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도시재생, 주민들 스스로 문화공간·명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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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도시재생, 주민들 스스로 문화공간·명소 만든다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0.07.2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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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역사도시, 홍성도심재생 젊은 문화도시가 답이다 〈5〉

 

경기도청 이전을 앞두고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문을 연 주민들의 임시거점공간 ‘고래등-24시 마을공유소’.
경기도청 이전을 앞두고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문을 연 주민들의 임시거점공간 ‘고래등-24시 마을공유소’.

도심재생사업, 역사문화 콘텐츠활용 청년들을 포함한 인구유입 나서
 행궁동, 2010년 ‘행궁동 사람들’ 예술프로젝트 진행 본격 변화 시작
‘행리단길’ 트랜드, 어린이·청년·중장년 함께 찾는 관광명소로 입소문
 지역주민들의 풍요와 희망의 공간 ‘고래등-24시 마을공유소’ 문 열어

 

도시는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다. 최근 도심재생사업에서 우리나라와 세계의 각 도시들은 역사문화콘텐츠를 활용해 도시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처럼 각 도시들은 역사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도심재생사업에 뛰어들어 청년들을 포함한 도시의 인구유입에 나서고 있다.

또한 도심의 공동화 방지에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렇게 도심 재창조가 도시쇠퇴 등의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면서 도시재생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기존 도시재생의 경우 하드웨어 위주로 진행돼 도시재생 사업 관성화에 대한 우려와 도시개발 과정에서 훼손된 자연환경, 상실된 문화, 역사적 측면에서의 정체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러한 기존 도시재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 수원 행궁동, 청년·중장년들 명소 입소문
수원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의 대표적인 곳으로 꼽히는 행궁동은 수원화성 성곽 안쪽에 위치한 마을로 수원의 구시가지다. 이 지역은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문화재 보호를 위해 개발이 제한되고 경기침체로 인해 한때 부촌이었던 마을이 빠르게 낙후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시재생사업과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벽화마을’이나 ‘카페거리’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등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살리며, 젊은이들을 비롯한 관광객들의 발길을 부르는 수원시에서 가장 관심 있게 뜨는 마을이 됐다.

수원시 행궁동 마을 만들기 사업은 ‘행궁길 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시작돼 빈집미술관 전시회, 거리조형물설치, 간판정비, 나혜석 생가거리 미술제, 행궁동 레지던시 오픈 등으로 이어지며 진행돼 왔다. 행궁동은 지난 2010년 대안공간 ‘눈’이 예술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으로 변화가 시작됐다고 전한다. 문화 공간인 대안공간 ‘눈’은 행궁동이 개발이 제한돼 일정 이상의 건축행위가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주민들이 떠나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마을로 바꾸는 계기를 만든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행궁동의 마을 만들기 사업의 특징은 주민 직접 참여를 통한 아이디어 회의와 지속 가능한 사업 진행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발전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안공간 ‘눈’의 사례는 쇠퇴한 마을에 살아왔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문화공간을 만들고, 창작 예술 활동을 하는 작가를 발굴,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적 프로그램이었다. 지역주민과 대학생, 예술가들의 연계를 통한 소통을 이뤄 나감으로써 마을의 발전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아울러 행궁동은 상권이동과 인구유입 요인이 낮은 구도심지역이지만 수원화성을 비롯한 역사문화자산과 예술 프로그램을 잘 조합함으로써 관광객들과 연계하는 성과를 일궈 낸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지역이다.

