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학관의 존립의의와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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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학관의 존립의의와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1.09.1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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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학관 활성화 방안을 찾다 〈15〉
춘천의 실례마을은 김유정문학촌 조성을 계기로 마을전체를 김유정과 관련된 이름으로 바꿔 지역 이미지 홍보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역문학관, 중앙문화의 집중화현상 극복 지역 고유의 지방특수문화 대안 
문학관, 도서관의 자료열람이나 박물관의 자료전시 기능까지 겸하고 있어
작가의 이름을 딴 길이나 지명, 지역이미지 홍보에 매우 효과적이란 평가
홍성지역 문학관, 체계적 관리·운영 통해 문화예술 도시로의 위상 높여야

 

한 작가의 문학적 생애와 그 작품의 가치를 기리는 일로 가장 결정적인 사업은 그가 태어났거나 연고가 있는 곳에 기념문학관을 세우는 일이다. 실제로 지방분권시대 문화 인프라 중에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지는 각 지역의 문학관 건립이다. 따라서 지역문학관의 제반 시설과 운영 프로그램이야말로 그 지역의 주요한 문화 인프라임이 분명하다. 

인프라란 사회적 생산 기반 또는 경제 활동의 기조을 형성하는 기초적인 시설을 의미하는 말이다. 문화 인프라라고 좁혀 말할 때 이것은 결국 문화·예술의 창조, 유통, 향유를 위한 시설과 제도에다 그것을 제안하고 실천하는 그 지역 주민들의 문화의식과 실천 행위까지를 포함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역의 문학관은 중앙문화의 집중화 현상을 극복해 고유의 지방 특수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서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문화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문학관일수록 그 지역 문화 인프라로서의 합당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되는 이유다. 이것은 지역의 문학관이 그 지역의 문화·예술의 활동 거점이며 문화 향수의 전통적 가치를 창출하는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구 김유정 역.

■ 문학관, 지역 문화예술의 구심체 역할 해야
명칭이야 어떻든 ‘문학관’ 혹은 ‘문학기념관’은 문학사적 가치를 가진 작가의 유품과 각종 문학 자료의 보관과 상설 전시를 통한 문학의 위상 정립 등 선양을 존립 의의로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의 설립 목적에 맞는 문학 자료를 모으고 정리해 보존과 활용에 필요한 시설을 갖췄을 때 비로소 문학관으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문학관에 가야 어느 작가에 관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는, 그 문학관만이 보관하고 있는 특징적인 문학 자료 소장과 그 활용이 문학관의 역할과 기능의 첫째가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문학관이 자료 소장을 넘어 그 공간과 시설이 작가연구와 문학작품 연구에 도움이 될뿐더러 문학과 관련된 향수층에 대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문학관은 도서관의 자료 열람이나 박물관의 자료 전시 기능까지를 겸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유정 역.

문학관의 또 다른 역할과 기능은 문학관이라는 공간이 지역 문화·예술의 구심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에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와 다른 분야의 모든 예술인들의 창조 활동의 거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문학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지역의 예술인들과 그들이 창조한 예술작품을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시설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여러 지역에서 앞 다퉈 건립되고 있는 문학관이 자칫하면 지자체의 전시 행정의 일환으로 조급히 기획되거나 추진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검증 되지 않은 작가들의 과대 미화나 우상화 등으로 문학사에 대한 가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작고 문인일 필요는 없지만 되도록 문학사에서 가치를 충분히 검증 받은 작가들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말 그대로 문학기념관으로의 위상에 걸 맞는 문학관이 세워져 운영돼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김유정문학관 전경.

문학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그때까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작가의 문학세계에 대한 종합적이면서도 새로운 각도의 이해를 얻기를 희망한다. 문학관을 찾아 자료들을 돌아보고 각종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지금까지 몰랐던 작가의 생애와 작품의 문학사적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관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모든 사업은 품위와 높은 질이 우선해야 설립 목적과 취지에 맞는 지속적인 문학행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 운영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운영의 체계와 방법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주목하는 이유다. 

