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지방문화현장에서 이응노 기념관의 활로 찾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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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지방문화현장에서 이응노 기념관의 활로 찾기2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4.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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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미술관 개관 10주년, 이응노 기념관의 미래를 엿보다

 

△ 박수근 화백 동상이 바라보고 있는 미술관 전경


지역의 공립 미술관은 해당 지역의 미술문화를 갈무리해서 보존, 보전하는 상징적인 미술문화기관으로 지역 미술인들은 물론, 지역민들의 문화정체성 형성에 기여한다. 이응노 생가기념관은 근대화의 거장인 고암의 예술혼을 기리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향유욕구를 충족시키고 외지 관광객의 유입을 통해 지역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 기획취재에서는 이중섭·박수근·김환기·의재(허백련) 미술관과 저지예술인마을·제주현대미술관의 운영사례를 통해 한 화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미술관이 어떤 방식으로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이응노 생가기념관의 교육프로그램 구상, 미술관 독자상품 개발, 창작스튜디오 운영 등에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울러 미술관의 성공이 외지관광객의 유입과 지역주민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한 지역경제활성화에 미치는 과정과 파급효과 등 이응노 기념관의 활성화를 통해 홍성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1. 미술관, 열린 마음으로 주민과 소통해야-환기미술관의 ‘부암동 아트프로젝트’
2. 박수근 미술관 개관 10주년, 이응노 기념관의 미래를 엿보다 
3. 대한민국 1% 흑자경영 공립미술관 -제주도의 ‘이중섭 미술관’
4. 마을공동체의 중심에 있는 제주현대미술관, 그리고 저지문화예술인마을
5. 남도의 다향과 미술문화를 한 눈에, ‘의재 미술관’
6. 이응노 기념관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7. 이응노기념관 활성화해 지역문화예술의 본거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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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그림의 투박한 선과 원근법이 생략된 간결한 모습은 광목으로 지어 입은 한복을 입고 아이를 달래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꾸며지지 않은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아름다움이 더욱 고급스럽고 정답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정서일 것이다.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는 그의 그림들은 어려운 생계로 초등학교밖에 마치지 못한 작가의 독학으로 이루어낸 것이라 하니 더욱 놀랍다.

높은 가격과 희소성으로 신문과 책에서나 구경할 수 있었던 작품들을 작가의 고향집이 있었던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느낌은 특별하다. 작품 속의 질감처럼 화강암을 사용하여 투박하게 지은 건물은 주변의 농촌 마을과 거부감 없이 어울리는 또하나의 작품이다. 박수근의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을 빛내는 김기창, 천경자, 김환기, 이중섭 등 이름만으로도 익숙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어린 시절 밀레의 ‘만종’을 바라보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는 박수근은 평생을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았다. 어려웠던 작가의 삶이 고향집에 자리한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수근 미술관이 위치한 강원도 양구군은 군사도시이다. 최전방에 위치한 동네이다 보니 어느 곳을 둘러보나 군복을 입은 앳된 군인들을 쉽사리 마주할 수 있다. 양구시장 입구에는 군모 모양의 대형 조형물이 세워졌을 정도로 양구는 60여년전부터 주변의 여러 군부대와 공생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양구군을 대표하는 다른 한 가지는 박수근과 그를 기리는 미술관일 것이다. 작게는 양구읍 골목골목에 그려져 있는 박수근의 그림을 모티브로 한 벽화에서부터, 매년 박수근 미술관 주변의 마을땅을 매입해 아트빌리지 조성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양구군의 박수근 미술관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박수근미술관은 홍성의 이응노기념관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작가의 생가지에 미술관이 들어선데다 미술관과 기념관의 초기 운영에 유홍준 교수가 깊숙히 참여했으며, 박수근미술관 개관당시 유홍준 교수가 명예관장으로 위촉됐었다.

