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지방문화현장에서 이응노 기념관의 활로 찾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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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지방문화현장에서 이응노 기념관의 활로 찾기1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4.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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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열린 마음으로 주민과 소통해야-환기미술관의 ‘부암동 아트프로젝트’

 

△ 환기미술관과 부암동 일대


지역의 공립 미술관은 해당 지역의 미술문화를 갈무리해서 보존, 보전하는 상징적인 미술문화기관으로 지역 미술인들은 물론, 지역민들의 문화정체성 형성에 기여한다. 이응노 생가기념관은 근대화의 거장인 고암의 예술혼을 기리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향유욕구를 충족시키고 외지 관광객의 유입을 통해 지역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 기획취재에서는 이중섭·박수근·김환기·의재(허백련) 미술관과 저지예술인마을·제주현대미술관의 운영사례를 통해 한 화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미술관이 어떤 방식으로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이응노 생가기념관의 교육프로그램 구상, 미술관 독자상품 개발, 창작스튜디오 운영 등에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울러 미술관의 성공이 외지관광객의 유입과 지역주민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한 지역경제활성화에 미치는 과정과 파급효과 등 이응노 기념관의 활성화를 통해 홍성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1. 미술관, 열린 마음으로 주민과 소통해야-환기미술관의 ‘부암동 아트프로젝트’ 

2. 박수근 미술관 개관 10주년, 이응노 기념관의 미래를 엿보다
3. 대한민국 1% 흑자경영 공립미술관 -제주도의 ‘이중섭 미술관’
4. 마을공동체의 중심에 있는 제주현대미술관, 그리고 저지문화예술인마을
5. 남도의 다향과 미술문화를 한 눈에, ‘의재 미술관’
6. 이응노 기념관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7. 이응노기념관 활성화해 지역문화예술의 본거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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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북구 부암동 산자락에 위치한 환기미술관은 고 수화 김환기 선생의 예술을 보존, 연구, 전시하는 기념적 성격의 미술관으로 지난 1992년에 개관했다. 미술관의 설립까지는 수화 김환기의 미망인인 김향안 여사의 주도로 1978년 뉴욕에서 설립된 환기재단의 역할이 컸다. 환기 미술관 관계자에 따르면 재단은 비영리 단체로서 수화 김환기 선생의 예술세계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고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데 목적이 있다. 때문에 환기미술관은 엄밀히 말해 지자체에서 건립한 고암 기념관과는 출발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대전에서 이응노미술관을 중심으로 기념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고암미술재단(대표이사 이지호)이 출범했고,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며 대전과 홍성, 예산에 분산되어 있는 고암의 흔적을 구술사적으로 아우르고 있는 박인경 여사와 고암미술재단, 예산 수덕사를 아우르는 중심에 홍성군의 이응노 생가기념관이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는 과제가 도출되고 있다.

김향안 여사를 주축으로 설립된 환기재단과 재단에서 설립한 환기미술관은 수화 김환기의 작품세계와 역량을 오롯이 한 곳에 모을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다. 환기미술관 관계자는 환기미술관의 역할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수화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연구하고 대중에게 알리며 △수화와 동시대에 활동하거나 현재 수화 작품의 맥을 잇고 있는 중진 작가들을 기획전을 통해 소개하고 △전세계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어 제2의 수화 김환기를 발굴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때문에 환기미술관은 환기 선생의 유화, 과슈, 수채화, 드로잉, 오브제 등 작품과 생활유품, 편지 ,사진 등의 자료를 상설전시, 회고전시, 기념전시 등을 통해 소개하는 한편, 기획전시장에서는 현대미술작품들과 해외교류작품을 1년에 2~3차례 기획전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었다. 아울러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주제의 미술포럼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부암동 주민들의 참여가 최근 2년안에 큰 폭으로 늘었다는게 미술관측의 설명이다.

