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도시 죽음의 강에서 철새천국 생명의 강 ‘태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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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도시 죽음의 강에서 철새천국 생명의 강 ‘태화강’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1.08.2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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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자연하천, 생명과 문화가 흐른다 〈10〉
울산 태화강은 울주군 두서면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해 울산시 매암동 부근의 동해안으로 유입되는 길이 47.54㎞, 유역면적이 643.96㎢에 달하는 하천이다.

태화강, 울산주민들과 역사를 같이하는 울산의 젖줄과 같은 소중한 하천
십리대숲과 연어, 은어 등 토종어종·백로, 수달 등 700여 종 동·식물 서식
2020년 국가하천 승격, 국가정원 지정 ‘냄새나고 더러운 도시’오명 벗어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철새천국 생태보고’ 시민공원·쉼터로 변신

 

울산 태화강은 울주군 두서면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해 울산시 매암동 부근의 동해안으로 유입되는 길이 47.54㎞, 유역면적이 643.96㎢에 달하는 하천이다. 태화강 수계에는 60개의 지방하천이 흐르고 있다. 울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내린 강우가 태화강으로 모여서 바다로 흘러간다. 울산시에는 국가하천 1개(태화강, 연장 41.01㎞)와 지방하천 100개(연장 449.53㎞)가 있다.

울산시는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오염의 주범인 공장폐수와 생활오수를 막기 위해 지난 1996년부터 하수처리장 설치를 10년 계획으로 추진, 완료했다. 또 태화강둔치 대숲에는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등 10년간 2460여억 원을 들여 수질 개선을 위한 작업을 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02년 방류한 연어가 되돌아오는 등 수질환경이 개선됐다. 최근 태화강 중·하류의 수질 검사결과 BOD가 1.0ppm을 기록했는데, 이는 하천에서 수영기준치인 BOD 3.0ppm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울산지역민들과 역사를 같이하는 울산의 젖줄과 같은 소중한 하천이다. 태화강에서는 십리대숲과 더불어 연어, 은어 등 토종어종과 백로, 고니, 수달, 너구리 등 700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또한 하구의 태화강 철새공원은 국내 도심 속 최대 철새 도래지로써, 백로(8000여 마리)와 까마귀떼(5만여 마리)의 화려한 군무가 장관을 이루며, 계절별 철새 학교 등 다양한 생태체험도 가능하다. 가을철 태화강 하구 억새단지의 석양과 어우러진 은빛 억새물결 또한 환상적인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태화강은 울산공업도시를 끼고 흐르면서 생활 오·폐수와 퇴적 오염물질을 비롯한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았던 죽음의 강에서 십리대나무 숲길과 철새들의 천국인 생태환경의 보고로 변한 생명의 강으로 살아난 자연하천이다. 국가정원 지정과 국가하천으로 승격돼 청정하천으로 관리가 가능해 지기도 했다.
 

등록문화재 104호로 지정된 구 삼호교로 1924년 태화강에 건설된 울산 최초의 근대식 철근 콘크리트 교량이다.

■ 울산의 젖줄 태화강 ‘국가하천’으로 승격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100리가 2020년부터 국가에서 지정하는 국가하천으로 승격됐다. 지난 1982년 강 하구에서 중류인 구 삼호교까지 11.27㎞는 국가하천으로, 구 삼호교에서 가지산 아래 석남교까지 30.06㎞는 지방하천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국가하천 승격 구간은 구 삼호교에서 상북면 석남교 아래 덕현천 합류점까지 29.74㎞으로, 태화강 100리에 해당되는 40.01㎞가 국가하천에 포함됐다. 

국가하천은 매년 일정규모의 국가재정 투입으로 유지·관리되고 있으나 지방하천은 지방재정 여건상 상대적으로 예산투자가 적고 1970년대 후반 제방설치 후 부분적 제방정비를 시행하는 등 치수기능만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호우와 태풍으로 인해 제방의 피로도가 증가돼 매년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하천으로 승격돼 이상강우를 대비하는 하천관리에 대한 국가 역할이 증대되고 예방적 하천정비가 가능해 진다는 설명이다. 또 태화강 지류에 위치하는 사연댐, 대곡댐, 대암댐의 홍수피해 예방 등을 국가에서 통합관리해 안정적인 치수관리도 가능해 진다. 울산시는 태화강이 시민들의 여가활동과 건강증진은 물론 관광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천기본계획 수립 단계부터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태화강 100리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강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가는 길목.