한편 수원시는 주택재개발사업이 취소된 팔달구 매산로 일대 12만㎡를 대상으로 수원형 르네상스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사업은 마을의 노후·불량주택을 일제히 철거하고 아파트를 신축하는 기존의 재개발·재건축사업과 달리 주민 스스로 공동체를 만들어 마을 발전계획을 수립한 뒤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사업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 수원시는 마을 공동체 형성과 활성화 방안, 주거환경·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물리적 재생방안을 마련하고, 주민참여를 통해 수립한 마을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또한 남창동 공방거리를 시작으로 행궁동 마을르네상스센터, 나혜석 생가터, 북수동 벽화골목, 팔부자거리, 통닭거리, 지동시장, 창룡문으로 이어지는 19개 마을만들기 사업지를 하나의 관광코스로 연결, 관광명소로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원시가 도시재생의 꽃을 피워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수원 행궁동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되면서 각종 개발이 제한되면서 자연히 낙후된 도시로 전략해갔다. 그런데 7년 전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2013년 행궁동과 지금의 행궁동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변화의 시작은, 오늘의 ‘행리단길’의 트랜드 때문이다. ‘행리단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곳은 아기자기한 수원 행궁동 카페거리다. 손님들은 성곽과 녹음의 풍경을 즐기며, 다채로운 공방체험 등으로 눈과 손이 모두 즐거움으로 변했다. 어린이부터 청년, 중장년까지 세대를 아우르며 가족 단위는 물론 연인, 친구와 함께 찾는 관광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번지고 있다.
 

■고래등-24시 마을공유소, 문 열어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의 ‘행복한 달팽이들 마을’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마을 만들기와 도시재생마을로 꼽히는 곳이다. 이 마을은 저층 단독·연립주택이 밀집한 낙후된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1.68㎢ 면적에 지난 5월말 현재 8793세대에 인구 2만195명이 살고 있다. 흔하디흔한 아파트는 전체 가구 중 2000여 가구로 20%정도뿐이고, 6000여 가구가 단독주택으로 80%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동네 건물 대부분은 지어진 지 30여 년이 넘었고, 거주하는 주민들도 대개 60~70대 의 고령층으로, 주로 노인들이 생활하고 있다는 전한다. 이런 연유로 주민들은 사회적 약자인 달팽이들이 ‘약하지만 남들보다 천천히, 느리게, 하지만 행복하게 산다’는 의미로 마을 이름을 ‘행복한 달팽이들 마을’로 붙였다는 설명이다. <사진>

특히 낡은 단독주택과 빌라가 많은 골목길에서 ‘삼보맨션 사람들’과 ‘대경빌라 사람들’이란 글귀가 눈길을 끈다. 빗물을 빼주는 달팽이 모양의 우수관(雨水管)은 마치 동네 이름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한편 수원시는 경기도청의 이전을 앞두고 빠른 속도로 슬럼화 되고 있는 고등동·교동·매산로3가·중동 일부 등지에서 이뤄지는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주민들의 임시거점 공간인 ‘고래등-24시 마을공유소’가 이번 달에 문을 열었다. 팔달구 고화로 70번지에 위치한 ‘고래등-24시 마을공유소’는 108.1㎡의 공간에 공유 부엌, 작은도서관, 강의실, 회의실, 사무실 등이 있다. 마을의 생김새가 고래의 등처럼 높게 보여 고등(高登)으로 이름 붙였다는 유래에 착안, 시민 공모를 통해 ‘고래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이곳은 지역주민 누구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희망의 공간으로 조성하고 먹거리를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유냉장고를 비롯해 북카페, 공구대여소 등이 설치됐다. 또 사라질 동네의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날로그 앨범을 디지털로 만들어주는 사업도 벌인다. 노인여가, 아동돌봄, 마을관리 등을 운영해 일자리 알선·어린이 도시농부 프로그램·무인택배함 등 주민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강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수원시 최규태 도시재생과장은 “고등동 지역주민들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주민자치 운영체계 구축으로 맞춤형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원마을르네상스센터에서는 2011년부터 수원시 장안구와 권선구, 팔달구, 영통구 등 전 지역에 걸쳐 동네 특성에 맞는 마을 사업을 해마다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 송죽동을 비롯한 장안구 조원동의 대추동이 문화마을, 권선구 금곡동의 칠보마을 등이 마을 만들기 우수사례로 꼽힌다. 이 마을은 모두가 동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마을 만들기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결국 정부가 아닌 주민이 주인으로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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