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천지전통시장, 250년 전통 ‘읍내장’ 현대화 탈바꿈
상태바
함평천지전통시장, 250년 전통 ‘읍내장’ 현대화 탈바꿈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1.09.18 0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시장 활성화, 그곳엔 삶과 문화가 흐른다 〈9〉
 ‘큰 소장’이라 불리며 “함평 소 값이 전남의 소 값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전남지역에서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규모를 자랑했던 함평읍장은 지난 2002년부터 장옥 교체 등 현대화사업으로 탈바꿈 했다.

 전통시장은 삶의 터전, 사람들의 삶의 진지함과 생기를 느낄 수 있는 곳
 함평5일장, 1903년 개설 120년 전통, 함평천지전통시장으로 이름을 바꿔
 함평가축시장, 전남도내 가축시장 15곳 가운데 가장 활발한 경매를 진행
‘한우비빔밥 음식테마거리’ 20여 개의 한우생고기비빕밤 전문식당 성업 중

 

전통시장은 우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사람들은 물화교역과 정보의 교환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모인다. 또한 전통시장은 이른바 ‘장터’나 ‘장판’이라 불리며 주기적 또는 지속적으로 교역이 이뤄지던 한정된 장소가 아닌 사회·문화·정치 경제 등 관련 분야가 한데 어우러진 열려있는 삶의 총체적 마당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장터는 단순한 상거래가 일어나는 장소를 뛰어넘어 민족의 풍습을 담고 있는 생활의 현장이자 모임의 터전이었다. 전통시장은 바로 삶의 터전이요, 인간 군상(群像)들의 삶의 진지함과 생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함평의 전통시장도 1862년 농민항쟁이나 3·1독립운동을 비롯한 각종 민중집회나 선거유세 또한 장터에서 행해졌다. 

함평천지전통시장시장 입구.

이렇듯 민중들의 역사와 문화가 면면히 흐르는 삶의 터전인 장시(場市)는 15세기 후반에 처음으로 나타나, 16세기에 전국 각지로 확산되면서 정기시장으로 자리를 잡아 갔다. 최초의 장시가 기록된 문헌은 ‘성종실록’으로 전라도 지역에서 흉년의 자구책으로 시포(市鋪)를 열고 장문(場門)이라 칭하는 교환, 교역기구를 만들었다고 적고 있다. 이 장문이 바로 시장의 시초로 흉년이 들자 특히 면(綿)의 기근으로 이것을 취득하고자 다른 물자를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을 바탕으로 여러 읍들은 기존의 유통기구와는 상관없이 별도로 교역처를 마련해 매월 두 차례씩 필요물자를 교역하게 됐고, 이러한 교역처는 그 편의성 때문에 급속히 확대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장시(場市)가 처음으로 열린 곳은 바로 전라도였고, 전라도에서도 함평의 인근 지역인 나주, 무안 등의 여러 읍은 서남해안지역이면서 영산강을 가운데 끼고 나주평야가 널찍하게 펼쳐져 있는 미곡지대로 물산이 풍부한 곳이었다. 이렇듯 물산이 풍부하니 교역 또한 번성했을 것이고 시장 또한 다른 지역보다 먼저 출현했음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함평은 언제부터 시장이 출현했을까. 정확한 기록은 나타나지 않지만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1770년 간행된 ‘동국문헌비고’에는 함평에 읍내장(함평읍), 망운장(현 무안 현경면), 선치장(해보면), 나산장(나산면), 사천장(신광면) 등 5곳의 시장이 개설됐음이 나타난다. 15세기 후반에 이미 나주와 무안에 장문이 출현했고, 18세기 문헌에 5기의 시장이 기록돼 있을 정도면 인근 지역인 함평 또한 15세기 후반 전후에 시장이 출현했음을 유추할 수 있겠다. 15세기 후반 흉년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열린 장시는 생산력의 발달과 교역의 발달 등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16세기 말에는 전국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후 시장은 화폐경제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상품 매매의 장소로써 뿐 아니라 민중들의 여론장소로, 대중문화의 발상지로기능을 담당하며 지금까지 질긴 생명력으로 서민들의 삶의 공간이 되고 있다. 