환기미술관의 정체되지 않은 프로그램들은 설립자인 김향안 여사의 메시지에서 그 성격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김 여사는 “오늘날의 미술관은 살아 움직여야 한다. 세계에 미술관은 많지만 좋은 미술관은 극소수다. 금세기에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미술관들이 내용을 만들어서 명실공히 아름다운 미술관이 되려면 다양한 프로제를 구상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할 건가는 역사와 병행할 것이며, 민족과 인류의 운명에 따를 것이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 유영호 < Ah! Oh!>


부암동 사람들이 만드는 예술한마당 
환기미술관은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아 특별전이 한창이다. ‘환기미술관과 부암골 사람들이 만드는 예술한마당’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의 이름은 ‘환기미술관 부암동 아트 프로젝트’ 이다.

‘도심 속 시골’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는 부암동은 그동안 개발제한으로 인해 1960년대 서울의 모습, 말 그대로 도심 속 시골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최근 서울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환기미술관에서 진행하는 부암동 아트프로젝트는 부암동의 환기미술관을 재조명한다는 의미에서 미술관과 마을의 조화로운 공생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인왕산과 북악산을 병풍 삼아 들어앉은 형상의 부암동은 서울생태문화길에 선정될 정도로 자연풍광이 훌륭해 예로부터 석파정과 안평대군 별장 등이 자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서울은 물론 수도권과 지방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환기미술관측은 이번 프로젝트를 기해 부암동의 문화예술적 붐을 담론화하고, 부암동에 기반을 둔 미술관으로서 지역작가의 작업을 독려하며, 이들의 작품세계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부암동에 거주하는 작가들은 미술관 전시는 물론 부암동 일대에 작품설치와 함께 오픈 스튜디오 형식의 작가와 관람객을 잇는 행사, 지역주민이 대상의 문화예술교육과 체험프로그램 등이 함께 진행된다. 환기미술관은 이번 프로젝트를 기해 향후 부암동 일대를 아트밸리화 하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으로, 마을안에서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실천을 고민하고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예술 향유에 따른 저변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부암동 아트프로젝트의 팜플렛은 부암동 주민들의 참여로 더욱 흥미롭다. ‘함께하는 부암동 주민 여러분’이라는 코너에는 부암동주민자치위원회는 물론 자하손만두, 동양방앗간, 백영세탁, 럭키마트, 산모퉁이 등 부암동 주민들이 열거돼있다. 환기미술관 관계자는 “처음에는 미술관을 어렵게만 생각하시던 주민들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을 부암동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며, “이제 환기미술관은 자칭 ‘콧대 높은 미술관’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담을 낮추고 마을과 하나되는 미술관으로 거듭나려 한다”고 말했다.

개관20주년을 맞은 환기미술관이 미술관의 높은 담장을 허물고 동네로 성큼 다가섰다는데서 이응노생가기념관에게 시사하는 바는 남다르다. 특히 개관전에 참여하는 작가 중 70%가 지역작가라는데 주목해야하며, 그간의 성과를 주민들과 공유하려는 미술관의 움직임은 작은 시골마을인 홍북면 중계리에서도 실현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응노의 집’을 통해 지역의 예술인들이 평단에 소개되고, 기획전 오픈일에는 주민들이 떡을 돌리며 새로운 전시를 축하하는 흐믓한 풍경을 기대해 본다.

 

 

 

 

 

 

 

△ 손한샘 <P·V·C Project>와 슈퍼에서 내놓은 사과박스에 담긴 전시 팜플렛



◇수화 김환기(1913년~1974년)
한국 추상미술의 제1세대로서 세련되고 승화된 조형언어로 한국적 서정주의를 바탕으로 한 고유의 예술세계를 정립해 한국을 비롯, 현대 미술의 중심지인 파리와 뉴욕으로까지 그 이름을 알린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한국의 모더니즘을 리드했으며 현대적이고 절제된 조형언어를 바탕으로 이뤄진 그의 예술세계는 50년대에 이르러 산, 강, 달 등 자연을 소재로 더욱 밀도 높고 풍요로운 한국적 정서를 아름답게 조형화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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