행운우를 자유롭게 하는 물의 신으로서 불교의 호교자로서, 그리고 왕권을 수화는 호국용으로서 기능을 발휘하면서 갖가지 용신 신앙을 발생시켰고, 많은 설화의 중요한 화소(話素)가 되었다. 용이 갈구하는 최후의 목표와 희망은 구름을 박차고 승천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 민족이 상상해 온 용의 승천은 곧 민족의 포부요 희망으로 표상되고 있다.

흑룡 기운 받으려는 출산붐 일 듯 
내년은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흑룡띠해’이며, 4년 만에 윤달이 오는 해다. 때문에 벌써부터 관련 업계에서는 ‘특수’를 잡기 위한 마케팅에 분주하다. 결혼, 출산, 장례와 관련한 각종 속설들이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파고든 때문이다. 대체 윤달이 뭐고 흑룡띠가 뭐기에 사람들이 해도 바뀌기 전부터 벌써 들썩이는 걸까?
몇 년 만에 한 번씩 드는 윤달은 예로부터 여벌달, 공달, 썩은달 또는 덤달이라고도 불렸다. 이 기간에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 혹은 해야 할 일들이 속설로 전해 내려온다. 보통과는 달리 걸릴 것이 없는 달이고, 탈도 없는 달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는 원래 윤달은 ‘없는 달’로 귀신도 모르는 달, 귀신들이 쉬는 기간이기 때문에 부정 타는 일을 해도 액운을 피할 수 있다는 속설에서 비롯됐다.

결혼시장은 이미 윤달신드롬으로 들썩이고 있다. 양력으로 따져서 내년 3월 중순까지, 또 4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가 바람달과 윤달이다. 이 때문에 예식업계에서는 예약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올 연말부터 내년 1, 2월까지는 예약이 꽉 찼고 ‘5월의 신부’라고 불리는 결혼식 성수기인 봄철에는 스케줄 표가 텅텅 빌 정도로 극심한 편중 현상을 빚고 있는 것.

더구나 내년에는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흑룡띠해’로 좋은 기운을 받아 출산하려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늘면서 추운 겨울 때 아닌 예식 특수가 빚어지고 있다. 2007년 정해년 ‘황금돼지해’와 2010년 경인년 ‘백호랑이해’에 일었던 결혼 및 출산 붐이 다시 한번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용은 용기와 비상, 희망을 상징하는 동물로 특히 ‘검은색’(黑)이 ‘임금’을 뜻하고 있어 신적인 존재인 용에 임금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지니 아이를 낳으면 좋다는 속설이다. 천간 10개와 지지 12개를 합쳐 한 해가 계산되는데 각 천간 빨강(丙,丁), 파랑(甲, 乙), 노랑(戊, 己), 하양(庚, 辛), 검정(壬, 癸) 등 각자의 색상을 가지고 있다 보니 백호, 흑룡, 황금돼지해 등의 조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변성룡(魚變成龍)의 해로 
통계청이 전국 1만7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 내용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층이라고 느끼는 가구주가 45.3%로 2년 전 조사 때보다 2.9%포인트 높아진 반면 상층(1.9%)과 중간층(52.8%)은 모두 낮아졌다.

더 염려되는 것은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는 비관적인 견해가 58.7%로 2년 전 48.1%보다 무려 10.6%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자녀 세대가 계층 상향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작다’는 응답이 42.9%로 2년 전 30.8%에 비해 대폭 높아졌다. 팍팍한 삶 속에서 미래에 대한 꿈마저 잃어가는 안타까운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사회는 부모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까지 결정되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부유층은 자녀들 사교육에 돈을 쏟아 부을 수 있으니 대학 진학 경쟁에서 훨씬 유리한 구조다. 빈곤층 자녀는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뒤지는 데다 부모 인맥마저 보잘 것 없다 보니 질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경쟁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국가의 활력을 높이고 건강성을 되찾기 위해서도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꿈을 꼭 되살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그림들 중 용을 소재로 한 그림은 대게 권력이나 급제와 같은 입신양명의 성공을 암시했다. 특히 잉어가 중국 황하 상류에 있는 용문(龍門)이라는 협곡을 뛰어오르면 용으로 변한다고 하는 고사에서 유래해, 난관을 돌파하고 입신출세하는 일을 타나내는 등용문 고사는 그림으로도 이어져 또 하나의 상징이 됐다. 잉어가 급류를 뚫고 도약해 용문을 지나 용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약리도(躍鯉圖)’라 부르는데, ‘어변성룡(魚變成龍)’ ‘어도용문(魚跳龍門)’ ‘등용문도(登龍門圖)’라고도 일컫는다.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 용으로 변해가는 잉어의 이미지를 통해 선조들은 합격과 출세를 소망했다.

수많은 난관과 경쟁자들을 제치고 자신의 뜻을 이루는 ‘어번성룡’, 지금까지 우리들은 이러한 사례들에 빗대어 ‘개천에서 용 났다’고 일컬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수 년 전부터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은 끝났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들이 들린다.

밝아오는 2012년 임진년(壬辰年), 그냥 용도 아닌, 흑룡의 해이다. 서민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며 대한민국을 이끄는, 우리 사회가 재능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행복한 꿈을 간직할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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