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의 고장 남원, 사람·환경·문화 어우러진 생태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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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의 고장 남원, 사람·환경·문화 어우러진 생태하천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1.08.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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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생태하천 복원, 주민들의 행복공간 복원이다 〈8〉
전북 남원의 도심하천이자 젖줄인 요천(왼쪽 사진)과 남원 광지천이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거듭나 주민들에게 여가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남원의 젖줄 요천수(蓼川水), 소금배가 남원까지 올라왔다는 설 전해져
요천, 오랜 세월 급류에 씻겨내려 기기묘묘한 암반들이 강바닥을 차지
요천 고수부지 수변 관광자원화사업, 수경시설과 친수광장으로 조성해
광치천·주촌천, 상류 축사시설 악취 몸살 ‘축사 보상해’ 생태하천 복원

 

전북 남원시는 예로부터 ‘천부지지 옥야백리(天府之地 沃野百里)’라고 했다. ‘천부지지는 하늘이 고을을 정해준 땅’이라는 뜻이고, ‘옥야백리는 넓고 비옥한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살기 좋은 곳으로 유명했다는 의미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전북 5소경의 하나로, 고려시대는 남원부로, 조선시대에는 남원도호부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아우르는 중요한 위치였다. 전북의 동남권으로 소백산맥과 노령산맥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동으로는 경남 하동, 남으로는 전남 구례, 북동부는 경남 함양과 인접해 있다. 춘향전의 무대로 역사의 숨결이 담긴 문화유산이 풍부하고 먹거리도 풍성하다.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을 끼고 있어 경관이 수려해 신명 나는 우리 가락 동편제의 본향이기도 하다. 1995년 1월 1일 남원시와 남원군이 남원시로 통합됐으며, 현재 행정구역은 23개 읍·면·동(1읍 15면 7동)으로 인구는 8만 명이다.

남원은 춘향의 고향이자 춘향전의 발상지다. 광한루원은 춘향전의 배경이 된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으로 하늘나라 월궁을 광한루라 했고, 그 아래 천상의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와 오작교를 놓았다. 오작교는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깃든 아름다운 돌다리다.
 

■ 남원의 젖줄 요천, 자연생태하천 거듭나
전북 남원시 중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도심하천인 ‘요천(蓼川)’은 전북 장수군과 경남 함양군의 경계에 있는 백운산(1278m)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흘러 남원시의 도심을 지나 전남 곡성군과의 접경지역에서 섬진강에 합쳐지는 하천이다.

남원의 젖줄인 요천수(蓼川水)는 소금배가 남원까지 올라왔었다는 설과 함께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진다. 요천(蓼川)이라는 지명은 여뀌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남원의 옛 문헌 ‘용성지’에 실려 있는 조선초기의 문인 강희맹의 시 ‘고주은영요화안(孤舟隱映蓼花岸)’ 구절에 여뀌가 등장한 것으로 비춰볼 때 조선 초기 이전부터 요천이라 부른 것으로 추정된다.

요천은 역사적으로 삼한·삼국·남북국·고려·조선시대의 국가하천으로서 남원의 요천과 축천, 순자강은 중요 방사선형 교역로이자 교통로로 자리매김해 물류통로로 이용돼 왔다. 따라서 요천은 전국의 여느 지자체들과 비교해 보아도 다양하고 많은 하천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요천은 섬진강 유역 중 가장 넓은 분지인 남원분지를 관개하며 교동천을 비롯한 수백 개의 하천지류를 간직한 중요한 하천이다. 요천 주변은 남원시 구간을 지나는 동안 도시화로 인해 하천의 자연적 경관은 관찰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요천은 오랜 세월 급류에 씻겨내려 기기묘묘한 모양과 문양의 암반들이 강바닥을 넉넉하게 차지하고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이라면 온갖 공사로 원래의 모습을 찾기 어려운 게 보통인데, 아마도 그렇게 하기에는 요천 강바닥이 너무나 거대한 자연암반이어서 손대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춘향교 근처에 막은 보는 계절적으로 수량의 편차가 큰 요천의 물을 가두는 물창고다. 광한루원이 있는 쪽에서 다리를 건너 춘향테마파크로 가는 발치에 물 구경을 좀 할 수 있게 한 모양새다. 요천 주변의 길가에는 음식점을 비롯한 가게들로 즐비하다. 길가 곳곳에는 이몽룡과 춘향이 앉거나 서서 객들을 반기도 있다. 자연스럽게 포토존이 된다.

