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역사도시 홍성도심재생, 젊은 문화도시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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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역사도시 홍성도심재생, 젊은 문화도시가 답이다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0.11.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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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역사도시, 홍성도심재생 젊은 문화도시가 답이다 〈12〉
홍주성을 중심으로 펼쳐진 홍성시가지 전경.

문화예술과 재생사업 결합, 문화예술의 사회화 앞당긴다는 점에서 중요
도시는 의미 있는 공간, 인간의 삶과 즐거움 있는 창조적공간 만들어야
청년 실업문제를 도시재생과 연결해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
천년역사도시, 젊은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것이 홍성 도심재생사업의 답

 

도시재생 성공 사례에서는 ‘문화’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도시의 경제·산업적 기능만 커지고 주민들은 소외돼온 현상을 바로잡는 것이 도시재생의 목적에 담겼기 때문이다. 사람이 도시에 모이고,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공감하게 하려면 일자리뿐 아니라 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재생 과정에서는 흉물로 변해버린 낡은 공장, 발전소, 기름 탱크, 항만 등을 박물관이나 카페, 문화시설로 재활용해 가치를 높이는 ‘문화 업사이클링’이 필수적으로 등장한다. 문화예술과 재생사업의 결합은 문화예술의 사회화를 앞당긴다는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요즘 도시재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문화적 옷을 입히려는 도시재생이 인기를 끈다. 도시재생에 두 팔 걷어붙인 곳마다 잘나가던 한 때의 화려한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재생의 수혈을 받을 만큼 노쇠해진 몸에다 문화예술적 수식어를 붙여 부활을 도모하려 한다. 자칫 문화예술적 도시재생을 개발과 산업 언저리에 문화예술을 살짝 끼워 넣는 것으로 착각하면 오산인 이유다. 문화의 주체인 예술이 빠지고 상인과 개발업자가 키(key)를 거머쥔 도시재생은 앙꼬 없는 찐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이란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종합적이고 통합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해가는 동시에, 변화하는 지역 여건에 맞게 경제적, 물리적, 사회적, 환경적 상황을 지속해서 개선해 가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은 나라별, 도시별,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는데, 우리나라도 철거방식 재개발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을 도시재생사업에 도입해 지역 고유의 문화예술과 주민공동체 복원이라는 새로운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에 맞춰가야 할 때이다. 

■ 창조적 도시재생 방법론 활용해야
이제 우리의 도시재생사업도 1970~80년대 도시계획처럼 경제제일주의 방식으로 밀어붙이기식이거나, 시설 위주의 프로젝트로 추진해서도 안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공간을 보는 관점 자체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경제적 공간관에서 문화적 공간관으로, 인공적인 공간관에서 생태적인 공간관으로, 권력자의 공간관에서 일반시민의 공간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도시재생은 문화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도시계획은 낙후된 도시 건축물을 쓰레기 치우듯 밀어버리고 반듯하고 멋진 빌딩, 질서정연하고 깨끗한 도시, 교통이 편리한 도시, 안전한 도시를 지향한다. 부와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 자본주의 논리에 집중한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사람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듯 인간은 탐욕스럽게 도시를 만들었다. 지금껏, 인간적이고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이상적이고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몰개성적이고 비인간적이고 기능적인 도시만들기에 집중했다. 하드 인프라에 신경을 쓰고 소프트 인프라는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시는 물리적 기술만으로 만들 수는 없다. 만들 수 있더라도 박제된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도시는 의미 있는 공간, 인간의 삶과 즐거움이 있는 창조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를 만드는 일은 전체가 모두 연결돼 있다. 이런 네트워크 사회에 있어 문화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제 도시계획은 과학보다 예술이, 역사문화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도시는 주민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야 하고 공동체가 원활하게 소통돼야 한다. 도시는 역사, 문화, 환경, 사회 등 모든 분야에 담긴 가치관이 함께 조화되고 융합됐을 때 단순한 공간이 하나의 의미 있는 장소로 새롭게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어느 도시든지 그 도시만이 갖고 있는, 그 마을만이 갖고 있는 체온이 있고 주민들의 가슴에 따듯한 이야기가 있다. 도시재생에 이러한 지역적·장소적·역사적 특성이 살아야 커뮤니티가 살아나고 따듯한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기 된다. 또한 현대적인 도시를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도시를 꽉 채우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움의 공간, 공공의 공간을 예비하고 그것을 역사와 문화로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까닭이다. 