한편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으로 산업도시 울산은 반전의 도시가 됐다.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았던 울산에 국가정원이 들어서리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00년 이후 자연환경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던 울산은 국가정원을 보유하면서 ‘냄새나고 더러운 도시’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지난 2019년 7월 산림청은 울산 태화강 지방정원을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했다. 2015년 9월 전남 순천만이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이후 4년 만에 탄생한 국가정원이다. 국가정원 지정은 2017년 대선 공약으로 채택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울산시는 국가정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2018년 3월 십리대숲을 중심으로 태화강둔치 일원을 지방정원으로 등록했다. 같은 해 5월 국가정원 지정을 신청했으나 하천 옆에 위치해 홍수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보류되기도 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면적이 83만 5452㎡로 울산 중구 태화동, 남구 무거동, 신정동 삼호지구에 걸쳐 조성됐다. 생태정원과 대나무정원 등 6개 주제로 29개 정원이 가꿔져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92만 6992㎡)보다 면적은 10만㎡ 정도 작지만 인공적이지 않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십리대숲과 사계절 꽃 단지 등 기존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렸다. 태화강 십리대숲 일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됨에 따라 2020년부터 국가정원 운영·관리비 명목으로 매년 30~40억 원 가량의 국비를 지원받게 됐다. 또 울산발전연구원 용역 결과를 토대로 2023년까지 55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나타나고, 58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경제적 파급 효과도 예상된다.
 

태화강 국가정원 입구 전경.

■ 연어, 수달 돌아온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은 우리나라 생태환경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태화강은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강과 하천이 어떻게 오염됐고, 어떤 방식으로 생태환경을 회복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지난 1962년 울산공업지구 지정 이후 환경오염에 따른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가 지원하고 관리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냄새나고 더러운 강이었던 태화강 살리기가 본격화한 것은 물고기 떼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0년 6월 울산 태화강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숭어와 붕어 등 각종 어류 1만 5000여 마리가 죽은 채 무더기로 물 위로 떠올랐던 것이다. 당시 울산시와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물고기 떼죽음은 울산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태화강이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이 됐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지난 1996년 태화강의 수질은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가 11.3㎎/ℓ로 6등급 수준이었다. 산업폐수와 생활폐수가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공해도시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울산시는 2002년부터 태화강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울산시는 생활 오·폐수를 빗물과 분리하기 시작했고, 폐수에 대해서는 철저한 하수 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또 불법 어로 행위에 대한 단속이 시작되고, 태화강 상류의 축산농가에는 폐수 저장을 위한 탱크가 설치됐다. 강바닥에 퇴적된 오염물질도 정기적으로 제거했다. 강력한 정책을 펼친 덕에 태화강 수질은 점점 회복돼 2014년 기준 BOD가 1.5㎎/ℓ로 수질 1등급을 달성했다. 수질 개선은 생태환경 회복으로 이어졌다. 1급수에서만 산다는 연어와 은어가 돌아왔고, 2006년 8월에는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최근에는 지난 30년간 공업화 과정에서 사라졌던 재첩이 태화강 전역에서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으며, 일부는 채취되고 있다.
 

태화강 전경.

한편 태화강 수질 개선과 함께 둔치도 재정비됐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상징인 십리대숲은 도시개발 과정에서 여러 번 사라질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 1994년 태화강둔치 일부가 주거지역으로 바뀌면서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자 시민들은 십리대숲과 태화들 보전을 위해 ‘태화들 1평사기 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은 범시민운동으로 확산돼 아파트 건립 계획은 철회됐고, 이후 태화강둔치 일원은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들의 쉼터로 변신했다.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울산시는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에 대한 반발도 있었으나 국가정원 지정의 토대가 됐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태화강 십리대숲은 울산시가 자랑하는 도심 속 힐링 명소가 됐으며, 전국적 관광지로도 떠올랐다. 태화강을 따라 구 삼호교에서 태화루 아래 용금소까지 10리(약 4km)에 걸쳐 있어 십리대숲이라고 부른다. 이곳에 언제부터 대나무 숲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1749년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에 ‘오산 만회정 주위에 일정 면적의 대밭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태화강 변에 대나무가 자생한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태화강을 따라 구 삼호교에서 태화루 아래 용금소까지 10리(약 4km)에 걸쳐 있어 십리대숲이라 불리는 태화강공원 십리대숲.

십리대숲 양 끝 지점은 각각 구 삼호교와 태화루다. 구 삼호교는 1924년 태화강에 건설된 울산 최초의 근대식 철근 콘크리트 교량이다. 등록문화재 104호로 지정돼 있다. 새로 삼호교가 생기면서 더 이상 차량은 다니지 않는다. 십리대숲과 구 삼호교 사이에는 십리대숲 먹거리 단지가 조성돼 있다. 태화루는 신라 선덕여왕 때 태화사의 누각으로 건립됐다고 전한다.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함께 ‘영남 3루’로 불렸는데,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다가 지난 2014년에 복원됐다. 

바람 부는 누각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멀리 십리대밭교를 바라보며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보행자 전용 교량인 십리대밭교는 밤이면 조명을 밝혀 한층 아름답게 보인다. 십리대숲 전체를 조망하고 싶다면 강 건너편 태화강전망대에 올라가면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본래 있던 취수탑에 건물을 올려 4층 높이의 전망대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전망대와 십리대밭을 오가는 운치 있는 나룻배도 탈 수 있어 정겨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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