이도령도 춘향이도 실존인물이란다. 이도령은 남원부사 성안의의 아들 성몽룡이니 성춘향과 동성동본이란다. 당시는 결혼이 아니라 연애라 하더라도 양반체통에 동성동본이 말이 되는가. 소설속의 이몽룡은 그렇게 성을 바꾸어 탄생했단다. 원래 춘향은 절세가인은커녕 추녀였단다. 이도령과 정을 통했으나 한양으로 간 이도령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춘향이 죽어 원귀가 되자 남원 땅에는 3년 대흉이 들었다는 ‘신원(伸寃)설화’가 전해온다. 결국 춘향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판소리 ‘춘향전’이나 소설에서는 해피엔딩으로 위로했다는 것이다. 극적인 무대는 은하수 모양을 하고 있는, 하늘에서 바라본 ‘요천’이다. 그래서 이 땅으로 내려온 ‘미르 내’ 가운데는 1년 내 애태우다 칠월칠석에나 만나는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자리한다. 요천에는 견우를 상징하는 ‘우암(소바위)’과 직녀를 상징하는 ‘능구도’라는 섬이 비련의 실존으로 남아 있단다.

남원시는 도심을 흐르는 요천 고수부지에 지난 2019년 11월 수변 관광자원화사업을 했다. 총사업비 93억 원(도비 43억 원, 시비 50억 원)이 투입된 요천 수변 관광자원화사업은 4400㎡ 규모에 음악분수, 바닥분수, 어린이 물놀이장 등 수경시설과 친수광장으로 구성했다. 요천 수경시설은 주변 관광시설인 광한루원, 남원예촌, 춘향테마파크와 연계해 새로운 볼거리, 체험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가족단위 체류형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 광치천·주촌천, 도심생태·휴식공원 탄생
남원시는 지난 2013년부터 총사업비 197억 원(국비 118억원, 지방비 79억 원)을 들여 광치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완료해 시민들에게 힐링·휴식공원으로 제공하고 있다.  

광치천은 상류지역에 밀집된 축사시설과 농경지 등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악취로 몸살을 앓았다. 남원시는 ‘야생동식물이 살 수 없는 하천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신념으로 시민들과 함께 광치천 살리기에 나서 향교동 구암교 상류에서 용정동 용갈교까지 2.3km 구간을 3개 지구로 나눠 새들과 물고기, 시민들이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 등을 갖췄다. 퇴적된 오·폐수 슬러지를 제거하고 수질정화수생식물인 노랑꽃창포, 붓꽃, 털부처꽃, 달뿌리풀, 수크렁 등 13만 본을 식재하는 등 하천환경정비와 함께 오염원을 제거했다. 둔치에는 갯버들, 귀룽나무, 좀작살나무, 영산홍, 화살나무 등을 심었다. 제방주변에는 조팝나무, 명자나무, 남천, 낙우송, 금계국, 백철쭉 등을 심어 4계절 꽃이 만발하는 향기로운 하천으로 변신시켰다. 

어류의 이동을 제한하는 낡은 보와 낙차공도 철거했다. 이곳에는 하상을 보호하고 수생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여울형 낙차공을 재가설해 물고기들이 놀 수 있도록 했다. 획일화된 콘크리트 호안은 자연 친화적인 조경석으로 대체해 자연형 하천과 생태홍수터,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생태홍수터에는 저서동물과 양서류, 어류, 조류가 서식할 수 있도록 2만 4000톤을 담수하는 향교보를 설치했다. 특히, 인공섬(하중도), 호박돌 부설, 여울, 자연형 수제, 친환경 저수호안, 어도, 횃대, 완충녹지 등 자연형 하천 공법을 적용해 수생태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광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제거하는 수질개선 공법도 적용해 자연정화의 기능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도록 했다. 7만 9000㎡의 생태공원은 지역주민들의 생태체험 공간과 휴식, 산책 등 여가를 위한 친수공간으로 조성했다. 

한편, 광치천은 50여 년 동안 신생마을 축산폐수가 하천으로 유입돼 하천오염은 물론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가중시켰다. 남원시는 신생마을 환경정비사업을 펼쳐 2013년까지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토지, 건물, 지장물, 이주지원금 등 보상을 완료하고, 자연하천 생태복원 사업을 통해 2015년까지 16억 원을 들여 161동의 폐축사와 오래된 건축물을 철거했다. 남원시는 지난 2018년 광치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마무리한데 이어 지난해(2020년)까지 예산 95억 원을 들여 주촌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했다. 노암동 노암교에서 어현 목기단지에 이르는 2km구간을 어류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생태여울을 조성하고, 생태 서식지, 생태관찰·탐방로 등도 설치해 수질개선과 수생태계를 복원했다. 이렇듯 자연생태하천으로 거듭난 광치천과 요천에는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수달이 목격되는 등 “지속적인 하천 관리를 통해 시민과 야생동물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 남원시의 설명이다.

남원시는 오는 2023년까지 광치천의 수질과 수질변화 조사, 생태계변화, 저수유량 등을 지속적으로 측정해 안전하고 쾌적한 하천환경이 유지되도록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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