우리나라의 지방도시는 성장위주의 도시정책으로 인해 원도심과 신도심의 계획적인 도시공간구조를 형성하지 못하고 외형적인 성장만을 거듭해 왔다. 최근 들어 일부 지방도시에서 지방자치단체 위주로 개별적인 원도심 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도시재생 계획이나 주변지역과의 연계를 위한 종합적인 도시재생사업 보다는 단기적인 효과가 큰 물리적 환경정비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유사한 대응으로 주요 창조적 원도심 재생 사례들을 살펴보면 역사·문화·예술적 중심 공간 제공을 중심으로 한 창조적 도시재생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홍성도심재생, 젊은 문화도시 지향
청년실업률은 1990년대에는 5% 전후로 추이하고 있었으나, IMF 이후 악화돼,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7~8%로, 2014년 이후 9%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청년실업률 10.7%로 청년 실업자 수는 40만 명을 넘어 청년실업 문제는 완연히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 문제를 도시재생과 연결해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이 지니고 있는 디지털 원주민으로 특성을 지닌 밀레니얼 세대, ‘나의 가치관과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의 특성을 살리고, 쇠퇴하는 지역이 지닌 본연의 매력을 발견함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자 하는 전략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장소 마케팅이 아니다. 잠재된 지역의 자원과 삶의 가능성을 일깨워 장소성을 창조적으로 복원하는 작업이다. 행정이 설정한 사업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문화와 예술을 수단으로 삼아 장소를 이벤트화하는 경향이 지나치다. 도시재생은 삶의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문화로 지역을 재창조, 재구성하는 실천과정이다. 해체, 쇠퇴, 소멸해가는 지역에서 삶의 문화원형들을 발굴해 미래지향적으로 재생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대중문화의 대량생산 대량소비체계에 의해 붕괴된 지역 문화생태계의 재생, 재창조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문화적 도시재생이다. 대부분 청년층으로 이루어진 로컬크리에이터는 상향식 문화적 도시재생을 추동하는 전위와 같아 보인다. 이들은 자신의 활동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공공과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작은 주체들과 연대하려는 속성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경제영역과도 구별된다. 이들 플랫폼은 지역의 다양한 삶과 공진화할 수 있는 스몰비즈니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커뮤니티 기반의 스몰비즈니스를 축으로 삼아 도시재생 거버넌스와 사회적 경제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한다면 상향식 자치·자립과 하향식 지원이 맞물리는 줄탁동시의 판을 기대할 수 있을 터이다. 

홍성인구의 50%가 넘는 주민들이 홍성의 원도심에 살고 있다. 그런 만큼 홍성군에서 어느 지역보다 도시재생사업이 시급한 곳도 홍성과 광천의 원도심이다. 다만 도시재생에 절대적 해법이나, 정답은 없다. 정부의 공적지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민간의 창의적 콘텐츠를 결합하는 등 지역 특색에 맞는 모델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문화적 도시재생을 위한 정책사업은 출발부터 민간주도형 활동을 전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장맞춤형으로 구조를 짜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또한 도시재생사업은 문화를 도구화하지 않고 장소 기반의 문화생태계 형성을 사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 방식은 당연히 문화적 도시재생이어야 한다. 따라서 홍성의 젊은 문화도시를 향한 도시재생 계획으로 홍성이란 도시 전체를 재구성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천년역사도시, 젊은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홍성도심재생의 답이다.  

<끝>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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