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 독배마을, 100년 전통 광천토굴새우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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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 독배마을, 100년 전통 광천토굴새우젓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21.01.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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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란 땅’ 천년홍주 100경 〈29〉

김치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대표 발효식품으로 손꼽히는 ‘젓갈’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새우젓은 오젓, 육젓, 자하젓, 추젓 등 10여 가지가 넘는데, 경기 강화, 전남 신안, 충남 강경과 광천 등에서 각양각색의 특징을 가진 새우젓이 생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광천에서 생산되는 ‘광천토굴새우젓’은 천수만과 목포, 신안 등에서 잡아 올린 새우에 천일염으로 염장을 하고 토굴에서 적정한 온도와 습도로 숙성시켜 담백하고 감칠맛이 살아있다.

홍성군 광천읍 옹암리 독배마을의 ‘광천토굴새우젓’은 고려 때부터 옹암포구에 새우젓 장터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선조 말 충청도 서해안에서 잡은 새우를 100여척의 어선을 통해서 팔기 시작하면서 더욱 활성화 됐다. 이후 1949년 폐금광 굴에 새우젓을 넣어 보관했다가 김장철에 가보니 잘 숙성된 것을 발견하면서 많은 토굴을 파서 새우젓을 보관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원래 새우젓은 조랭이 또는 조쟁이라 불리는 항아리에 저장하는데, 여름에는 부패해 고랑젓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고랑젓이 생기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고(故) 윤병원 씨가 실험적으로 폐금광 굴속에 새우젓을 넣어 보았다가 김장철에 가보니 잘 숙성돼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윤병원 씨가 토굴을 판 이후에 토굴의 효험을 체험한 마을 사람들은 토굴을 파기 시작했다고 한다. 토굴은 돌이 많고 물이 많이 떨어지는 곳이 좋은 곳인데, 이러한 토질을 잘 고른 다음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진히 사람의 노동력으로만 팠다고 한다. 이 토굴 속에 새우젓 독을 넣기 시작한 이래, 광천새우젓은 토굴새우젓으로 소문나게 됐고, 현재는 서해와 남해에서 잡은 새우를 이곳 토굴에 저장해 ‘광천토굴새우젓’으로 재탄생시키면서 대표적인 광천토굴새우젓 판매단지로 자리 잡게 됐다. 현재는 170여개의 새우젓갈 판매점들이 광천 독배마을(토굴마을)과 광천토굴새우젓 전통시장 등에 분포돼 있다.

마을 당산인 뒷산에 독(甕器)을 닮은 바위가 있다고 해 이름 붙여진 독배마을. 옹암리(甕岩里)는 백제시대에는 결기군, 신라 때는 결성군, 고려와 조선 말기에는 보령 관할이었다.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옹암리라 해 홍성군 광천면에 편입됐다가 읍으로 승격, 광천읍 옹암리(甕岩浦口)가 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옹암리의 새우젓 장은 1928년부터 3일과 8일에 5일장으로 고정됐고, 충남의 강경장, 아우내장과 더불어 3대 장을 이뤘다. 물물교역도 크게 이뤄진 이곳은 고려시대 왜구의 잦은 침략으로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조정은 군대를 주둔시키고 농사를 짓게 했는데, 지금도 둔전(屯田)이란 지명이 남아있다. 옹암포는 전북 군산의 개항과 철도의 개통으로 충청남도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포구이자 광천(廣川)의 관문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62년 옹암리 갯고랑이 오래전부터 금광에서 흘러나온 사금채취와 육지로부터 흘러드는 토사로 인해 뱃길이 혼란스러웠다. 1970년 12월 태안반도와 안면도 사이의 연육교가 완공되고 동력선이 보편화되는 등 교통의 발달로 사람들이 서산이나 대천장으로 옮기면서 옹암포가 쇠퇴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계기는 1997년 홍보방조제 물막이 공사로 인해 인근 고대도, 안면도, 장고도. 원산도 등 섬지역의 100∼150척의 어선과 장배가 들어오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폐금광의 굴속에 새우젓을 보관하고 숙성시킴으로써 광천 독배마을의 토굴새우젓이 빛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홍성군 광천읍 옹암리 독배마을의 당산인 바위산 밑으로는 활석암반을 기하학적으로 파 들어간 토굴이 40여개가 넘는데, 높이가 2m, 길이는 100~200m 정도다. 이 토굴은 오서산자락의 시작지점으로 외형·지리적으로 해풍과 맞부딪치며 통풍요건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새우젓을 담은 수백 개의 드럼통에서는 연간 약 3500여 톤의 새우젓이 생산되고 있는데, 토굴은 연중온도가 14~15℃로 일정하며 습도가 85%이상으로 새우젓을 숙성시키는데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어 맛과 향이 우수하다. 식염 함량이 약 20%인 새우젓의 발효과정에 작용하는 미생물의 분포는 발효 30일에서 50일까지 계속 증가한 후 서서히 감소하게 되며, 미생물이 분비하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가 젓갈의 숙성과정에서 맛을 결정하게 된다.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토굴에서 발효되는 젓갈은 새우의 가수분해 산물인 유리아미노산과 비단백 질소화합물, 핵산관련 물질들이 조화를 이뤄 인위적 온도조절 저장 새우젓과는 다른 특이한 맛을 내게 된다. 이렇게 생산된 광천토굴새우젓은 소화 흡수가 용이한 고단백 식품이다. 새우젓은 봄에 담은 것은 춘젓, 5월의 오젓, 최상품인 6월의 육젓, 7~8월의 자젓(잡젓), 가을의 추젓, 겨울의 동백하젓과 2~3월의 새우로 담은 곤쟁이젓 그리고 돗데기젓 등으로 불린다. 김장철에 가장 수요가 많으나 조리나 반찬으로 애용되는 젓갈이기도하다.

지금의 옹암포는 포구가 막히고 배가 들어오지는 않으나 광천토굴새우젓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광천의 경기가 활기에 찼는데, 또다시 그런 과거의 번영을 기대하고 있는 곳이다. 예전에 사람들이 ‘관청이 많은 홍성에서는 아는 체를 말고, 알부자가 많은 광천에서는 돈(錢)자랑을 말라’고 했던가. 예로부터 광천 옹암포는 풍수지리상 ‘많은 사람이 영화를 누릴 곳(男有萬年榮華之地)’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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