박수근미술관은 2002년 10월 25일 개관했는데 박수근이 태어난 땅이라고 알려진 곳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시작은 홍성의 이응노 기념관과 마찬가지로 박수근 화백의 유품과 작품을 전시하는 기념관이었다고 한다. 박수근미술관측에 따르면 2003년 박수근의 묘를 이장한 이후 본격적으로 선양사업위원회가 꾸려졌고, 전임 임경순 군수의 적극적인 의지로 박수근기념관이 미술관으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박수근미술관 엄선미 학예사는 “임 군수의 모토가 바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였다며, “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마인드와 박수근의 유족, 박수근을 사랑하는 개인들이 힘을 모아주었기에 지금의 박수근미술관이 태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술관측에 따르면 양구군은 미술관 주변으로 올해만 1만6000평의 부지를 매입했으며, 매년 유화작품 매입에만 10억원을 책정해 꾸준히 소장품의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개관당시 박수근의 유화작품을 한 점도 소장하지 못해 언론의 뭇매를 맞아야했던 상황을 떠올리자면 장족의 발전이 있었다. 현재 박수근미술관은 화백의 작품 120여점과 유품을 포함해 총 380여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미술관 자체적으로 박수근의 다양한 판화에디션을 매년 작품집으로 출간해, 수익금을 모아 유화작품을 구입하고 있었다. 엄 학예사는 “미술관은 어느 무엇보다 소장품의 가치로 판단되기 마련”이라며, “박수근 화백 작품의 경우 유화 1점당 대개 10억원을 호가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며, 특히 알려져 있지 않은 개인 독지가가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작품 매입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지자체나 미술관에서 작품구입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수근미술관의 안정적인 경영은 풍부한 인력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으며, 미술관내 청소용역에서 상근예비역까지 박수근 화백에 대한 지식이 전문가를 방불케할 정도로 박수근 화백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곳이었다. 아울러 전임큐레이터와 행정직 직원을 포함해 청원경찰, 기간제 매표원, 공공근로원, 인턴큐레이터 등의 인력이 풍부했으며, 무엇보다 도슨트프로그램이 원활이 진행되고 있었다. 엄 학예사는 “보통 단체관람객들이 많기 때문에 일정을 혼자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박수근미술관에는 전임큐레이터 이외에도 학예업무가 가능한 인턴큐레이터들이 있고, 기획전이나 특별전이 열릴때는 도슨트들이 도와주기에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하며, “홍성의 이응노 기념관도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려면 무엇보다 전문인력 확충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미술관 옆으로 조성된 빨래터. 박 화백의 대표작인 <빨래터>를 재현했다.


예술가와 주민들의 끝없는 소통 
개인 작업을 하는 순수 창작 예술인들에게 있어 창작스튜디오는 매우 기초적이며 중요한 요소다. 기초예술인에 대한 대안적인 문화예술정책이 한참 물오를 즈음 창작스튜디오 지원의 타당성이 제기됐고, 이후 국내외 곳곳에 창작스튜디오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예술작품 생산과 더불어 일반 대중과의 소통과 이해라는 목표 아래 국가원의 예술가 지원과 대안적인 예술 활동을 위한 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은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취지와 시점에 맞추어 예술과 도시, 예술과 건축, 예술과 사람이 만나 이뤄 낸 결과물이 ‘정림리창작스튜디오’이다. 박수근미술관은 미술관 바로 옆에 지어진 창작스튜디오와 정림리 창작스튜디오를 통틀어 현재 7명의 작가가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매년 정기 전시회를 통해 그간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특히, ‘잇다(Connect)’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프로젝트는 지난해까지 정림리스튜디오에서 릴레이 전시로 진행됐는데, 참여작가들은 마을주민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 문패 만들기, 초상화 그리기, 부채 만들기, 영정 사진 찍기 등의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해 문화를 매개로 한 ‘소통’을 끊임없이 시도해 평단의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엄선미 학예사는 “처음엔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정체모를 작가들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으셨는데, 작가들이 뜻을 모아 마을 가게를 단장해 카페로 바꾸고 어르신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곳곳에 남기면서, 이제는 마을과 미술관이 자연스레 소통하고 있다”며, “마을잔치가 열리면 미술관 사람들이 가서 같이 축하하고, 미술관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면 동네어르신들이 잔치떡을 돌리실 만큼 미술관과 주민이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지금 박수근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념특별전이 한창이다. ‘박수근을 찾아 온 고향작가들’, ‘양구 사람들’이라는 박수근 화백과 양구를 아우르는 주제로 신진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양구는 박수근을 품었고 박수근은 양구를 품었다. 개관 10년을 맞은 박수근 미술관은 화백의 고향과 한 몸이 되어 양구 주민들의 삶에 고요히 스며들고 있었다. 엄선미 큐레이터는 “박수근미술관처럼 작가의 출생지에 기념관 등이 들어선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이자 장점으로 작용한다”며, “이응노기념관도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주민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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