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참여하는 화합과 소통의 공간, 산성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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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참여하는 화합과 소통의 공간, 산성마을신문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0.10.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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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미디어 마을신문, 동네를 바꾼다 〈10〉
산성마을신문의 2020년 9월 5일 제44호 신문 1면.

마을미디어는 공동체를 묶어내고 공유할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역할
대전 산성동,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대전 중구의 대표적 도농복합지역
산성마을신문, 2016년 9월 창간호 발행 초기 8면에서 지금 4면으로 발행
산성동마을 주민 누구나 참여, 매달 발행하고, 매월 첫째 주 토요일 배포 

 

일부 언론학자들은 사실 ‘마을’이라는 말이 갖는 정신을 표방할 뿐 진정한 ‘마을신문’은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흔히 지자체에서 만드는 소식지는 ‘비판’기능이 없어 저널리즘의 영역에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마을신문’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지자체의 소식을 전하는 단순한 소식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순수한 마을신문이 귀한 이유는 제작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신문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고, 원고를 쓸 사람이 있어야 하며, 이 작업을 이끌어갈 리더와 지성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신문 제작에 힘을 보태는 사람 모두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봉사를 하겠다고 해도 ‘신문 발행’에는 인쇄에 필요한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사를 쓰는 것도 의욕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마을기자들에게 굳이 거창한 필력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해도 기사 쓰기는 전문적 일에 속한다. 여기에 마을신문이라고 해도 신문의 주제를 잡아가고, 신문의 주장을 밝히고, 기사 배치를 통해 신문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일을 주도할 사람도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지는 마을미디어는 공동체를 묶어내고 공동체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없으면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마을신문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익구조의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성마을신문 공동체.
산성마을신문 공동체.

■ 주민들의 화합과 소통 공간 산성마을신문
이러한 측면에서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마을미디어로 공동체의 소통을 돕고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는 마을신문이 있어 주목된다. 마을신문을 매개로 동네 사람들과 화합하고 소통하며 동네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대전 산성동에는 ‘산성마을신문’이 있다.

대전 산성동은 중구 면적의 67%를 차지하는 법정동 10개동(산성동, 사정동, 안영동, 침산동, 무수동, 구완동, 목달동, 정생동, 금동, 어남동)으로 이뤄져 있다. 도농복합지역으로 같은 동이지만 지역 간 삶의 모습이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대전시 중구 중남부에 위치한 산성동은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대전 중구의 대표적인 도농복합지역이다. 오월드 건너 산서지역에 특히 농촌 마을이 많다. 중구에서 농사짓는 농민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 바로 이곳 산성동이기도 하다. 지금도 주민들은 비름나물, 부추, 호박과 콩 등을 재배하며 땅을 일구고 있다. 지금 이 마을에서는 산성마을신문을 통해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훈훈한 이야기를 전하는 통로가 되고 있으며, 공동체 형성과 회복에도 기여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산성마을신문을 이끌고 있는 이기전 대표다. 

이기전 대표가 산성동으로 이주한 것은 1991년이었다. 농협 조합원이면서 복지만두레 회원으로 활동해온 이 대표는 주민들과 만나는 일이 잦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마을의 경로당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했고, 덕분에 산성동과 사정동, 안영동 등의 지리와 정보에도 밝았다. 

복지만두레란 전통적 미풍양속인 상부상조 정신과 현대의 참여 복지정신을 합성한 말이다. 지역사회에 나눔과 섬김의 문화를 확산시켜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주민참여네트워크다. 이 대표는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회장을 역임하고 총무도 맡아 봉사했지만 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면 마을에 대한 기록이 궁색하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마을에는 역사와 문화를 테마로 한 소재가 풍성했지만 주민들의 관심은 적었던 것이 큰 아쉬움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마을의 역사와 문화자료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마을신문의 존재를 알게 됐고, 그때 바로 산성동에도 마을신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마을신문을 만들고 싶은 마음과 마을에 신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함께 만들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데 우연히 사진을 찍는 후배가 놀러 와서 산성동에서 사진 찍는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서 함께 만나게 됐다고 한다. 그즈음 만두레를 통해 자원봉사하고 싶다고 찾아온 친구들까지 합세했다고 한다. 또 산성동에 살고 있는 글 잘 쓰는 은퇴하신 분도 영입했고, 전문칼럼을 위해 한의사도 섭외했다. 그동안 맺은 우연한 인연에 인연을 이어 마을신문을 만들기 위해 11명의 정예요원들이 모였던 것이다. 이렇게 이 대표가 봉사활동으로 만든 인연들이 모이고 모여 ‘산성동마을신문’이라는 결과물로 나오게 됐다는 설명이다.

■ 2016년 9월 산성마을신문 창간호 발행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기전 대표는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2016년 기자학교를 열었고 그해 9월 산성마을신문을 창간했다. 창간호를 만들기까지는 당연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러한 과정 속에서 2016년 6월초부터 시작해 9월에야 창간호를 발행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돈도 없었지만 모두들 자원봉사로 즐겁게 신문을 만들었다고 회고하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전한다. 창간호 작업을 하면서도 힘들지만 신문을 만들면서는 모두가 재미있어 했다는 설명이다. 회의할 공간도 마땅치 않을 때, 지역의 행복나눔이 역할을 하겠다며 ‘중도신협’에서 공간을 빌려줘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한다. 마을신문을 만들면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는데, 지역의 한빛고 학생들이 학교기사도 쓰고 배포도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초창기 신문은 내용적으로 참 알찼다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경제, 사회, 교육, 마을이야기, 사람, 지명이야기까지 11개 법정동을 모두 아우르는 신문을 만들었다는 자부심도 컸다. 더불어 문제를 지적하면 바로바로 개선됐으며, 더욱 더 자부심이 컸던 일은 예산 지원도 받지 않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기사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마을신문을 소중하게 여기는 주민들은 제작비에 보태라며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산성마을신문을 펴내는 일 이외에도 마을의 탐방지도를 만들고(2017) 탑골마을에 탑을 복원(2018)하면서 신문 발행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올해 산성마을신문은 풀뿌리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을 지원받아 마을 자생단체 네트워크 형성사업을 진행했다고 전한다. 또 산성전통시장상인회와 협력하는 한편 산성마을 예비공동체를 구성해 단체 활동을 기사화하고 마을축제와 전통효문화, 전통전래놀이 등을 주제로 마을활성화 공모사업도 진행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마을을 기록하고 알리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산성마을신문에는 7명의 시민기자가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고등학교 저널리즘 동아리, 공무원 등 지역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기고를 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로 신문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신문은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주민들을 만난다. 지면은 초기에 8면에서 지금은 4면으로 줄여 발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산성마을신문’은 2016년 9월 창간호를 발행했고, 신문이 발행되면 지역의 한빛고등학교 학생들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배포해 오고 있다. 산성마을신문은 동네에 내려오는 설화와 전설, 다양한 축제, 미담, 주민센터 소식 등 많은 이야기를 지역주민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성마을신문은 매달 발행하고,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배포한다. 산성동 마을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동안 산성마을신문은 운영위원, 마을주민, 산성초등학교, 한빛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산성마을 탐방지도를 제작했고, 탑골마을 벽화조성과 탑 복원사업, 마을음악회, 마을원탁회의, 민속연날리기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고 전했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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