문학관 운영에 있어 국고와 지방비의 재정적 지원은 사업의 규모나 그 특성에 따라 선별적이고 집중적이어야 하며, 지속 가능한 사업에 한해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문학관은 지역의 문화관광 명소로의 매력 있는 공간이어야 하며 거기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 문학관의 경우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동식물과 일치하는 작가의 생애나 작품 속 내용을 문학관의 이미지나 상징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조언에도 주목할 일이다. 
 

■ 지역문학관, 지역이미지 홍보에 매우 효과적
이효석의 고향인 강원도 평창 봉평에는 ‘메밀꽃 필 무렵’의 메밀꽃을 보기 위해 한 해 연인원 200만여 명 이상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또 춘천의 실레마을은 봄이면 김유정이 피운 ‘동백꽃’이 마을 전체를 뒤덮고 생가가 있는 실레마을의 신남역이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 이름이 들어간 ‘김유정역’으로 바뀌었다. 특히 실레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금병산은 김유정의 작품명으로 등산로가 만들어져 등산객들이 산행을 하면서 작가의 작품과 친근하게 만나게 된다. 
김유정로(춘천), 청마거리(통영), 토지문학공원(원주), 만해마을(인제) 등 작가 이름을 딴 길 이름이나 지명은 문학관의 이미지 홍보에도 매우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김유정의 고향 실레마을의 모든 상가 명칭이 김유정의 소설 제목이나 점순이 등의 등장인물 이름으로 바뀐 것은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살펴 본 전주의 최명희문학관과 전북문학관, 충북 옥천의 정지용문학관, 군산의 채만식문학관, 경주의 동리목월문학관, 안동의 이육사문학관, 부산의 김정한문학관과 이주홍문학관, 추리문학관, 경기 양평의 황순원문학관과 소나기마을, 강원 인제의 박인환문학관, 경남 하동의 이병주문학관과 평사리문학관, 전남 보성의 태백산맥문학관, 전남 해남의 땅끝순례문학관 등은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이나 시를 배경으로 공원을 만들고 스토리를 입혀 문학관을 만들었다는 점은 유사하다. 지역의 학생을 위한 보조교육기관 역할도 필요하다. 문학관과 학교 사이에 긴밀한 협조체제하에 문학관은 학교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문학관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문학관 관람객들과 문학답사 참가자들을 위한 해설사나 안내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문학관내 세미나실이나 문학관내 잔디밭에서는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소규모 발표회가 열려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문학관은 유적지처럼 한번 돌아보면 다시 찾아보지 않아도 되는 곳이 아니라 도서관처럼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찾아오게 하는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 문학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기도 하다. 문학에 대한 교육은 주로 학교 교실에서 이뤄지고 현재도 그런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는 문학관이 문학에 대한 대중적 소통의 공간으로써의 위상과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문학을 더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접하고 이해하는 공간으로써의 문학관의 역할이, 문학의 위상이 축소되는 오늘날 역설적으로 더욱 중요하게 됐다. 문학관은 원래 문학으로 특화된 박물관으로 문학과 문인과 관련된 자료의 수집과 보존, 연구, 전시, 교육, 체험 등을 하는 공간이다. 문학은 문자 매체로 이뤄지는 예술 활동과 그 결과물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결과는 지금까지 종이에 인쇄되거나 필사된 책, 원고 형태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런 물질로써의 종이나 책의 형태가 문학의 본질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즉, 핵심은 그 안에 담겨있는 콘텐츠이지 물질로써의 책이나 종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의 문학관이 문학인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써의 문학관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지역문학관에 관련된 활성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문학관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개발해 삶의 질을 높여주는 문학의 가치와 중요성을 살려 문학 활성화의 거점이 돼야 한다. 홍성지역 문학관도 규모와 시설, 인력 등의 확대로 체계적인 관리와 운영을 통해 문화예술 도시로의 지역의 위상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렇듯 지역작가의 문학관은 작가를 개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을 상징하는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또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 요인으로 보면서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자원의 개발이란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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