함평천지전통시장(구 함평5일시장)이 현대화시설을 갖춘 새로운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 함평천지전통시장, 현대화 탈바꿈 ‘재탄생’
서민들의 꿈과 삶의 정열이 서린 곳이 바로 시장이다.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논리에 지배되지 않았던 우리의 장터에서 민초들의 생활문화가 꽃피웠고 이 생활문화가 바로 오늘날 대중문화의 뿌리가 된 것이다. 함평읍의 전통시장은 예전보다 쇠퇴해 적막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함평에서 해보와 가장 장(場)이 크게 선다는 함평읍장(場)이 이럴진대 다른 전통재래시장의 모습이야 뻔하다. 함평은 2000년을 전후한 최근까지 7개 읍면에서 재래시장이 5일마다 섰으나 지금은 5개의 재래시장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큰 소장’이라 불리며 “함평 소 값이 전남의 소 값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전남지역에서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규모를 자랑했던 함평읍장은 매월 2일과 7일이면 장이 선다. 우시장 때문에 함평의 한우가 널리 알려졌고, 아직까지 큰 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읍장은 역사적인 장소로도 우명한데 ‘정한순’이란 이름을 조선 전역에 알리며 농민군의 기치(旗幟)를 높였던 곳도 바로 함평읍장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읍장은 1960년대에 옮겨진 곳으로 1950년대 후반까지의 읍장은 함평읍 기각리 구시장 마을인 영수천 주변이었다고 한다. 당시는 적촌리(赤忖里) 장시라 불렸고, 읍전시(邑前市)라 불리기도 했다. 동학이나 3·1운동, 널리 알려진 함평고구마사건 등 역사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함평군민들과 같이 했던 읍장은 근래까지도 예스러움이 남아있어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촬영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읍장의 현대화사업은 지난 2002년부터 시작돼 장옥 교체 등 현재는 산뜻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함평천지전통시장(옛 함평 5일장)으로 이름을 바꿔 단 함평장이 1년여의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해 10월부터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함평군에 따르면 함평천지전통시장은 옛 5일 시장 부지(9251㎡)에 현대식 점포 41개소, 노점 80여 개소로 조성됐다. 입점점포 41개소 중 20개소는 상설 점포로 운영되고 나머지 21개소는 기존 장날(2·7일장)에 맞춰 운영되고 있다.

함평군은 지난 2019년 3월 총사업비 58억 원을 투입해 함평5일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함평5일장은 지난 1903년 개설돼 120년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지만 시설은 노후화됐다. 따라서 노후화된 기존 5일 시장을 아케이드구조물의 현대식 점포로 개선해 영세상인 상권 보호 등 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의 중심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쾌적한 시설에 중앙광장 등 새로운 부대시설을 신설하고 기존 5일장을 매일시장으로 순차적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또 시장 장날에 맞춰 다채로운 공연·행사와 한우 등 지역특산물 할인이벤트행사 등을 개최하기도 한다. 또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시장 중앙광장과 연계하는 방안과 시장 인근에 푸드트럭(먹거리촌), 포토존(핑크뮬리 산책로), 세계문화체험 부스설치, 함평한우비빔밥거리 조성 등 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평군은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상인 전원에 대해 유니폼 착용을 권장하고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새로 개장한 함평천지전통시장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함평가축시장 내 모습.

■ 120년 전통 함평가축시장, 전남 최다 경매
특히 함평가축시장이 지난해에 전남도내 가축시장 15곳 가운데 가장 활발한 경매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함평군은 밝히고 있다. 지난 2017년 자동화 거점소독시설과 전자경매 시스템 등 최신시설을 갖추면서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지난해 함평가축시장에서 거래된 한우는 총 1만 114마리로 집계돼 활발한 거래로 이어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함평축협이 가축경매 수수료로 거둬들인 수입은 5억 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다른 군 단위 한우 경매는 평균 7000~8000마리 가량이었는데 비해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재개장 첫 해인 2017년 4월 이후 2020년까지 4년 간 총 거래두수는 4만 8905마리로 낙찰가는 2151억 원을 기록하는 등 한우농가의 소득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12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남의 대표적 가축시장인 함평가축시장은 지난 2017년 총사업비 15억 원을 투입해 전자경매 시스템을 갖춘 현대식 최신시설로 재개장했으며, 코로나19 소독 자동화시스템을 갖추고 매주 화요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함평오일장의 대표음식은 한우생고기비빔밥이다. 입소문을 타고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인기다. ‘전남 지역의 소 값을 좌우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남지역의 가장 큰 우시장이 함평오일장에서 열렸던 역사와 관련이 깊다. 고명으로 오른 각종 채소와 소뼈를 우려낸 선짓국, 고소한 맛을 더하는 삶은 돼지비계도 특징이지만 무엇보다 싱싱한 한우 생고기가 맛의 비결이다. 2014년 ‘함평천지 한우비빔밥 음식테마거리’가 조성됐고, 20여 개의 한우생고기비빕밤 전문식당이 성업 중이다.

한편 함평오일장과 함께 가장 활성화된 모습을 보였던 해보5일장은 3일과 8일에 장이 선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왕골로 만들어진 돗자리를 파는 장으로 유명했던 해보장은 2005년 장옥이 현대화된 모습으로 교체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나머지 학교장, 나산장, 월야5일시장 등은 명맥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1770년대 이전부터 자리하고 있었던 유서 깊은 시장으로 5·10일에 섰던 신광장은 1994년에, 일제강점기에 생겨난 1일과 6일에 섰던 손불장은 2002년에 폐지돼 지금까지 장터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그래도 사람 사는 맛을 진정으로 느껴보려면 지금, 민중들의 혼과 얼이 담겨있는 장터로 가라.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